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나’를 쉬고 ‘나’를 알아가는 명상

장백산-1 2024. 8. 11. 22:11

‘나’를 쉬고 ‘나’를 알아가는 명상

 가마솥의 물이 끓어 넘치는 것을 막으려면  찬물을 계속 부을 게 아니라 타고 있는 장작을 빼야 한다 

‘명상하는 엄마’가 있다. 오래전, 10대 자녀 둘을 데리고 미얀마의 명상센터로 향했다. 아이는 대학 입학 후 첫 여름방학에 “엄마! 명상하러 미얀마에 가야겠어요”라고 말하였다. 엄마는 명상을 잊지 않은 아이가 반갑고, 고마웠다. 두 달 후 집에 돌아온 아이는 “명상은 계속할 것이니 엄마도 마음 편히 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였다. 지금은 구글에서 근무하며 동료들에게 명상도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서 명상을 시작했다는 이 엄마의 삶은 분명 자녀들에게도 평온해 보였으리라.

바야흐로 명상의 시대다. 명상으로 몸과 마음의 평온을 구하는 시대인 것이다. 명상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기에 모든 사람이 ‘명상’ ‘명상’하는가? 

화가 나면 대개 사람들은 그 화에 휩쓸려 버린다. 슬픔에도 기쁨에도 슬프고 기쁜 그 감정에 빠져버린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복잡한 감정과 생각들에 빠져 ‘자기’를 잃어버린다. 번아웃 상태가 되고 두통, 불안과 우울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자기’를 잃어버리고 삶까지 잃어버리게 될 지경이다.

감정이나 생각은 희한하다. 감정이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그것들의 힘은 불같이 강해지지만, 그것들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도둑이 제 발 저려서 뒷걸음치듯 슬며시 사라져버린다. 화가 날 때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면 화는 사라진다. 화뿐 아니라 어떠한 느낌과 생각도 마찬가지다. 모든 현상은 조건에 의해 일어난다. 모든 현상은 조건에 의해 일어났기 때문에 조건이 없으면 모든 현상은 사라질 뿐이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은 변한다’, ‘일어난 것은 사라진다’고 하셨다. 일어났을 때 잡지 않으면 된다. 화가 났을 때 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화를 잡아버리는 것이 중생이고 고통의 시작이다. 화를 붙잡아서 저장하는 것을 요즘은 뇌과학으로 설명하고 불교에서는 업식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저장된 기억은 과거의 일이다. 뇌는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는 곳이다. 지금의 조건은 과거와 다른데, 지금 현재를 보지 못하고 과거의 기억에 따라 반응하고 있다. 명상은 이 자동화된 반응을 멈추어 준다. 지금 현재를 보고 지금 현재에 맞는 반응을 하게 한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면 자유롭고 평온해지고 지혜가 생긴다. 가마솥의 물이 끓어 넘치는 것을 막으려면 찬물을 아무리 갖다 부어도 순간적일 뿐이다. 가마솥을 달구는 타고 있는 장작을 빼버리면 된다. 이것이 명상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일어날 때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사라질 때 사라짐을 보내면 된다.

무엇이든 결정 자체를 어렵게 여기는 보살님이 한 분 있다. 그녀는 결정하고 나서 아쉬운 점이 떠올라 이미 한 결정을 번복한다.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고 주위 사람들도 힘들어한다. 명상하는 동생은 그녀의 그러한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명상을 권하지만, 그녀는 ‘타고난 성격은 어쩔 수 없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본인 성격만 탓한다. 성격 탓이 아님을 알고자 하는 용기, 스트레스를 벗어나고자 하는 용기를 내어보길 바란다.

유연선원에서도 오는 가을부터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 많은 분이 심적으로 힘들어하고, 스트레스에 지쳐가는 모습을 본다. 물론 그동안 선원에서 진행해 온 수행 프로그램 대부분이 명상을 포함한다. 그래도 다시 더 쉽고 편안하며 누구나 함께하며 도심 속 명상인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부디 ‘나’를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나’를 찾아서 모두의 일상이 평온하기를 바란다.

희상 스님 부산 유연선원 주지 meine2009@hanmail.net

[1740호 / 2024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