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20. 마노는 싸띠에 의지한다

장백산-1 2022. 10. 29. 16:41

20. 마노는 싸띠에 의지한다

 

부처님이 창안한 싸띠 수행, 마음근육 강화 운동


대뇌 · 분석기관 · 전전두엽으로 연결되면서 의식 생기듯
마음은 감각기관 · 마노 · 싸띠의 상호연결작용으로 생긴다
싸띠는 나쁜 마음 제거하고 좋은 마음 생성에도 역할

 
부처님은 열반으로 나아가는 마음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묻는 운나바 바라문에게 마음이 기능적으로 층계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알려주셨다.
 

지금의 인도 북부 네팔 가까이에 있었던 아나타삔디까 원림[給孤獨園]에서 운나바 바라문이 세존께 여쭈었다. “고따마 존자시여, (중략) 다섯 가지 감각기능은 각각 다른 대상과 각각 다른 영역을 가져서 서로 다른 대상과 영역을 경험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다섯 가지 감각기능은 무엇을 의지합니까? 무엇이 그들의 대상과 영역을 경험합니까?” 이에 세존께서 답한다. “바라문이여, 다섯 가지 감각기능은 마노[mano, 意]를 의지한다. 마노가 그들의 대상과 영역을 경험한다.” 질문과 답은 계속된다. “그러면 마노는 무엇을 의지합니까?” “마노는 싸띠(sati, 알아차림)를 의지한다.” “그러면 싸띠는 무엇을 의지합니까?” “싸띠는 해탈을 의지한다.” “그러면 해탈은 무엇을 의지합니까?” “바라문이여, 해탈은 열반을 의지한다.”

‘운나바 바라문 경(Uṇṇābhabrāhma ṇa-sutta, S48:42)’에 나오는 위 내용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세존의 가르침은 다섯 가지 감각기능→마노(意)→싸띠(sati)→해탈(vimutti)→열반(nibbāna)의 순서로 의지처가 전개되는데 문제는 ‘의지한다’의 명확한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다.

이미 불환자(不還者)의 성자가 된 운나바 바라문이지만 아라한(阿羅漢)이 되고자 열반으로 나아가는 마음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은 “마노는 싸띠를 의지하고, 싸띠는 해탈을, 해탈은 열반을 의지한다”고 답하셨다. ‘의지하다’는 무엇을 의미할까? ‘의지하다’라고 번역한 빨리어 원문은 ‘paṭisaraṇam’인데, 팔리성전협회(The Pali Text Society)에서는 ‘refuge in’ ‘shelter’ ‘help’ ‘protection’으로 번역한다. 이를 바탕으로 ‘paṭisaraṇam’을 흔히 ‘recourse(의지하다, 도움 혹은 보호를 구하다)’ 혹은 ‘resort(피난처, 의지처)’로 영역한다. 그래도 잘 와닿지 않는다.

세존은 다섯 가지 감각기능은 마노를 의지하고, 마노가 그들의 대상과 영역을 경험한다고 분명하게 설명하셨다. 눈은 형색, 귀는 소리, 코는 냄새, 혀는 맛, 피부는 감촉만 알지만, 마노는 이들 모두를 경험하여 인식 대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싸띠는 마노의 대상과 영역을, 해탈은 싸띠의 대상과 영역을, 열반은 해탈의 대상과 영역을 경험한다고 세존은 설하셨다. 운나바 바라문의 질문에 세존은 마음이 기능적으로 층계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알려준 것이다. 마음의 하위층은 상위층에 의지하고 도움을 받으며, 상위층은 하부층의 역할을 경험하고 보호한다는 의미다. 경험한다는 것은 하위층이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기능적으로 층계를 이루는 구조를 계층구조(hierarchial structure)라 한다. 그렇다. 뇌는 계층구조를 이루어 기능한다.

