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그 추락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정책당국은 물론, 다수 기업과 개미투자자들까지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중요한 펀더멘탈 악화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원화 가치 하락속도가 필자의 예상보다 2배나 빨리 진행되고 있음.
필자가 지난 연말에 금년도 환율을 예상할 때만 하더라도 달러 당 920원 안팎으로서 다수 외환전문가는 금년도 평균 환율 전망을 910원대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3월 11일 현재 970원입니다. 필자는 약 1개월 전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까지 1천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필자의 예상보다 약 2배 이상 빠르게 한국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 달러 가치 추락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원화가치 하락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인도네시아의 루피화가 하락하고 있으나, 하락속도는 한국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둘째, 상장기업의 환차손 규모도 130~15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
수출업체는 환율 예상에 실패하여 달러가 유입되는 즉시, 원화로 환전한 결과 환차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고, 수입업체는 환율전망에 실패하여 환율변동위험을 관리하지 못한 결과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습니다. 환율예측에 실패한 수출업체는 환차익이 거의 없고, 한국의 수입액이 매월 300억 달러라고 가정하더라도 2개월 동안에 약 60억(600억 달러의 10%) 달러의 환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은행들 역시 달러 약세와 엔화 약세를 예상하고 국외에서 단기로 차입한 금액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400억 달러를 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금융회사들끼리 환율변동위험을 관리했다면 우리 금융권 전체로 보면 최소한 5%(7조 원) 이상의 환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엔/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상장기업의 환차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들에 엔화 표시로 대출한 자금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3천억 엔을 넘고 있으므로 산업은행, 시중은행까지 합하면 대기업의 환차손은 중소기업보다 훨씬 더 클 것이므로 우리 기업들의 환차손이 불과 2개월 동안에 10% 이상 발생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약 19% 정도 환차손이 발생했습니다.
셋째, 경상수지 적자는 정부예상보다 10~2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
한국은행 및 민간 경제 연구소는 연초 금년도 1년간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20억 달러로 예상했지만, 2월 말 기준으로 무역수지 45억 달러 이상, 무역외 수지가 36억 달러 이상 적자가 발생하여 경상수지 적자는 2개월 동안에 8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하면, 480억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가 발생할 것이므로 정부의 예상보다 24배 이상입니다.
만약, 경제연구소의 분석대로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있다면 1~2월 경상수지 적자에 반영된 원자재가격보다 3월 현재 평균 15% 정도 상승했다는 점에서 금년도 경상수지 적자는 정부 또는 민간 경제 연구소의 예상보다 최소한 20배 정도 증가할 것입니다.
넷째, 부동산 시장 충격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 주거지역인 용인지역의 주택가격은 국토해양부(건설교통부) 실거래가격 공시를 보면 벌써 지난해 9월 대비 약 10% 정도 하락했고,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삼성 래미안과 현대 아이파크까지 미분양(3월 11일 한국경제)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도 예외가 아닙니다. 재개발 주택의 상징처럼 인식되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추락하고 있고, 서울에서도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택이 거래되기 시작했습니다. (3월 11일 한국경제 1면 톱기사 참조) 건설 기간의 이자까지 포함하면 분양자는 20% 이상 투자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은행 차입을 통해 무리하게 주택을 마련한 다수의 용인지역 주택보유자들의 투자손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한국 주택시장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중심의 붕괴는 주변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주택시장의 주춧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으므로 나머지 주변 기둥들도 중심이 무너지면 시차를 두고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강남과 용인지역은 부동산 불패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 주택정보업체들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내린다는 것은 중산층이 투자손실을 입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어려울수록 가난한 계층이 불리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동시에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섯째, 정부 발표보다 3배 이상의 실질 소득 감소도 문제.
정부는 물가 상승률을 3.9%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생활필수품 가격 대부분이 10% 이상 상승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주거비용을 줄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가구 주택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수의 중산층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높은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고, 저소득층이 거주해온 다가구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원자재 가격 상승 속도 역시 예상보다 훨씬 빠름.
