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붓다와 뇌과학

장백산-1 2022. 10. 12. 14:59

붓다와 뇌과학

 

의식

 

뇌의 각성 상태가 의식의 내용 수준을 결정

거미가 거미줄로 먹잇감 알듯 전전두엽 신경망이 의근 역할
현대 뇌과학서 전전두엽 주의신경망에 VEN 신경세포 발견
VEN 신경세포 많고 적음 따라 논리적 사고·기억력 결정돼

 

 

의식(意識)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는 현대 뇌과학도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이다. 하지만 2500여년 전 붓다는 ‘마노[意]와 법[法]들을 조건으로 마노의 알음알이[의식]가 일어난다’고 간결하게 설했다[‘맛지마니까야 148’ 여섯씩 여섯 경(Chachakka Sutta, M148)].

붓다는 우리에게 여섯 가지 감각이 있다고 보았다. 다섯 가지 감각기관[눈, 귀, 코, 혀, 피부; 전오근이라 함]에 더하여 마노[意根]라는 여섯 번째 감각기관을 설정하고, 그것의 감각 대상을 법경(法鏡)으로 대응시켰다. 그리고 감각기관인 마노가 법경을 감지하면 마노의 알음알이, 즉 의식이 된다고 하였다.

현대 뇌과학은 의식을 두 가지 측면에서 본다. 의식의 수준과 의식의 내용이다. 의식에는 반드시 의식의 내용이 있다. 예로서 사과, 자동차, 건물 등 물체를 의식하고, 감정, 망상, 생각 등도 의식한다. 내용이 없는 의식은 없다. 붓다가 ‘마노[意]와 법[法]들을 조건으로 마노의 알음알이가 일어난다’고 설한 것은 의식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즉, 의근[마노]에 감각된 인식대상[法鏡]이 의식의 내용물이 된다.

의근이 감지하는 대상은 법경(法鏡), 즉 법이라는 감각대상(dhammāramma
ṇa)이다. 이는 눈, 귀, 코, 혀, 피부[전오근이라 함]가 결코 감각하지 못하며, 오로지 마노만이 감각할 수 있다. 지난 연재에서 법경은 추상적인 것이며, 그것이 무엇이든 뇌신경회로의 활성이라고 설명했다. 그 뇌활성들은 뇌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눈, 귀 등 전오근은 결코 법경을 감지할 수 없고, 오직 마노[意根]만이 법경을 감각한다.

이제 의식의 수준을 살펴보자. 언뜻 내용이 없는 의식은 없어 보인다. 내용이 있는 의식, 예로서 꽃을 의식하든가 생각을 의식하는 등은 모두 ‘완전한 의식’ 상태이다. 불완전한 의식 상태도 있다는 의미이다. 의식의 수준에 따라 수면, 식물인간 상태, 최소 의식 상태, 최면 상태, 완전 의식 상태 등 의식의 상태는 다양하다. 의식의 수준에 따라 ‘의식의 내용물’이 담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내용을 담았더라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의식의 수준은 뇌의 전반적인 각성 수준이다.

뇌의 각성 수준이 견실해야 의식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식물인간 상태, 마취 상태, 수면 상태는 의식 수준이 매우 낮아서 감각이나 생각 등 의식의 내용물을 담을 수 없다. 그리고 최소 의식 상태에서는 의식의 내용물을 담을 수는 있지만 표현할 수 없다. 이런 상태를 ‘의식이 몸에 갇힌 상태’라 한다. 마취에서 깨어나기 직전 흔히 이런 의식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병실이라면 이때는 의료진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의식할 수는 있지만, 반응은 하지 못한다.

의식이 몸에 갇힌 것이다. 의식의 수준과 내용물은 거미줄과 거기에 걸린 먹잇감에 비유해볼 수 있다. 거미줄이 부실하면 먹잇감이 아예 걸리지 않거나, 걸려도 거미줄이 흔들리지 않아 거미가 먹잇감이 걸렸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거미줄[의식의 수준]이 튼튼해야 먹잇감[의식의 내용물]이 걸린 것을 거미가 알아차린다. 이렇게 보면 ‘의식의 수준’은 인식대상[먹잇감]에 대한 상(像, image)이 맺히는 마음거울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음거울이 부실하면 상[의식의 내용]을 맺을 수 없다.

의식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현대 뇌과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의식은 전전두엽을 정점으로 하여 형성된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의식 속으로 들어오는 모든 내용물의 신호는 궁극적으로는 전전두엽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의근[mano]은 전전두엽의 길목에 있을 것이라고 지난 연재에서 제안하였다. 내용물의 신호가 들어오는 길목에 의근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 신호들을 탐지하고 포섭하여 의식을 생성하는 전전두엽 신경망으로 전달해주는 것이 의근의 역할이다.

상좌부 불교에서는 17찰나 인식과정(vithi-citta)에서 의근을 ‘오문전향’과 ‘받아들이는 마음’에 배대시킨다. 마음을 인식대상으로 향하게 하여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의근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인식대상을 탐지하는 것이며, 뇌과학적으로 보면 인식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주의신경망(attention network)의 기능이다. 주의를 기울인 인식대상은 감마뇌파를 일으키며 의식 속으로 들어온다. 이 과정을 붓다는 의근[mano, 주의신경망]이 법경[뇌활성]을 만나면[감각하면] 마노의 알음알이[의식]가 된다고 했다. 2500여년 전의 일이다.

뇌는 11차원으로 연결된 뇌신경망이기에 의근 신경세포들도 11차원의 공간에서 전전두엽의 길목에 흩어져 존재할 것이다. 그 길목에 버티고 앉아 흘러들어오는 뇌활성을 포섭하는 의근 신경세포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물론 아직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증명된 신경세포는 없다. 하지만 주의신경망에 VEN (von Economo Neuron) 신경세포라는 특이한 신경세포가 발견된다. VEN은 매우 큰 방추체 모양의 신경세포인데, 커다란 신경가지들을 이용하여 들어오는 신호를 잘 포착하여 재빠르게 먼 곳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특성은 의근으로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증거다.


보통 20대 중반 이후부터 나이가 들면서 논리적 사고나, 기억력이 감퇴된다. 그러나 80대가 되어도 20~30대 젊은이에 비근한 인지능력을 보이는 ‘초-노인(super-ager)들이 있다.

사후 뇌검사를 통해 이들의 뇌에서 VEN이 월등히 많이 보존되어 있었음이 알려졌다. 반면에 알츠하이머 치매나 건망증에 걸린 사람들은 VEN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VEN 신경세포가 의근 및 의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러고 보면 VEN 신경세포들이 이루고 있는 신경망이 의근 신경망일 것이다. 이 신경망이 견실하면 의식이 또렷하다. 마치 거미줄이 튼튼하면 거미가 먹잇감이 걸렸음을 잘 알아차리는 것과 같다.

거미의 싸띠(sati, 알아차림)에 해당한다. 거미[sati]는 거미줄[mano, 마음거울]을 관리한다. 이를 두고 붓다는 ‘마노[意]는 싸띠를 의지한다’고 하였다[‘상윳따니까야’ ‘운나바바라문 경(S48:42)’].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52호 / 2022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