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를 위한, 지옥으로 모는 교육정책

"전교 1등이 망치는 대한민국"

장백산-1 2024. 4. 6. 21:41

 

김누리 교수 "전교 1등이 망치는 대한민국"

임효준입력 2024. 4. 6. 17:03
강연회서 "80% 기억하는 전쟁터 교실" 언급... "경쟁·능력주의·공정 벗어나야"
 
"경쟁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어떤 인간이 될까요?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세요?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변합니다.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라는 이 도발적인 말은 1970년 독일에서 아도르노의 사상이 교육개혁의 모토로 시작되어 54년 후, 오늘날 완전히 새로운 교육으로 성장한 독일인과 세계적으로 존경받은 나라가 된 독일이 되었습니다. '교육혁명'이 우리나라에 필요합니다."
 
 
▲ 공공의료 비판 카드뉴스의 역설 지난 2020년 9월 1일 페이스북에 ‘정부와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사실: 의사파업을 반대하시는 분
들만 풀어보세요’라는 제목의 카드뉴스. 김누리 교수는 의료정책연구소가 정부의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올린 게시물에서 엘리트의 오만함을 전형적인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의료정책연구소
 
지난 5일 오후 7시, 김누리 교수의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강연회가 마포중앙도서관 세미나홀에서 열렸다.
 

김누리 교수는 "히틀러의 파시즘을 경험했던 독일은 68혁명 이후 빌리 브란트정부가 히틀러의 세계관을 뿌리 뽑는 것이 진정한 과거청산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우슈비츠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독일 교육개혁의 목표였고 '야만적 경쟁 교육'을 없앤 교육개혁의 결과로 가장 성숙한 나라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태인 학살, 홀로코스트를 저질렀으며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20세기 최악의 범죄를 저질렀던 독일이 21세기 최고의 모범국가가 된 것은 기적"이라며 강조했다.
 
 
 
▲ 김누리 교수 김 교수는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변한다"며 "‘경쟁·능력주의·공정’ 야만의 트라이앵글에서 무너지고 있
는 대한민국을 교육혁명으로 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임효준
 
특히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로 유럽 전체와 세계가 국익 추구만 좇는 정치적 상황에서 백만 난민을 수용하고 윤리와 도덕, 정의와 인도주의라는 보편적 가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메르켈 총리와 그를 뽑아준 국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9월초 그리스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 화재로 갈데없는 1만5000 명의 시리아 난민을 독일 정부가 9월 15일 2700명을 먼저 수용하겠다는 발표에 40개 도시 수만 명의 항의시위가 일어났고 베르린 시위대 'Lager Evakuieren' 피켓 글씨에서 '인간 존엄에 걸맞은 거주지를 제공해라, 모두 독일로 보내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이 모든 힘이 경쟁 없는 교육"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 아이들이 학창시절을 '전쟁터'로 기억하고 있고 우리 교육이 승자와 패자로 나눠 '전교 1등' 승자에겐 오만함과 미성숙함이 형성되고 패자에게는 열등감과 모멸감, 패배감과 무력감, 좌절감과 절망감을 내면화하고 있다며 현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 고 서
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 지난해 9월 4일.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 현장
ⓒ 임효준
 
그는 2017년 한국개별연구원(KDI)이 한국 중국 미국 일본 4개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당신들에게 고등학교는 어떤 곳이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하는 광장 ▲거래하는 시장 ▲사활을 건 전쟁터 등 세 가지 선택문항으로 고르게 한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생의 무려 80.8%가 '사활을 건 전쟁터'라고 대답했고 미국과 중국은 대략 40%, 일본은 약 14%로 대답했다"며 "일본 학생들은 '함께하는 광장'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76%나 된다"고 강조했다.

