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기 중 10번째 지분 유(有)
취(取)를 조건으로 해서 유(有)가 있다. 유(有)란 존재 혹은 생존이다. 혹은 업(業)으로 이해되거나, 존재양식, 생활방식 등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유(有)에도 욕유(欲有), 색유(色有), 무색유(無色有)의 세 가지 존재가 있다. 욕애는 욕유, 욕계와 대응하고, 색애는 색유, 색계와 대응하며, 무색애는 무색유, 무색계와 대응한다. 즉, 욕계의 애욕인 욕애가 있으면 욕계에 대응하는 감각적 욕망을 가지게 되고, 그러한 욕계의 애를 취착하려는 집착심을 일으키며 그로인해 결국 욕계에 태어날 수밖에 없는 욕계의 업인 욕유가 생겨나는 것이다. 색유와 무색유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곧 욕계를 초래하는 욕유의 생존방식이 있고, 색계를 초래하는 색유의 생존방식이 있으며, 무색계를 초래하는 무색유의 생존방식이 있음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면, 식욕이나 성욕, 명예욕 등의 욕계의 욕망을 지니며 살아가게 되면 욕계의 감각적 욕망을 집착하고 취하는 삶을 이어가게 되고, 그렇게 애와 취가 계속되면, 결국 욕계에 태어날 수밖에 없는 업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욕유다. 욕유는 욕계의 업들이 생겨나는 것, ‘있는 것(有)’ 정도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욕계의 업이 있게 되면 그 욕유를 조건으로 다음 지분인 욕계의 세상에 태어나는 생(生)이 있는 것이다.
이런 해석이 전통적인 해석인데, 사실 12연기의 모든 지분은 ‘지금 여기’에서 괴로움이 어떻게 생기는지를 설하는 가르침이다. 괴로움은 과거나 미래에 있을 괴로움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서의 괴로움이기 때문이다. 유(有) 또한 바로 지금 여기에서 생성되는 유(有)다.
즉, 애욕(愛)과 취착(取)을 원인으로 좋아하고 집착하는 대상을 가지려는 마음이 생겨난 것[유(有)]이다. 한 여인을 사랑하면 그녀를 애욕하고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취착심을 일으키며, 이런 애욕과 취착은 곧장 내 안에 전에는 없던 하나의 마음, 의도를 생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유 12연기 중 10번째 지분 유(有) 다. 이 유(有)가 있기 때문에 생(生)과 노사(老死)도 생겨나는 것이다.
즉 생과 노사 또한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의 생이 아니라 전에 없던 의도, 마음인 유가 생겨나면, 내 안에 생겨난 의도인 유(有)로 인해 그녀를 내 여인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행위로 이어지게 된다.
말로, 생각으로, 행동으로 즉 신구의 삼업으로 그녀에게 고백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유(有)는 행동, 즉 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는 의도하는 마음이기에 업유(業有)라고도 한다.
이렇게 행동함으로써 그녀와 나와의 데이트도 생겨나고[生], 사랑도 생기고[生], 다양한 업이 현실로 이어져 하나의 현실로 생겨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생(生)이다. 막연한 하나의 의도인 유(有)가 구체적으로 현실화한 것이 곧 생(生인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둘 사이의 사랑(生)은 생겨난 모든 것들이 겪는 변화와 소멸의 과정을 겪는다. 즉 생노병사(生老病死), 생주이멸(生住異滅), 성주괴공(成住壞空)으로 이어진다. 애와 취로 인해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면(유) 결국 그로인해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현실화되고(생) 그렇게 생겨난 사랑은 머물다가 변화하고 사라지는 노병사, 주이멸, 주괴공의 과정을 거치니, 이것이 12연기에서 말하는 ‘노사(老死)’다.
이와 같이 애욕과 취착심은 곧 유형무형의 모든 것을 생겨나게 한다. 정신적인 모든 것과 물질적인 모든 것들이 애와 취로 인해 생겨나는 과정이 바로 유와 생인 것이다. 이렇게 생멸법, 연생법의 모든 것들이 생겨난다. 이렇게 생겨난 모든 것들은 노사(老死)라는 변화와 소멸의 길을 다시 걸으니, 이렇게 해서 생노병사라는 일체 모든 괴로움이 연기되는 것이다.
이처럼 12연기에서의 생 - 노사는 꼭 태어남과 늙고 죽는 괴로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생겨나는 유형무형의 모든 것들을 말한다. 사랑도, 미움도, 원한도, 질투도, 의심도, 성공도, 실패도, 화도 모두 이와 같이 생겨나고, 돈도, 집도, 차도, 건물도, 내 몸도, 우주도 전부 이와 같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다.
글쓴이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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