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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2) - 몸도 소유물도 내가 아니다

장백산-1 2024. 12. 2. 13:56

무아(2)  -  몸도 소유물도 내가 아니다

 

사람들은 몸을 나라고 여기거나, 내 소유물, 내 생각, 내 느낌, 내 감정, 내 성격, 내 의지, 내  의식 등을 나라고 여긴다.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오온(五蘊)을 ‘나’라고 여긴다.

 

몸이 나일까? 이 몸은 음식(地), 물(水] 햇빛[火), 햇빛(火), 공기(風) 등을 공급시켜 줄 때만 존재할 수 있다. 밥이나 음식을 못 먹으면 한 두 달도 못 가서 죽고, 물이나 햇볕이 없어도 머지않아 죽게 된다. 공기를 들이쉬지 못해도 죽는다. 대지의 지수화풍이라는 외사대(外四大)가 꾸준히 내 몸으로 들어와 내사대(內四大)를 형성해야만 몸아 살 수 있다. 공기가 없으면 내가 없고 내가 없으면 공기가 없기에, 나와 공기는 연기의 관계이며 불이(不二)의 관계다.

 

10년 전 내 몸을 구성했던 세포는 지금은 없다. 10년 전의 내 몸은 지금의 내 몸이 아니다. 5년 전, 1년 전, 한 달 전, 아니 1시간 전의 ‘내 몸’과 지금 이 순간의 ‘내 몸’도 같은 몸이 아니다. 초기불교에서는 이를 ‘업보(業報)는 있되, 작자(作者)는 없다’라고 했다. 업을 짓는 자와 과보를 받는 자라는 실체적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 육체는 실체적 자아가 없고, 다만 끊임없이 인연 따라 변화해 가는 인연가합의 허망한 몸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몸에 소유권을 주장한다. 사실은 ‘내 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내 몸이다’라는 생각, 관념, 분별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나라는 생각’ 즉 아상(我相)이다.

 

이렇게 ‘나’라는 존재를 의식으로 창조해 놓으면, 거기에서 시간과 공간도 허망하게 창조된다. ‘나’는 위치를 점유하게 되고, 이 쪽에서 저 쪽으로 가기 위한 시간이 걸린다는 시공의 망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존재와 시간과 공간은 전부 허망한 착각, 망상일 뿐이다.

 

이 몸이 내가 아닌데, 나의 소유물들이 ‘내 것’일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음에도 우리는 ‘나’를 창조함으로써 ‘내 것’이라는 소유의식을 만들어낸다. 소유, 집착, 갈애, 욕망이라는 늪에 빠져든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괴롭다는 허망한 착각이 생겨난다. ‘나’라는 허망한 착각에서 괴로움이 연기되는 것이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