시절인연(時節因緣) - - (60여단 보산 법사 법문 / bbs불교방송)
어떤 디자이너가 말했습니다. "제가 3년 전에 디자인했던 옷이 있는데, 그때는 인기가 없어서 재고만 쌓였었습니다. 그런데 그 디자인이 요즘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조금만 늦게 디자인했더라면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을 텐데.. "옷에도 인연(因緣)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만물에는 다 때가 있습니다."
불교용어 중에 시절인연(時節因緣)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사물 모든 현상은 때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은 불교의 업설(業說(과 인과응보설(因果應報說)에 기인한 말로 사물이나 현상은 인과법칙에 의해 특정한 시간과 특정한 공간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중국 명나라 때의 승려 운서주굉(雲棲株宏 1535~1615)의 선관책진(禪關策進)에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도래하면 자연(自然)히 부딪혀 깨쳐서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곧장 깨어나 나가게 된다” 라는 구절에 연유한다.
요즘엔 아주 간단하게 표현해서, 모든 인연(因緣)에는 때가 있으며 기회가 오거나 때가 되면 일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영기 시인의 시 '낙화'의 한 구절..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가야 할 때든, 와야 할 때든.. 그 때를 깨닫고 기회나 때를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 도저히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느 옛날 어느 절에서 매일 아침, 떨어진 낙엽을 쓸어야 했던 동자승이 있었는데 그 일이 지겹고 힘들어진 동자승은 꾀를 부려서, 나무를 힘껏 흔들어서 낙엽을 떨어뜨렸습니다. '이렇게 하면 한동안은 청소를 안 해도 되겠지~'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느긋하게 마당에 나간 동자스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낙엽은 전날처럼 마당과 절 주변에 수북하였습니다.
노스님께서 동자승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녀석아,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내일의 낙엽은 어김없이 내일 날리게 마련이다. 내일 할 일을 오늘 한다 해도, 그것은 오늘의 일이지 내일의 일이 아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일 할 일을 미리 준비하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세상에 때가 있다는 말은, 준비를 많이 하고 노력을 하더라도 때가 맞지 않고 기회가 오지 않으면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때가, 그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성공한 사람들에게 성공한 비결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공통된 답은 운(運)이었습니다. 운(運)은 때(時)와도 같습니다. 시간은 매일 누구에게나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기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운(運)은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에게만 옵니다.
때를 아는 사람은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입니다. 유행을 너무 앞서 가지 않고, 진퇴시기를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은 시간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때를 인지하지 못하면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시간의 흐름 속 어디쯤에 있는지 알지 못할 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누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뒤를 돌아보면 기찻길이 굽이굽이져 있는데, 타고 갈 때는 직선이라고밖에 생각 안 하잖아요? 저도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 보면 굽이굽이 굽어져 있고.. 그게 인생인 거 같아요."
내가 인연(因緣)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나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인연(因緣)을 안 만나고 싶다고 해서 안 만나지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내가 내
몸과 내 마음을 잘 챙겨서 좋은 컨디션에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항상 자신을 돌아보면서 관리를 잘 해 나가야 합니다.
강산에님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의 가사입니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그 언제서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 오는 이 길,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여러 갈래 길 중 만약에 이 길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돌아서 갈 수밖에 없는 꼬부라진 길일지라도, 딱딱해지는 발바닥,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저 넒은 꽃밭에 누워서 난 쉴 수 있겠지. 여러 갈래 길 중 만약에 이 길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막막한 어둠으로 별빛조차 없는 길일지라도, 포기할 순 없는 거야.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뜨겁게 날 위해 부서진 햇살을 보겠지. 그래도 나에겐 너무나도 많은 축복이란 걸 알아. 수없이 많은 걸어가야 할 내 앞길이 있지 않나. 그래 다시 가다 보면, 걸어 걸어가다 보면, 어느 날 그 모든 일들을 감사해 하겠지. 보이지도 않는 끝, 지친 어깨 떨구고 한숨짓는 그대 두려워 말아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
네, 그렇습니다. 어떤 하나의 결과(結果)가 만들어지려면 수많은 원인(原因)과 수많은 조건(條件, 연/緣)들의 작용이 있어야 합니다. 도저히 인간의 머리로는 계산이 안 되는, 무한히 많은 조건들. 아니, 좀 심하게 말하면 온 우주가 총동원되어야 하나의 결과가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많은 조건들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겨우 하나의 조건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열심히 했다고 해서, 최선을 다 해서 잘 했다고 해서 그 결과도 좋을 것인가? 그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나온 결과를 안 받아들이면 어쩔 건데요? ㅎㅎ 거부하면 괴로울 뿐, 아무런 이익이 없습니다. 그리고서, 그 결과를 포함해서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가?" 그것만 생각하고 또 성실하게, 최선을 다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됩니다. 그렇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부분(因)을 잘 해 놓아야 시절인연(時節因緣)이든, 때(時)든, 기회든, 운이든, 여건이든.. 적절한 조건(緣)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좋은 결과(報)가 이루어지는 것이지 내 몫(因)은 제대로 안 해 놓고 운만 기다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것은 한손으로 손뼉을 치려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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