한국경제는 필요한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국제 유가는, 연초 필자는 상반기까지 배럴 당 120달러 정도를 예상했으나, 3월 현재 107달러를 넘어서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상반기까지 배럴 당 15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쌀의 대체재 성격이 강한 밀 가격이 2월 한 달에 2배로 상승하자, 한국인의 주식인 쌀 가격도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계의 실질소득을 더욱 감소시킬 것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곡물 재고는 감소하는 반면에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국가의 식생활 개선으로 곡물가격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데 대부분 전문가가 공감하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한계 상황에 몰리는 중산층이 증가할 것이고, 중산층으로 위기가 확산할수록,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즉, 기업 경영환경 악화로 지난해보다 명목소득은 증가하지 않고, 생필품 가격 급등으로 실질소득만 20% 정도 상승하는 하반기에는 수도권 약 40% 이상의 가계가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 못지않은 주택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일곱째,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역시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
필자는 연초 금년도 외국인 이탈 규모를 약 500억 달러 정도로 예상했습니다만, 현재의 이탈 속도라면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펀드멘탈을 중시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성향을 생각할 때, 상기와 같이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약 290억 달러 정도의 한국보유주식을 처분하였으나, 올해에는 1월 이후 3월 11일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추이를 생각할 때, 금년도에는 최소한 500억 달러 정도의 이탈이 추정됩니다. 올해 들어 3월 11일 현재 약 70일 동안에 100억 달러 이상 순매도 되었으므로 나머지 약 280일 동안에 350억 달러만 순매도하면 500억 달러가 쉽게 유출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상장기업 전체 순이익을 생각할 때, 이미 발생한 환차손만 하더라도 기업의 재무구조는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수출시장의 환경악화 역시 기업의 펀더멘탈 악화요인이라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3월 11일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시가총액이 최소한 2천5백억 달러 이상이므로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 보유주식의 1/6만 매도하면 500억 달러 이상 유출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아르헨티나는 1996년 외국인 투자비중이 약 50%에 육박하였으나, 1997년부터 아르헨티나 경제의 펀더멘탈이 악화하자, 투자 비중을 20% 이하로 줄인 것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덟째, 국민연금도 빠른 속도로 위기를 치닫고 있습니다.
기업환경이 악화하면서 연금 지급액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연금 유입은 상대적으로 미미합니다. 펀더멘탈을 무시한 주식투자 손실도 발생할 것입니다. 연금의 고갈은 한국 중산층 가계에 미래가 없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홉째, 시장 따라잡기 재테크 전략으로 투자손실이 예상보다 훨씬 큼.
투자자 대부분이 부동산가격 따라잡기에 이어 주식시장 따라잡기에 동참한 결과 대부분 주식투자자는 예상보다 큰 투자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및 외국 주식투자자의 약 50% 이상이 최소한 20% 이상의 투자손실이 발생한 상태입니다.
이제부터는 최근 3년 동안 주택가격 따라잡기 투자자의 투자손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도권만 최근 3년 이내에 주택을 사들인 가계가 약 150만 세대로 추정됩니다. 수도권 거주자(750만 세대)의 약 20%입니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또다시 원자재가격 따라잡기 투자를 하고 있으나, 재테크 시장의 특성상 원자재가격 따라잡기 투자 역시 결국은 투자손실을 입을 것입니다.
미국, 일본 등 유럽 선진국 주가지수는 이미 5년 전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한국은 아직 연금과 개미 투자자들의 애국심(?) 때문에 시장을 받치고 있지만, 상기와 같이 우리 스스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내쫓고자 투자자는 거품가격 따라잡기 투자 행태를 반복하고 있고, 정책 당국 역시 외국인이 이탈할 수 있도록 거품을 조성하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여 외국인 투자자들은 쉽게 이탈할 수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 정도에 한국의 주가지수도 5년 전 수준으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
안타까운 것은 상기와 같은 상황이 1년 이상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6개월만 지속한다면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미국보다 오히려 높은 수도권 약 50% 이상의 가계는 가계의 실질소득이 20%만 감소하면 주거공간을 줄이거나, 열악한 주거생활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유는 식비와 교통비 및 교육비가 고급 주택인 아파트에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대형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다가구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중산층이 감소하고 저소득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이제 주택시장 거품 붕괴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약 30~40%의 수도권 중산층 가계와 대부분 중소기업이 경제난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중견건설회사 부도 증가와 함께 금융부실채권 역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것입니다.
ⓒ 카오스
원문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57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