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변화무쌍한 산사가 내게 준 교훈

장백산-1 2022. 1. 10. 00:28

변화무쌍한 산사가 내게 준 교훈

1. 산사의 박물관 살이 10년 즈음

사시사철 다른 출·퇴근 풍경길 한 겨울 산사는 깊은 편안함 줘
자연이 내게 알려준 마음 가짐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볼 것

 

                        송광사를 품은 겨울 안개.

 

어느덧 산사의 박물관 학예사로 근무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물론 그 이전 박물관 근무도 있었지만 산사의 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현실은 또 다르다. 도심 속 박물관이 주는 느낌과 산사의 박물관이 보여주는 느낌이 다르듯….

기본적인 업무는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업무공간이 도심이 아닌 산사라는 점은 아주 멋진 매력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물론 불편함이 전제된다.

영주 부석사 성보박물관을 시작으로 지금의 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지난 느낌이지만 이제 겨우 10년밖에 안 되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묻는다. 산사에서 속인으로 근무하는 게 외롭지 않냐고. 타고 나길 외로움에 길들여져서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외롭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오히려 도심의 번잡함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면 들었지.

누군가 다시 도시로 나가 살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손사레를 치며 싫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산사가 좋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다시 무엇이 그렇게 좋냐고 묻는다면, 글쎄…. 무어라 한마디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저 좋다는 말 외에는 달리 생각이 나지 않는다. 좋으면 됐지 거기에 무슨 백만가지 이유가 필요할까?

부석사 성보박물관에 있을 때는 그곳에서 숙식하며 살았지만, 지금은 화순에서 출퇴근을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출퇴근길은 항상 설렘이다. 아침저녁 절로 향하는 길은 사시사철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를 매일 보면서 때로는 그 풍경에 환희심이 일어 잠시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고 감상하는 그런 여유는 산사로 출근하는 사람의 특권이기도 하다.

절집도 사람사는 곳이라 매양 좋을 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과 충돌하는 마음이 어찌 산사와 속세를 구분 짓겠는가. 그럼에도 10년 산사에 살면서 생긴 마음이 있다.

첫째 악착같이 살지 말고 즐겁게 살자. 둘째 온전히 받아들이자. 아무런 편견과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셋째 눈앞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대충 정리하면 이 세 가지로 요약될 것 같다.

물론 마음먹은 대로 모두 즉각적으로 실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거처럼 오랜 시간을 집착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다시 평상심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한겨울 산사는 적막하다. 때로는 세상에 홀로 남은 듯한 느낌도 준다. 때로는 그 적막함이 깊은 휴식을 주고,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산사가 좋다.

 

김태형 송광사성보박물관 학예실장 jprj44@hanmail.net

[1615호 / 2022년 1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