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붓다 빅 퀘스천] 왜 수행을 해야 하는가 - MZ세대와 마음공부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혹은 요즘의 젊은 세대 소위 말하는 MZ 세대들에게 과연 수행이 효과가 있는가? 어떤 면에서 수행이 현대인들에게 필요한가?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불교라는 종교적 접근을 고리타분하고 오래된 관념으로 여길 수도 있을텐데 이들에게 과연 불교적 수행이라는 것이 먹힐 것인가?
그 전에 우선 요즘의 현대인들의 특징은 어떤까를 먼저 알아 보았다. 놀랍게도 요즘의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특성 내지는 근래에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MZ세대의 사고방식과 트렌드들이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공부 수행과 그렇게 딱 들어맞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시대야 말로 불교의 마음공부 수행이 꼭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1.수행을 해야하는 첫 번째 이유
○ 왜 수행을 해야 하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수행이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 수행은 우리가 기존에 해 오던 기도 염불 수행 등과 같은 기복적 수행과는 다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은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 진정한 불교의 수행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알아보고자 한다면 스스로에게 '내가 지금 괴로운가 그렇지 않은가?' 를 물어보면 된다.
이같은 물음은 어찌 보면 불교라는 종교만 갖는 특별한 물음이 아니다. 기존의 모든 종교의 틀과 상관없이, '노병사'라는 자기 자신의 근본적인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기 구제의 수행이며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현대인들의 삶은 더욱 불확실하다. 앞으로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를 모른채 막연하게 무의식적으로 불안감을 늘 안고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갑작스럽게 웰빙, 힐링, 명상 등이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면서 무의식적으로 불아나하고 불확실하고 괴로운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들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하나의 예가 하버드대학교의 존 카밧진 박사가 불교의 위빠사나 수행을 재구성하여 고안한 MBSR 프로그램으로 아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스트레스와 고통에 관련된 현대인들의 마음 상처를 불교의 수행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접근법이 MBSR 프로그램이다.
보라.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은 불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금 괴로운 사람이라면 이 괴로움을 해결하고 살아야 할 것이며, 지금 당장은 괴롭지 않더라도 늙고 병들고 죽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고통임에 틀림없지 않은가? 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미래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이 갖고있는 고통들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불교적 수행은 꼭 필요하다 할 것이다.
○ 우리는 불교의 중도수행을 통해 생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여러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실은 우리는 태어난 적이 없다. 태어난 적이 없는데 어찌 죽는 사건이 생길 수가 있을까? 중도 수행을 통해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근원의 진리를 증득하고 보면, 즉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사상(緣起思想)와 무아사상(無我思想)에 밝게 터득되는 수행을 제대로 해내기만 한다면, 우리는 진정코 생사의 문제에서 해탈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왔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라는, 내 마음이라는 이 한바탕 속에 삼라만상 우주 전체가 왔다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수행을 통해 생사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와지는 근원적 지혜를 얻게 되면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정말 안심하고 크게 쉬게 되는 것이다. 마음공부를 하면 이 정도의 효용이 있을진대 어찌 이 공부에 이 수행에 발심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이 마음수행 공부를 해야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2. 수행을 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이다. 이 몸을 나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살아가면서도 진짜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점점 내가 누구인가 즉 '나의 정체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흐름들이 요즘의 사회를 지배해 가고 있다.
소위 MZ 세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고 살아가기 위해 MBTI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MZ 세대들을 포함한 현대인들의 특성,선호하는 트렌드 등을 살펴보았더니, 놀랍게도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공부와 일치하는 부분들이 아주 많았다. 이들은 다른 세대와는 달리 명상가적인 기질들을 타고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집단보다는 자기 개인적 내면을 닦고 다스리려하는 특징들도 있었다.
MZ세대의 개인의 만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신조어들을 먼저 좀 살펴보자.
○ 홈루덴스족 (Home-Ludens족)
호모루덴스 라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이름을 본따 만든 용어로, 집에서만 주로 있으며 푹 쉬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불교 수행의 특징은 갈고 닦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놀이 하듯 푹 쉬며 유희삼매를 즐기는데 있으므로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말이다. 진정 모두 내려놓고 쉬면서도 뒤떨어짐을 불안해하거나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놀라운 창의적 발상 또한 열심히 노력하는 업무 중에 보다는 푹 쉬며 생각을 내리고 있을 때 혹은 명상을 하다가 주로 떠오른다고 하지 않는가? 진정으로 푹 쉰다는 것의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커렌시아 (= 퀘렌시아 Querencia)
푹 쉴 수 있는 조용한 나만의 공간인 안식처를 말한다. 진정한 자기에게로 되돌아가 안식하고 싶은 귀소본능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여준다. 이 커렌시아가 곧 불교에서 말하는 '아란냐', 즉 적정처, 명상처 등으로 언급되는 말들과 같은 의미이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 한다는 말 또한 이와 같다.
