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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것들 일체(一切)가 나를 사랑으로 돕는다.

장백산-1 2021. 3. 8. 13:51

이 세상 모든 것들 일체(一切)가 나를 사랑으로 돕는다.  - -  법상스님


분별(分別)없이 내 인생(人生)을 바라보자.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인연(因緣) 따라 어떤 몸을 빌어 나왔다. 분별없이 보면, 그건 그저 인연(因緣)이 화합하여 어떤 육체 하나가 그저 생겨났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 육체에 '나'라는 이름을 붙였고, 나도 사람들로부터 이 육체가 '나'라고 교육받으면서 육체가 나라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육체가 나라고 여기는 생각을 믿지 않으면 그저 어떤 한 존재가 생겨났을 뿐이다. 그것도 빈 몸으로, 알몸으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알거지로, 또 아는 사람 한 명도 없이, 홀연히 이 땅에 태어났다.

그런데 그나마 천만다행인 상황이 펼쳐졌다. 이 몸을 '나'라고 믿게 만든 사람 중 한 사람인 어떤 여인이 자기가 내 엄마라고 하면서 내게 젖을 물려주고, 암죽을 만들어 주고, 똥오줌을 싼 기저귀도 갈아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며 살려주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이 지구별이라는 낯선 땅에서 게임이 시작됐다. 나와 너라는 게임, 부모와 자식이라는 게임, 삶과 죽음이라는 게임, 성공과 실패라는 게임...등등... . .

그런데 성장하고 나이가 들고 보니, 엄마와 아빠라는 사람만이 나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었다. 와우~ 이런 놀라운 지구 행성이 있나! 이 행성에서는 배가 고프면 밥이 생기고, 잘 때가 되면 어디든 잘 집이 생기고, 추우면 옷이 생긴다. 어릴 적에는 이 밥이 아빠가 가져오고 엄마가 요리해 준 것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무수히 많은 사람들 이를테면, 농부,  소매상, 도매상, 마트직원, 택배 기사, 반찬가게 사장, 정수기 업체, 밥을 할 있도록 수도 배관을 깔아 준 사람들, 밥솥을 만든 사람들과 그 회사, 가스레인지를 만든 회사와 사람들 등등 무수히 많은, 아니 어쩌면 밤 하나에 관련된 크고 작은 인연(因緣)을 다 합치면 온 우주(宇宙) 전체(全切가 내가 한 끼도 굶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완벽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이 행성이란 놀랍다! 가만히 보니, 태양, 하늘, 바람, 구름, 별, 바다, 강, 산하대지 전부가 나를 살리고자, 내게 눌 자리를 펴주고, 밥을 주고, 집을 주고, 옷을 주며, 또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이 행성에서 그냥 저냥 노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저마다 자신의 일을 하며 서로가 서로를 살려주고, 서로가 서로를 먹여주고, 친구가 되어준다. 태양과 구름, 지구 같은 대자연에서부터 사람과 동물 식물 곤충 심지어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일체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존재하고, 서로가 서로를 기댈 수 있게 자기 품을 내어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며,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하는 무한한 사랑과 자비 실천의 장이 이 지구 행성이 아닌가. 나를 살게 하고자 온 우주 전체가 나를 돕고 있다니! 이 감사와 사랑을 어떻게 갚을 수 있지? 다행스럽게도, 나 또한 나의 일을 하고, 내 길을 가는 것으로써, 이 사회에, 이 세상 모든 사람들과 존재들을 사랑하고 살리는 일에 동등하게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사는 것을 통해서 이 지구별의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무한히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 이 우주는 사랑과 자비가 그 근원의 운행 원리인 것 같다. 나는 내 인생을 온전히 살아냄으로써 이 우주 전체에게 사랑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눈물겹게도 내가 밥 한 끼를 먹을 때 반찬으로 먹은 고등어 한 마리조차 자신의 한 평생을 바쳐 바다를 헤엄치고, 놀고, 삶을 살다가 어부에게 잡혀 내 한 끼의 반찬이 되어주는 것을 통해 나에게 사랑을 온전히 베푼다.

고등어가 자신의 온 생명을 바쳐 나에게 한 끼의 반찬을 주었듯이, 나 또한 언젠가는 죽는 것을 통해 이 세상을 살릴 것이다. 초식동물을 육식동물이 먹고, 육식동물을 사람이 먹고, 죽은 사람의 시체를 박테리아가 먹고, 박테리아는 다시 죽은 생물을 분해해 산 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꾸어 준다. 생태계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자리의 생명은 다시 가장 낮은 수준의 생명에게 먹힘으로써 자비의 순환을 돕는다. 

생태계는 이처럼 순환하며 서로가 서로를 완벽하게 살려줄 뿐, 생태계에 높고 낮음은 없다. 아! 이 세상은 높고 낮다는 분별(分別) 없이, 무한한 상생, 무한한 자비, 무한한 사랑이 매 순간 순간 근원(根源)을 이루고 있다. 내가 사는 것도 사랑의 실천이고, 내가 죽는 것도 누군가를 살리는 사랑의 실천이다. 매 순간 순간의 삶 자체가 거대한 사랑 거대한 자비의 연기적(緣起的) 순환(循環) 시스템을 완성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