 
 
▲ 한국교육의 현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학창시절을 ‘전쟁터’로 기억하고 있고 우리 교육이 승자와 패자로 나눠 ‘전교 1등’ 승자에겐 오만
함과 미성숙함이 형성되고 패자에게는 열등감과 모멸감, 패배감과 무력감, 좌절감과 절망감을 내면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김누리 교수
 
그는 또 "방송 프로그램에서 만난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씨에게 '어느 쪽에 속하는 가?' 물었는데 그의 대답은 '세 가지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파티였다'고 답했고 그 말은 진실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이 심어놓은 경쟁 교육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정작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탈출해 유럽 교육에 접근한 것에 대해 놀랍고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독일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었다"라며 "'경쟁교육'이 아닌 예민한 감수성과 지적 호기심으로 책을 엄청 읽고 인류가 만들어놓은 최고의 예술 작품을 즐기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누군가와 깊은 사랑을 공유하며 보내고 있고 이런 아이들이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교 1등의 의사들의 민낯과 양승태 사법농단 무죄판결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2020년 9월 1일 페이스북에 '정부와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사실: 의사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올렸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20년 9월 2일 한겨레, "전교1등 의사를 골라야?" 혹 떼려다 붙인 '의협 연구소' 홍보물관련 기사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정부의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올린 게시물에 대해 "'전교 1등'이란 말이 다 큰 성인이 유치하게 학창시절의 성적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정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찾아 볼 수 없다"며 오만한 엘리트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재판 독립을 침해한 혐의를 받은 이른바 '사법농단'의 주역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이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것에 대해 "궤변이다. 국민을 깔보고 경시하는 것"이라며 "권한이 없으니 직권남용도 불가능하고 그래서 무죄라는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미국의 능력주의와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그는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을 소개하며 “백인 노동자들은 원래 미국의 민주당을 지지하는데 오만
한 엘리트 힐러리에 분노와 증오한 그들이 공화당인 트럼프를 뽑았다”며 능력주의에 대해 비판했다.
ⓒ 김누리 교수
 
그는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공정이라는 착각>의 원제목은 <Tyranny of Meritocrary(능력주의의 폭정)>이라며 가장 모범적으로 인식되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도널드 트럼프의 출연으로 나중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의회 점거시위까지 간 것에 대한 충격적인 사태를 지적한 마이클 샌덜 교수의 통찰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백인 노동자들은 원래 미국의 민주당을 지지하는데 오만한 엘리트 힐러리에 분노와 증오한 그들이 공화당인 트럼프를 뽑았다"면서 "경쟁·능력주의에 매몰된 사회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파렴치하고 미성숙한 엘리트'가 국가를 지배하는 나라가 된다"며 한국 사회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그는 특히 '절망사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엘리트 세습>으로 알려진 대니얼 마코비치 교수의 저서 원제가 <The Meritocracy Trap(능력주의 덫)>임을 지적하며 "예전에는 대중들이 혁명을 통해 저항과 비판의식을 표출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자신의 탓'으로 돌리면서 혁명을 막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절망사'는 자살과 알콜 중독 및 마약 등을 포함하는 용어로 2018년 미국인 15만 8000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정'이라는 말이 '불공정'과 '특권'이라는 개념을 잡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는 말이지만 우리사회에서는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공정이데올로기에 잡혀있다고 지적하고 능력주의 교육, 경쟁주의 교육을 혁명적으로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 지난해 9월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있었던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에서 교사들의 질서있는 행동에 대해 많은
울림을 줬다.
ⓒ 임효준

 

 
그는 '교육혁명'을 위해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첫째 교육혁명의 주체로서 선생님들이 '정치적 시민권 박탈'에 대해 '자기해방'을 가져야 된다"며 "한 사회의 지식인집단으로 OECD 평균 10%를 목표로 의회참여를 통해 교사들의 교육혁명이 일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둘째로 저와 학부모님들은 광화문에 촛불로 나서야한다"며 "아이들에게 행복과 존엄을 이야기하며 존엄한 인간, 성숙한 시민, 개성적인 자유인이 되도록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3년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교육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며 '경쟁·능력주의·공정' 야만의 트라이앵글에서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교육혁명으로 구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누리 교수는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의 진정한 교육혁명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하고 있다.지난해 9월 4
일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 현장
ⓒ 임효준
 

덧붙이는 글 | 브런치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 계시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