마음이 층계를 이루며 서로 의지하고 관리함을 수행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감각기능을 잘 단속하여 감각적 욕망들과 해로운 법들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세존은 설하셨다 ‘모든 번뇌 경(Sabbāsava sutta, M2)’. 세존은 지혜롭게 주의를 기울임(yoniso manasikāra)으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번뇌들은 일어나지 않고 이미 일어난 번뇌들은 없어진다고 하셨다. 인식대상에 주의(attention)를 기울이는 것은 마노의 기능이다. 마노가 주의를 기울인 인식대상은 의식[마음]에 들어온다. 다섯 가지 감각기능을 마노가 지혜롭게 관리해 해로운 법들은 떨쳐버리고 유익한 법들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싸띠가 마노의 대상과 영역을 경험한다는 것은 마노가 대상을 포섭하여 의식[마음]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싸띠는 마노가 해로운 대상을 포섭하지 못하게 관리할 수 있다. 싸띠의 이러한 역할을 세존은 ‘낑수까 나무 비유 경(Kiṃsukopama-sutta S35:245)’에서 ‘지혜롭고 슬기롭고 현명한 문지기가 있어 모르는 자들은 제지하고 아는 자들만 들어가게 한다’는 비유로 설명했다. 문지기[싸띠]가 모르는 자들[마음에 해로운 법들]이 성[마음]에 들어오지 않도록 대문[감각의 문]을 관리한다는 뜻이다.

다섯 가지 감각기관, 마노, 싸띠의 관계를 5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 비유할 수 있다. 마부[마노]는 마차[마음]를 통제하는 자[싸띠]에 의지하여 말들[5가지 감각기관]을 지혜롭게 관리하여 잘못된 길[수행에 방해되는 해로운 마음]로 들지 않게 한다. 이처럼 마음은 싸띠→마노→감각기관의 관리 층계구조를 이룬다. 마치 행정조직이 도→시→구→동으로 계층구조를 이루는 것과 같다.

좀 더 자세히 마음의 계층구조를 보자. 초기경전에서 대상을 아는 것이 마음이라고 하였다. 대상을 인식하면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상을 아는 최전선에 첫 번째 층인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있다. 감각기관이 받아들인 정보는 대뇌의 일차 감각피질로 전달된다. 두 번째 층이다. 여기에서 형색, 소리, 냄새, 맛, 촉감 등 오감의 분석이 시작된다.

분석된 감각들은 의식에 들어가기 위해 전전두엽으로 흘러간다. 그 여정에서 세 번째 층인 마노에 포섭된다. 마노가 감각들을 경험하는 것이다. 세존께서 ‘다섯 가지 감각기능은 마노를 의지한다. 마노가 그들의 대상과 영역을 경험한다’고 한 것은 이 과정을 두고 설한 것이다. 마노에 포섭되면 의식이 된다. 다섯 가지 감각기관은 끊임없이 각각의 대상을 감각하고, 마노는 빠른 속도로 그 감각들을 포섭하여 의식으로 불러들인다. 의식에 들어온 감각의 내용들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마음이 된다.

네 번째 층인 싸띠는 마노가 감각을 포섭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싸띠가 마노의 대상과 영역을 경험하는 것이다. 세존께서 ‘마노는 싸띠를 의지한다’고 한 것은 이를 설한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음의 생성은 감각기관⇄마노⇄싸띠의 계층구조를 이룬다. 하위층은 상위층에 정보를 전달하고, 상위층은 하위층을 제어[경험, 관리]한다. 이렇게 보면 ‘의지한다’는 말은 ‘관리[보호]를 받는다’는 뜻에 가장 가깝다. 세존은 이러한 마음의 층이 해탈, 열반까지 이어진다고 일렀다.

결국 싸띠의 기능은 ‘지금의 마음’이 생성되는 과정을 알아차림하는 것이다. 싸띠는 해로운 마음이 일어나면 알아차림하여 떨쳐버릴 수 있고, 마노를 잘 관리하여 유익한 마음이 일어나도록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싸띠는 나의 마음을 알아차림하는 마음근육이다. 마음근육의 힘이 강하면 선한 마음을 일으켜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세존이 창안한 싸띠수행은 마음근육 강화 운동이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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