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답장이 왔다,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이한기 입력 2018.10.25. 10:12
[충남 서산 부석고에서 벌어진 일] "이게 진짜 살아있는 교육"
[오마이뉴스 이한기 기자]
▲ 부석고 독서토론캠프 학생들에게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책과 손편지를 전해받은 청와대는 비서실과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담아 학생들에게 답장을 보내왔다. |
ⓒ 박영록 |
▲ 부석고 독서토론캠프 학생들에게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책과 손편지를 전해받은 청와대는 비서실과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담아 부석고 학생들에게 답장을 보내왔다. |
ⓒ 박영록 |
"청소년기는 참 고민이 많은 시기이죠. 어렸을 때 제 별명이 무엇인지 아세요? '문제아'였습니다. 이름 탓도 있지만, 방황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본인의 별명을 밝힌 내용이 담긴 이 편지는 충남 서산 부석고등학교 독서토론캠프 학생들에게 보낸 답장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7월 25~26일 부석고에서는 여름방학 방과후수업으로 독서토론캠프가 열렸다. 고3 학생들은 박영록 선생님이 추천한 책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를 읽고 토론을 벌였다. 이 책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 사회를 분석한 베스트셀러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후속작이다.
7월 26일 독서토론캠프 마지막 시간에 '지금, 여기, 나부터의 실천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김미수 학생이 '문재인 대통령께 편지를 쓰고, 책을 보내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모두 동의해 10여 명이 손편지를 써서 책과 함께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 충남 서산 부석고등학교 독서토론캠프 학생들이 지난 7월 26일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난 뒤 책과 손편지를 문재인 대통령께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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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안했던 김미수 학생은 손편지를 통해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읽고 덴마크의 교육제도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 알게 됐다"며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과연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하시는 대통령님께서 더 좋은 나라를 위해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변화시켜달라"고 자신의 바람을 적었다.
다른 학생들도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손편지에 담았다. "개인주의, 경쟁사회가 아닌 공동체주의, 협동사회가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 실현됐으면 좋겠다"(지민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달라"(이형진),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달라"(윤선아), "인간은 살아가는 내내 성장기다"(최민), "학생들이 교육 당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참여해 배우는 사회"(안두현),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라는 문구가 저의 교육에 대한 가치관을 바뀌게 만들었다"(박성희).
이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편지를 보낸 지 한 달여가 지난 9월 5일께 청와대비서실로부터 편지가 왔다. 받는 사람은 '부석고등학교 독서토론캠프 학생들'.
청와대의 답장에는 대통령비서실과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두 장의 편지가 담겨있었다. 청와대비서실은 "독서토론캠프를 보람있게 마치고 이렇게 편지까지 보내주어 참 고맙다"며 "(학생들이) 보내주신 책과 편지는 대통령님께 잘 전해드렸다"고 전했다. 덧붙여 "여러분의 마음이 대통령님께도 잘 전달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장의 편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문제아'라는 자신의 어릴 적 별명을 공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답장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 하나하나가 자신의 진면목을 찾고, 세상과 굳게 악수하는 힘이 된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라"고 적었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 고맙다"며 "당당하고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찾는 모습, 언제나 응원하겠다"고 학생들의 어깨를 다독여줬다.
▲ 지난 7월 26일 충남 서산 부석고 독서토론캠프에 참가한 고3 학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낼 손편지를 쓴 뒤 지도교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 박영록 |
부석고 독서토론캠프 고3을 맡았던 박영록 교사는 "청와대에서,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뭉클한 감동을 받았고 정말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교사는 "책에 나와있는대로 나의 작은 실천이 만든 변화"라며 "이게 진짜 살아있는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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