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말하는 아상은 무엇인가?
불교는 아상을 부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아상(자아, atman)이라는 말은 몸과 마음을 ‘나’라고 여기는 생각, 혹은 나의 본질적인 근원이나 윤회의 주체 등을 설정하여 ‘나’라고 여기는 생각을 말한다. 이같은 허망한 아상이 일체 모든 분별과 고통과 번뇌 그리고 모든 불행의 원인이 되는 근본인 어리석은 생각인 것이다. 아상으로 인해 일체 모든 괴로움이 시작되고, 모든 분별이 시작되고, 모든 집착과 애욕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상을 좀 더 세부적으로 ‘나다’ ‘내것이다’ ‘내가 옳다’고 하는 분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나다’라고 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며 생각이 나라고 착각하는 분별이다. 몸은 우주법계의 지수화풍의 요소들이 인연따라 잠시 내 몸의 지수화풍으로 화했을 뿐 고정된 실체로써 이 몸이 영원불멸인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몸은 과거 10년 전 내 몸과 물질적인 세포로만 보았을 때 전혀 다른 물질이다. 몸은 신구의(身口意)로 지은 업(業)에 따라 우주 법계의 지수화풍의 요소들이 잠시 이 몸으로써 인연화합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 흐르면 이 몸은 없어질 터인데 고작 이 몸을 두고 ‘나’라고 이름 짓겠는가? 결국 이 몸이 ‘나’인 것은 아니다.
마음이나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내 성격’이며, ‘특기’ ‘적성’ ‘IQ'를 가지고 ‘나’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이란 것도 인연따라, 상황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며, 성격이나 특기, 적성이라는 것도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지 ‘내 성격’ '내 마음‘하고 딱 정해진 것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내것이다’하는 것은 내가 소유하고 있는 일체 모든 것들을 내것이라고 착각하는 분별이다. ‘나다’ 하는 아상으로 인해 ‘내것’이라는 소유욕이 생겨난다. 그러나 소유의 주체인 ‘나’라는 것이 공(空)하였고, 무아(無我)일진데 어찌 소유의 관념이 생겨날 수 있겠는가.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영원히 내 것이라고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잠시 인연 따라 나에게로 와서 쓰여졌다가 인연이 다하면 다시 흩어질 뿐인데, 그것을 가지고 사람들은 분별하여 ‘내 것’이 되었다가 ‘남의 것’이 되었다고 분별함으로써 괴로워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우주법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저 늘 있어야 할 자리에 인연 따라 정확하게 있을 뿐인 것을 사람들은 어리석은 아상으로 인해 ‘내 것’이라고 하며 쌓고 집착하는데 여념이 없는 것일 뿐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상은 정신적인 것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내가옳다’고 하는 생각, 내 가치관이 옳다라고 여기는 어리석은 분별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도 오직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내 생각’이라고 여기는 일체 모든 견해들은 모두가 다른 사람의 것들일 뿐이다. 남에게서 배운 것이거나, 보고 들은 것이거나, 책에서 읽은 것이거나, 그도 아니면 그 좁은 경험으로써 몇 번 체험했던 것에 대해 나름대로 해석을 붙이고 짜맞춘 것에 불과하다.
그래 놓고 그것을 ‘내 생각’이라고 고정 짓고, 그것만이 옳은 것으로 여기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내 안에서 순수한 진짜 ‘내 생각’은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 어떤 생각도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하고 분별할 수는 없다.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는 생각도 사실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상대세계에서의 분별일 뿐이지 우주 법계는 그저 그대로 여여하게 흐를 뿐, 어디에도 맞고 틀리는 것이 없다. ‘내가 옳다’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 줄 알아야 한다.
이처럼 ‘나다’ ‘내 것이다’ ‘내가 옳다’는 아상은 사람들을 괴로움으로 몰고 가는 주범이다. ‘나’라는 아상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버릴 때 참된 자기와 만나게 된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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