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뇌 오케스트라 지휘자
무작위로 생기는 망상 조절하는 기본모드신경망
인간은 하루 6200가지 생각…집중해도 30%는 망상
살아남기 위해 최적합화 된 뇌의 진화가 망상 원인
싸띠수행, 뇌 망상기능 약화시키고 행복유전자 생성
싸띠수행은 지금‘여기를 인지하게 하는 마음운동이다.
뇌 활성은 불꽃놀이와 같다고 했다. 함께 특정한 기능을 하는 뇌신경 세포들이 동시에 활성하는 불꽃놀이이다. 그 불꽃들은 외부대상을 접하여 일어날 수도 있고[외인적(外因的) 뇌 활성], 내부 자체적으로 시작하여 일어날 수도 있다[내인적(內因的) 뇌 활성]. 외인적 뇌 활성은 ‘앞의 다섯 인식[전5식(前五識); 보고(眼識)·듣고(耳識)·냄새 맡고(鼻識)·맛보고(舌識)·닿음(촉감 身識)]’과 함께하는 의식, 즉 오구의식(五俱意識)을 위한 불꽃놀이가 되고, 내인적 뇌 활성은 전5식과 관계없이 홀로 작용하는 의식, 즉 불구의식(不俱意識)의 기반이 되는 불꽃놀이다.
뇌 속의 불꽃들은 무작위적으로 일어난다. 외부 인식대상이 나타나는 것을 우리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 바깥세상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나는 그것들을 인식할 따름이다. 뇌 속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뇌 활성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기억을, 어떤 생각을 원하는 대로 생기게 할 수 없다. 자동적으로 무작위적으로 떠오른다. 무질서하게 피어오르는 수많은 뇌 활성 불꽃놀이들이 무작위적으로 나의 마음공간[의식]을 차지한다면 나의 마음은 무질서하고 생각은 논리적인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다. 이 생각 저 생각이 뒤죽박죽된다. ‘조현병(調絃病, 정신분열증)’이 그런 것이다. 정상적인 마음은 질서정연하고 논리적이라는 것은 무작위로 피어오르는 뇌 활성들 가운데 적시적소의 것들을 선택하여 나의 마음공간에 들어오게 조율하는 지휘자가 있다는 뜻이다. 그 지휘자가 기본모드신경망(default mode network, DMN)이다.
내인적 뇌불꽃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수시로 방황한다. 매우 집중하여 일을 할 때도 그런 시간의 30%는 망상에 빠진다. 16시간 깨어있다고 보면 하루에 6200여 가지 생각이 오간다. 평균 10초에 한 가지씩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만큼 내인적 뇌 활성(불꽃)은 강력하다. 과연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마음은 특별히 어떤 외부대상을 인식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by default)’ 망상모드에 빠진다. 그렇게 기본적으로 망상모드에 들어가게 하는 뇌신경망이 또한 DMN이다.
망상은 대부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왜 인간은 기본적으로 과거 생각에 빠질까?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기에 최적합하도록 진화하였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생각하면, 과거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살아남는데 유리하였다는 뜻이다. 왜 과거의 기억을 망상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까? 뇌의 진화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저 먼 태고의 원시시대로 돌아가 보아야 한다.
초기 인류가 출연하면서 협조적이지 못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할 당시에는 지난 일을 회상하여 기억을 공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어느 계곡에 가면 맛나는 먹거리가 있으며, 어느 산 능선에 가면 무서운 포식자가 우글대는지 기억하는 자가 살아남는 데 유리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기억기능이 탁월한 자가 살아남아 현대 인류를 낳았다. 경험하고 학습한 내용을 잘 기억하는 인간이 결국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 탁월한 기억능력으로 나의 뇌에 나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차곡차곡 쌓이고, 그 기억들은 연결되어 ‘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그것이 나의 ‘이야기하는 자아(narrative ego)’이며, DMN의 기능이다.
또한 ‘나’가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지도를 그릴 수 있어야 저 밖의 세상 어디에 무서운 포식자가 있으며, 어디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있는지 매핑(mapping)이 된다. 그래야 해가 밝으면 포식자를 피하여 먹거리가 있는 곳으로 다시 내비게이션(navigation) 할 수 있다. 나를 체화(embody)하여 지금 여기 이 위치에 있음을 자각하는 ‘체화된 자아(embodied ego)’이다. 이도 DMN의 기능이다.
외부대상을 인지하고 있지 않을 때, 체화된 나(embodied ego)는 나의 이야기(narrative ego)로 망상한다. 모두 DMN의 기능이라고 하였다. 망상을 하다가 외부환경에 무언가 불쑥 나타나면 우리의 마음은 즉각 그 대상으로 간다. 망상하고 있던 DMN이 외부인지대상이 나타났음을 어떻게 알까? 외부대상을 인지하는 것은 뇌의 중앙관리망(central executive network, CEN)이다. 나른한 봄날 망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하고 큰 소리가 났다고 하자. 아니면 앞에 나비가 날아든다고 하자. 그러면 망상은 일순간에 정지되고 우리의 마음은 “쿵” 소리나 나비와 같은 외부대상으로 향한다. 무엇이 보이던가[안식], 무엇이 들리는[이식] 것과 같은 전오식은 자동이며, 수동적이다. 우리가 눈을 뜨고 있는데 보지 않을 수 없으며, 귀가 있는데 듣지 않을 수 없다. 자동적, 수동적으로 보이고 들린다. 뇌의 입장에서 보면 시각 혹은 청각신호는 감각기관[안근, 이근]에서 자동적으로 뇌로 들어옴을 의미한다. 그렇게 뇌로 들어오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야 망상을 그만둘 수 있다.
망상을 하는 DMN은 CEN(중앙집행망)이 일을 하는지 아니하는지 감시하는 보초를 두고 있다. 보초가 CEN의 활동(예, “쿵” 소리를 들음 혹은 나비를 봄)이 시작되었음을 보고하면 DMN은 즉각 망상을 멈추고, 외부대상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CEN이 뇌 활동의 주인공이 되도록 한다. 뇌에서 일어나는 뇌 활성 불꽃놀이를 앙상블에, 뇌 전체로 보면 큰 오케스트라에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앙상블이 멜로디가 되어 크게 연주하고, 어떤 앙상블들이 뒤로 물러나 반주역할을 하는지는 지휘자의 선택에 달렸다. 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DMN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대사회에서는 포식자나 먹거리가 있는 장소에 대한 과거 기억을 회상·망상하는 것이 불필요하다. 번뇌가 될 뿐이다. 지금·여기를 인지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싸띠수행은 그런 마음운동이다. 그러면 DMN 기능은 약화 되고 행복유전자가 표현된다. 후성유전학(後成遺傳學, epigenetics)이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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