진정한 자신의 커렌시아를 찾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명상이고 수행이며 마음공부이다.
○ 마이사이더(My Sider)
인사이더, 아웃사이더 같은 양극단의 분별을 거부하고 그냥 나답게 사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자들을 칭한다. 이들은 자기만의 자유분방한 개성을 추구하며 삶에는 어떠한 정답도 없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어떤 문제를 만나더라도 획일화된 방식이 아닌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내는 성향이다.
법정스님께서도 부처님을 닮아가려 노력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부처님답게 사는 것이라 하셨다. 장미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꽃다지는 꽃다지대로 자기 나름의 온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법이다. 잘났고 못났다는 것은 인간의 분별일 뿐, 본래 근원에서 우리는 누구나 완전한 자기다움이라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자기답게 살기 위해서는 애쓰거나 조작할 필요가 없다. 무위법이다. 이미 자기다움은 완전히 구족되어 있으므로 무엇을 더 하기위해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대인들의 이러한 성향은 그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전통, 사상, 계율,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완전히 자유로운, 심지어 불교 자체로부터도 자유로운 수행관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하겠다. 실로 불교는 종교라는 틀로 가둘 수 없는 '지혜'라 할 수 있다.
○ 싫존주의 싫어도 존중하기 : 다른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 유아독존 : 유튜브에선 뭐든 가능하다.
○ 실감세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존재함을 생생하게 실감하는데 관심이 많은 세대를 말한다. 소유보다는 경험하고 실감하는데 더 큰 의의를 둔다. 그런 면에서 마음공부는 최고의 실감 콘텐츠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젠더리스
남여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 진짜 나는 사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라는 근원적 진리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 리츄얼라이프 - 미라클모닝
일상에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자기만의 새로운 습관을 루틴으로 실천하며 갓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굳이 이러한 용어들을 써서 마음공부 하시는 법우님들을 설명해 보자면,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법문을 들으며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고, 일상의 루틴으로 마음공부를 하며 리츄얼라이프에 입문하여 갓생하신 법우님들이 많아진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3. 현대인들의 이러한 변해 가는 생활 방식들을 보면, 점점 마음공부와 명상과 수행이라는 과정 쪽으로 자기도 모르게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환경생태학의 발전 과정을 보면 점점 인간과 자연이 둘 아닌 하나라고 하는 연기적 관점으로 접근해 간다.
○ 심리학에서의 심리 치유 방식의 흐름 역시 3세대, 4세대 심리학이라 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여 마음 고통에서 벗어나 보려는 유위의 애쓰는 방식이 아니라, 마음공부에서처럼 있는 그대로를 허용하고 내려놓고 바라보는 명상 수행, 불교의 중도 수행, 마음챙김의 심리학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의식 전환" 역시 불교적 지혜와 맥락을 같이 한다. 기업들의 기업 경영의 기본 정신이 점점 자회사만의 이익보다는 "전체적인 상생, 융합, 통섭"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는 이 세상이 연기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적 지혜에 바탕을 둔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세상은 올바른 지혜가 이끄는 방향으로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불교는 상업활동을 기반으로 한 종교로, 농업활동을 기반으로 삼았던 구질서가 깨지고 상업시대로 크게 변모하던 시점에서 그 변화들에 온전히 반응하며 수용할 수 있었던 것도 '제행무상'이라는 불교적 정신이 적재적소에서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요즘 세대들의 말로 바꾸자면 '거침없이 피보팅'이라고 표현된다. 요즘처럼 격변하는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업전환이나 기업의 방향 수정을 비롯한 어떠한 변화를 두려워 하지말고 거침없이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4. 이와 같이 세상이 바뀌고 있다. 현실 속에서 종교와 상관없이 마음공부와 명상에 심취하신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제 이현상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종교를 초월한 현상이다. 그래서 퓨전 종교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그러니 보라. 지금까지 살펴 보아왔듯, 지금의 시대야 말로 불교의 마음공부 수행이 꼭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명상과 수행의 문은 이제 누구에게나 활짝 열리게 되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부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불이중도(不二中道)의 수행으로 누구나 괴로움에서 벗어나 완전히 자유로와질 수 있을 깨달음을 얻고자 간절한 발심하시기 바란다.
- 법상스님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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