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애고, 엄마 자격이 없는 여자로구나..'

장백산-1 2021. 6. 17. 12:05

'애고, 엄마 자격이 없는 여자로구나..' <법륜스님>

▒ 문
저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큰 아들이 지금까지 그런대로 공부도 잘 해왔는데, 고3 되고부터는 계속 우울해 하고, 한숨만 쉬고, 걸핏하면 큰 소리로 울고, 자기비하를 심하게 하고, 심각한 무기력증을 보입니다. 해군사관학교 필기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공부는 잘 하는데 체력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동생은 합격했고요.. 고3 될 때까지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고 얼굴도 참 잘 생기고 그런데 다 된 밥에 코 빠뜨린다고.. 너무 아깝고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없는 게 괴롭다 하고, 이기적인 거 같아요. 동생한테 다 의지하고 미루고, 동생이 다 뒤치다꺼리해주고.. 그래서 아빠하고도 많이 다투고 그랬습니다. 지금 뭐 대학이나 앞날에 대해선 물어봐도 말도 안 하고.. 해군사관학교엔 떨어지고.. 동생은 붙었고요..

▒ 답

엄마가 자식을 볼 때 인물 잘났다 하는 껍데기로 보고, 공부 잘 한다 하는 껍데기로 보는 그 자체가, 엄마의 자격이 없는 사람예요. 지금 거기에 미련을 못 버리고, 인물도 좋고 공부도 잘 하는데 잘 되면 좋지 않냐.. 큰 아들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애가 얼마나 힘든지.. 천하 모든 사람들이 다 껍데기를 보더라도 엄마라면 아이의 마음을 봐야지.. 지금 말하는 걸로 봐서는.. 스님이 들을 때는 '애고, 엄마 자격이 없는 여자로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먼저 병원에 데려가서 상담을 해보세요. 껍데기 그거 아무리 좋으면 뭐해요.. 성적 그거 아무리 좋으면 뭐해요. 그건 하등 중요한 게 아녜요. 아이가 어떻게 마음이 안정되고 건강하게 살 것인가를 기본으로 해야지 천하 밖에서 뭐라 해도, 사람을 중심으로 보는 눈이 있어야 아이를 치료해낼 수 있는데 엄마 사고방식이 저러면 병원에 데려가도 '병 없다' 그러기를 원하고, 빨리 치료받기를 원하고  얘가 빨리빨리 좋아져서 공부하길 원하고, 재수를 하든 뭐 하든 좋은 대학 가기를 원하고.. 이런 사고방식 갖고는 치료하기 어렵다 이 말입니다. 

껍데기인 그런 이름과 모양, 형상을 다 버리고 정말 '한 사람, 한 아이'를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공부를 하겠다 해도, '아이고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은 마음이 중요하고, 마음의 건강이 중요한 거다..' 이렇게 엄마가 얘길 해줘야 합니다.

엄마가 그저 형과 비교해서 동생 나무라고, 동생과 비교해서 형 나무라고, 이웃집 애 들먹거려 애 나무라고.. 이러면 그건 엄마가 아녜요. 그건 회사 상사가 부하한테나 하는 행위지.. 부모라면 자식을 한 사람으로서.. 신체가 정상이든 장애든지, 공부를 못하든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아껴줘야 합니다. 그런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천하가 다 나를 버려도 엄마만큼은 나를 버리지 않을 거다..나를 믿고 이해해줄 거다..' 하는 믿음이 생겨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볼 때는, 두 아들의 엄마믐 엄마가 아녜요.

그러니까 우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의사선생님 지시대로 치료를 하고.. '아무리 학교도 중요하고 성적도 좋지만, 마음 편하고 건강한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세상에 없단다, 그러니 공부는 나중에 해도 되니까 우선 마음을 편안히 해보자..' 그렇게 해서 마음이 좀 안정이 되면, 바로 재수시키지 말고 무슨 경쟁, 공부.. 이런 데 말고 뭐 절이나 이런 데 가든지, 100일 출가라도 해보든지.. 사람끼리 사랑하는 집단 속에서 생활하면서 건강이 먼저 회복되고 본인이 나중에 공부를 해보겠다 하면 2년 후에, 3년 후에 시켜도 하나도 늦지 않습니다. 30에 공부해서 박사된 사람도 있고, 40에 공부해서 박사된 사람도 있는데, 자꾸 남하고 비교하고 조급해하면 안 됩니다. 동생은 어떤 데.. 이런 말 하면 안 됩니다. 부모가 그러면 애들이 상처를 입습니다. 사람을 자꾸 비교해서 말하지 마세요. 그 사람은 그 사람으로 봐야지..

그리고 남편한테 참회기도를 하세요. '여보 제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울했던 게 있으면 용서하세요..' 하면서 엄마가 자꾸 마음을 밝게 쓰는 연습을 하세요. 그리고 '아이고, 대학 가야 하는데..' 이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길은 얼마든지 있고.. 아이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게 중요합니다. 팔 하나 없거나, 다리 하나 없는 거.. 그건 아무 문제도 아녜요. 이렇게 정신적으로 나약해지거나 우울해지는 거.. 이거야말로 큰 병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적인 질환, '이거 나쁘다..' 이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이것도 몸 치료하듯이, 치료하면 다 낫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