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원전은 이미 사양산업, 윤 대통령이 나서도 수출 어렵다"

장백산-1 2022. 6. 29. 21:22

"원전은 이미 사양산업, 윤 대통령이 나서도 수출 어렵다"

윤성효 입력 2022.06.29. 15:24

[인터뷰]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독일 원전 수명연장, 사실 아냐"

[윤성효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세대만 잘 살겠다고 원자력(핵)발전소를 짓겠다는 것은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선진국이다. 선진국 대통령은 선진국 대통령답게 이기심을 버리고 세계인들과 함께 기후위기를 극복하는데 동참하기를 바란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가 지난 대통령·지방선거 이후 부는 '원전 바람'에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바보 같은 짓'이라 비판했고, 6·1지방선거 국민의힘 당선인들도 원전산업 육성을 내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박 대표는 "세계의 흐름을 모르고 하는 무지의 소산"이라며 "RE100을 모르는 윤 대통령이 바보 같은 짓을 계속 하고 있어 걱정이다"고 했다. 다음은 박종권 대표와 지난 24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을 방문, 원전 산업 육성을 주장했다.

 

"정치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국민들이 있고, 특히 경남에서 '반문재인 정서'가 강하다. 그 점을 이용, 창원에서 원전 산업 육성을 천명한 것이라 본다. 지방선거 국민의힘 당선인들을 위해서도 당분간 원전 산업 육성을 외쳐야 하는 측면도 있다. 원전 산업의 진흥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열심히 육성하려고 했지만 시장이 받쳐주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이미 사양 산업"

 

- 원전 산업이 육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나?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인데, 정치인 말 한마디로 세계 흐름을 역행해 우리나라만 원전 산업이 번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난센스다. 물론 정부가 어느 정도 재정지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세계 시장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지금도 국토 면적당 원전 개수가 세계 최고인데 어디에 원전을 더 지을 수 있겠나. 지금 건설 중인 4기를 빼면 2~3기 정도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원전 산업이 살아나지 않는다. 수출을 해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

 

- 원전 수출이 어렵다고 생각하나?

"현재 전 세계 원전이 441기이고, 40년 전에는 450기였다. 원전이 안전하고 값싼 좋은 에너지라면 40년 동안 증가해야지 왜 감소했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10년 내 10기를 수출하겠다고 했는데 잘 모르고 한 소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를 좀 아는 분이었는데도 2010년에 '앞으로 10년 내 원전 80기를 수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12년 동안 단 한 기도 수출하지 못했다.

 

최근 4년 동안 전 세계에서 신규로 가동한 원전이 모두 26기인데, 그 중에서 중국(14기)과 러시아(6기)가 20기를 차지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회사가 건설한다. 6기가 남는데 이 중에 한국 1기(2019년 신고리 4호기), 아랍에미리트 2기, 인도 1기, 벨라루스 1기, 파키스탄 1기이다. 우리나라가 수출할 곳이 없다. 인도마저 자국 회사가 건설한다."

 

- 신한울 3·4호기 조기 발주하고 1조 원을 푼다는데 창원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까?

"신한울 3·4호기는 발전 사업허가만 받은 원전이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유효기일도 지났다. 다시 건설을 시작하려면 설계허가, 방사선영향평가, 주민동의 절차 등 4~5년의 시간이 든다. 대통령직 인수위도 인정했다. 그래서 원전 하청업체들이 5년 동안 기다리면 다 망한다고 주장하자 '조기 발주' 이야기가 나왔다. 신한울 3·4호기도 건설허가 전에 구두 발주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압력용기를 제작했지만 대금을 못 받았지만, 소송까지는 못하고 두산이 애만 태웠다."

 

- 실제로 창원 원전기업 상황이 어렵지 않나?

"물론 문을 닫은 기업도 있을 것이고 업종 전환을 한 기업도 있을 것이다. 2020년 7월 창원상공회의소 자료를 보면, 창원지역 원전 업체는 총 170개이다. 또 두산에너빌리티 협력업체수는 2016년 80개였다가 문재인 정부 이후 2017년 85개, 2018년 70개, 2019년 50개로 줄었다.

 

매출액이 중요하다. 2016년 협력업체 67개사 매출액이 8200억 원이었다. 2017년 8300억, 2018년에는 8300억으로 오히려 100억이 증가했다. 탈원전 전이나 후나, 매출액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탈원전 전에도 원전은 24기 가동됐고, 지금도 24기 가동중으로 부품 공급 관련 매출은 꾸준히 있다. 창원지역총생산(GRDP)을 보면, 2016년 36조였는데. 2019년은 40조였다. 수출을 보면, 2018년 403억불, 2021년 413억불로 오히려 늘었다. 탈원전 때문에 창원 경제가 폭망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다."

