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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등장, 우연 아냐…한국 지배 엘리트는 파시스트"

장백산-1 2025. 1. 31. 18:46

[인터뷰] 김누리 "윤석열 등장, 우연 아냐…한국 지배 엘리트는 파시스트"

안지현 기자입력 2025. 1. 31. 15:54수정 2025. 1. 31. 16:54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인터뷰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빗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저는 1979년에 대학에 들어갔고요. 올해 정년이에요. 대학에 들어왔을 때도 계엄이었고, 지금 45년 만에 또 계엄이에요. 계엄에서 시작해서 계엄에서 끝나는 세대인 거죠."

24일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와 인터뷰 모습
 
지난 24일 만난 김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가 맞은 위기는 '우연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은 우연이 아닙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올바로 청신하지 못한 과거를, 그 후과(좋지 못한 결과)를 지금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독일 유럽연구센터 소장을 맡은 김 교수에게 12·3 사태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난 우리 사회의 현주소와 해결책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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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A. 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라고 추앙받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갑자기 미얀마 수준으로 떨어진 거죠.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은 그 이후예요. 한국의 지배 엘리트들이 보인 태도를 보고 저는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았어요. 장·차관들, 국회의원들 그리고 방송에 나와서 떠드는 학자들, 그들 대다수가 민주주의자가 아닌 파시스트였습니다. 민주주의를 이렇게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에 대해서 그들은 마치 이것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어요.

Q. 한국의 지배 엘리트들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요.
A. 우리는 '계엄'이라는 걸 정확히 잘 몰라요. 독일어로는 아주 분명해요. 계엄은 헌법을 정지 시키고 총부리를 든 군인들이 와서 국가를 지배하겠다는 거예요. 군사 통치를 말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에 대해서 정당화하고 상대화하는, 이를 옹호하는 말들을 할 수가 있어요?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이는 저런 행태들은 정말 있을 수 없는 행태들입니다. 거기에다가 학자라는 이름으로 이걸 정당화하는 이런 말들을 하는 자들을 보면서 사실 좀 절망했어요.

24일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님과 인터뷰 모습
 
Q. 윤 대통령 구속 직후,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건 역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A. 우리 현대사로 보면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에요.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굴곡이 많은 나라인데 광복 이후 80년 동안 법원을 습격하는 일은 없었어요. 한 국가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 대부분 정보 기관이에요. 우리는 정보 기관을 국가정보원으로 부르는데 독일의 경우 '헌법수호청'으로 부릅니다. 그 의미는 헌법을 지키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것에 핵심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 법원을 공격했다, 이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일 벌어진 거죠.

Q. 특히 2030 남성이 전면에 등장한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A. 그들 안에 아주 잘못된 의식이나 행동 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면 그것은 치명적인 일이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굉장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봐요.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 남성을 그걸로 악마화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이야깁니다. 기본적으로 폭력성을 드러낸 건 소수의 문제죠. 다만 분명한 건 그들이 선동에 취약하다는 겁니다. 극우 유튜버라는 사람들의 언어는 도저히 논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말에 선동 당해서 행동을 벌였다고 하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죠.
24일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와 인터뷰 모습

Q. 이들이 선동에 취약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사실은 그 이전에 젊은이들이 받은 교육 과정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독일에서는 민주시민을 위한 교육을 정치 교육으로 하는데, 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선동가 판별 교육'입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말을 할 때 선동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능력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요. 또 스스로 좋은 미디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미디어 교육도 함께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선동이 현재는 미디어 매체라는 그런 기술 환경에서 주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교육이 결여돼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 피해자인 측면도 있죠.

Q. 해결책으로 '교육'을 언급하셨는데, 우리 사회의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시는지요.
A. 독일은 1970년 교육 개혁을 했는데 핵심은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였습니다. 학교 안에 등수도 없고 석차도 없어요. 우열을 나누는 일체 행위가 금지돼 있습니다. 한국은 학교에서 12년 간 교육을 받아요. 민주주의자가 될까요? 파시스트가 될까요? 이게 핵심적인 문제예요.
 
우리가 한국 교육에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완전히 병들어있습니다. 우리는 '경쟁'을 당연시하고 우열을 낳는 걸 당연시하고 우월한 놈이 지배하는 건 당연하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잖아요. 민주주의자는 이 세계를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동체로 봅니다. 거기엔 우열이 있는 게 아닙니다. 다양성이 존중해야 한다는 거죠. 민주주의는 책 몇 권 읽었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생활 방식, 사유 방식, 삶을 대하는 감수성 여기서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민주주의자로 성장하지 못한 거죠. 제도로서의 파시즘은 이겨냈지만, 태도로서의 파시즘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4일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와 인터뷰 모습

Q. 12·3 사태가 우리 사회에 준 교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A.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하는 인물이 우리 사회에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에요. 지금 한국 사회가 파시즘의 과거를 올바로 청산하지 못한 그 후과를 지금 우리가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을 우선 잘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윤석열 사태'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한국의 지배 엘리트들이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파시스트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고요. 또 젊은 아이들 사이에서 기본적으로 잘못된 교육을 통해서 파시즘에 쉽게 현혹되는 그러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았죠. 그래서 이것을 우리가 넘어서기 위한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 이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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