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필요한 선지식(스승)은 이미 삶으로, 내가 만나는 사람으로 와 있다.

내게 필요한 선지식(스승)은 이미 삶으로, 내가 만나는 사람으로 와 있다.


유일하게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대 선지식의 장엄한 삶을 그저 온전히 경험해 주기만 하면 된다. 대자연에 의해 살려지는 삶을 그냥 그저 살아주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사는 삶에 시비 분별하는 내 생각으로 이 사람은 선지식이고, 저 사람은 악지식이라거나, 이 사람은 더 만나고 싶고, 저 사람은 만나기 싫다거나, 이 일은 좋고 저 일은 싫다거나 하면서 취사간택과 분별만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만나는 모든 것이 그대로 나를 일깨우는 스승(선지식)이다.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만 하지 않으면,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가 부처로써 현현한다.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은 ‘내가’ 무언가를 ‘하는’ 것이지만, 사실 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실 하는 주체인 ‘나’도 고정된 실체가 없이 비었다. 따라서 아무 것도 하지 않기만 하면 된다.

어떻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일어나는 이대로의 세상을 그냥 그저 살아주기만 하면 된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를 받아들이고 허용하고 허락해주면 된다. 삶이 일어나도록 허락하라.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닌 삶이 원하는 대로 일어나도록 허용해 주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수용해 주라. 오면 오게 하고, 가면 가게 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해야 할까? 모든 사람들 모든 것들이 바로 나의 선지식, 스승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를 그저 있는 그대로 허용해주기만 하면, 그것이 거기에 있도록 허락해주면, 저절로 지혜를 수확하게 된다. 저절로 깨어나게 된다. 심지어 괴로운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 괴로운 일을 허용해 줌으로써, 경험해 줌으로써 그 괴로운 일은 해소되고, 업장소멸이 일어난다.

모든 사람들이 바로 선재동자다. 지금 여기 있는 내 인생을 버리고, 다른 곳에서, 인도에서, 히말라야에서, 어렵게 선지식을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 있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선지식은 이미 나에게 와 있다. 삶으로 이미 와 있고, 내가 만나는 사람으로 이미 와 있다.
그들과 함께 그저 삶을 살아 나가라. 사람들은 누구나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다만 우리는 내 앞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내 식대로 판단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면서, 애착하거나 거부하다보니 스스로를 괴롭힐 뿐이다.
그런 내 안의 취사간택심, 분별심만 내려놓으면, 그들과 부딪치며 감당하며 삶을 살아나가는 것 자체가 바로 구도행각이고, 깨달음의 길이다. 지금 여기 있는 자신의 삶을 버리고 다른 곳에서는 결코 깨달음을 찾을 수 없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가 곧 전부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