 

"전 세계 국가들이 바보란 말인가"

 

-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탈원전으로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의 흐름을 모르고 하는, 무지의 소산이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 후 많은 선진국들이 탈원전을 선언했다. 특히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장면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그래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탈원전 공약을 내세웠는데 '5년간의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하면 전 세계 국가들이 바보란 말인가.

 

2016년 9월 22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원전 부지 반경 30km 이내에 300만 명 이상 거주지에는 원전을 추가로 짓지 못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됐으면 신고리 5·6호기는 건설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7년에는 홍준표, 유승민, 김종민 모두 '탈원전'에 찬성했다. 이들이 바보인가."

 

- 윤 대통령이 '원전의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참 큰 일 낼 대통령이다. 안전만 생각하지 말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신속하게 지원하라는 의미로 한 말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단 한 번의 사고로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고리원전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당장 부산항만이 폐쇄돼 수출이 중단된다. 울산산업도시와 창원산업 단지 기업들이 문을 닫고 3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수십 년간 피난 생활을 해야 한다. 그 피해 금액은 2492조 원(일본경제연구소 보고서)에 이른다. 그런데도 원전 기업을 위해서 원전을 고집할 것인가?"
 
▲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가운데).
ⓒ 김보성

- 최근 독일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전 수명을 연장한다고 하는 등 유럽 국가들의 원전 인식이 변하는 것 같은데.

"독일 재무장관이 연말까지 폐쇄하기로 한 원전 3기를 수명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원전 수명 연장 대신 석탄 발전의 재가동을 택했다. 보수 언론은 '원전 수명 연장 검토' 보도만 하고 이후 변동 상황은 알리지 않는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10년 내 원전 10기 건설을 밝혔지만 국민 동의와 현실적 어려움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유일하게 건설 중인 플라망빌 3호기는 2007년 착공, 2012년 준공 예정이던 원전인데 2023년으로 10년 이상 연기됐고 건설비는 애초 4조 원에서 6배인 25조원으로 증가했다. 또 56기 원전 중 29기가 기기 결함으로 가동중단되어 내년 초까지 재가동이 불투명하다. 이러한 불안정한 원전을 프랑스에서 실지로 더 지을 가능성은 낮다. 불안한 전력 공급에 대한 정치인의 임기응변식 주장이다."

 

-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의힘은 탈원전 때문에 한전 적자가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전 적자는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고 한전도 밝혔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다. 한전은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다. 전기를 발전사로부터 사서 소비자에게 파는 소매상이다. 그것도 독점 사업이다. 독점사업은 적자가 날 수 없다. 기름 값, 가스가격이 폭등해서 전기요금 생산비가 올랐는데 소매가격을 올리지 못하니까 적자가 난 것이다. 전기요금은 정부가 결정한다. 정부가 표 얻으려고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하니까 당연히 적자가 나는 것이다.

 

2020년에 원유가격 등 에너지 가격이 바닥이었다. 2020년에는 4조 원 흑자를 냈다. 작년부터는 국제 원유, 가스 가격이 몇 배로 폭등했다. 그런데 선거철이라 정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았다. 적자가 안 나면 이상하다. 탈원전은 제대로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탈원전 때문에 한전이 적자났나."

 

"소형모듈원전, 미국과 유럽은 수십조원 투자하고도 실패"

 

-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어떤가. 안전하고 경제성이 있다고 하는데.

"영문으로 'small modular reactor'다. 기존 원전의 1/10 내지 1/5 용량의 작은 모듈형 원전을 말한다. 공장에서 모듈로 제작해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원전 규모가 작아질수록 건설 단가는 높아진다. 규모의 경제 때문에 지금 원전은 과거 원전의 2배, 3배로 크게 건설한다. 미국과 유럽이 지난 40년간 SMR 상용화를 위해 수십 조 원을 투자하고도 뼈아픈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그린피스에 의하면 SMR 개발 선두기업 미국 뉴스케일이 웨스팅하우스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한다. 웨스팅하우스는 처음에는 50MW에서 시작했는데 경제성 때문에 600MW, 1000메가와트로 키웠다. 그런데 수조 원의 손실을 보고 회사가 파산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에서 보고서를 냈는데, 제목이 "Small modular reactor "too late, too expensive, too risky and too uncertain(SMR,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비싸고, 너무 위험하고, 너무 불확실하다)"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추진했으나 예비타당성 부적합 판정을 받고 과기부가 공식 폐기했는데 이명박 정부 때 수출용으로 재추진했으나 또 무산됐다. 박근혜·문재인 정부가 수출용으로 재추진중이던 사업이다. 어떠한 기술을 개발해도 방사능을 제거할 수 없고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없을 것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전 세계가 에너지 과소비로 기후위기를 맞아 고통받고 있고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 기후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 하는데 한국만 값싼 전기요금으로 전기를 펑펑 쓴다. 영국, 독일보다 두 배의 전기를 쓴다는 것은 '펑펑 쓴다'고 밖에 다른 표현이 없다. 전기 소비를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