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시민민주주의

오바마의 성공, 미국국민 하기에 달렸다.

장백산-1 2008. 11. 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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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성공, 미국민 하기에 달렸다
번호 176814  글쓴이 조기숙 펌  조회 147  누리 86 (86/0)  등록일 2008-11-6 15:14 대문 6 추천


오바마의 성공, 미국민 하기에 달렸다
(카페 '마법에 걸린 나라' / 조기숙 / 2008-10-27)


미국의 첫 아프리카계 대통령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그의 당선을 다른 모든 지지자들과 함께 환영합니다.

 

한국의 언론과 정치권은 오바마의 당선이 한국에 가져오게 될 손익계산에만 급급합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대변할 터인데 우리가 왜 미국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일희일비하느냐는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좁은 시각으로 오바마의 당선을 바라볼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의 이익은 우리에게 손해라는 제로섬 게임식의 발상은 맞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오바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세계 시민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바마의 당선을 반기는 이유는 그의 성공이 단지 아메리칸 드림을 증명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의 당선은 인류 역사의 진보라는 면에서 희망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오바마의 당선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투표권을 제대로 사용하게 된 지 40여 년이 지나서야 가능하게 된 일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소수가 독점했던 권력이 보다 많은 국민에게 분산되어 온 과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오바마의 당선은 바로 그 분산된 권력을 행사한 민초들의 승리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의 당선이 차별을 뛰어넘어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진보의 역사로 기록되기를 희망합니다.

 

오바마후보였기에 아프리카계 대통령의 탄생을 수십 년 앞당기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로 오바마 당선자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사람입니다.

미국의 한 정치 평론가는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힐러리는 일꾼, 오바마는 시인이기 때문이라고……'

 

국민은 평상시에는 일꾼을 필요로 하지만 위기 시에는 선지자, 즉 시인을 기다리게 됩니다. 오바마의 당선은 현재 미국이, 아니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모든 것을 일거에 해결해 줄 것이라는 무모한 기대를 하게 됩니다. 오바마 당선자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이라니 이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설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조금만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오바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상원에서 과격 공화당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을 막을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지 않는 한, 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의원이 모두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도 난망한 것입니다.

 

미국의 의회는 공화, 민주를 막론하고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PAC(정치행동위원회)의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특수이익집단들의 로비에 포획되어 있는 미국의 의회가 얼마나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한 마디로 미국의 정치는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점진주의로 점철된 워싱턴이 생소한 대통령을 얼마나 환영하게 될지도 의문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오바마의 당선을 걱정했던 것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실망할 미국 국민을 걱정해왔습니다.

 

오바마에 대한 과도한 국민적 기대야말로 가장 큰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에게는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는 자세야말로 오바마의 성공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해줄 것이 없으니 국민 하나하나가 정책 하나하나를 감시하고 참여해서 작은 변화라도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굳은 자세를 다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바마의 꿈은 처절한 실패로 끝나게 될 것입니다. 매일 매일 두 눈을 부릅뜨고 미국의 거대한 파워엘리트의 거미줄로부터 오바마 대통령을 지켜내는 것이 지금부터 미국 국민이 해야 할 일입니다.

 

2002년 우리에게도 변화와 희망으로 당선된 한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금융위기와 카드채 위기, 북핵위기, 지역주의, 부패의 위기로 점철된 가운데에서 탄생한 그에게 국민들은 과도한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는 마법사도 사기꾼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원칙과 비전을 가지고 존재하지도 않았던 민주적 절차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전문가들조차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그가 실패한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클린턴 정부의 실패가 부시 정부의 탄생을 가져왔다는 주장만큼이나 어리석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 대통령이 높은 국민적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주지 못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건 그 기대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그를 그리워한들 그가 다시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미국민은 한국민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기대합니다.

 

국민들이 노력한 만큼 성공한 대통령을 갖는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 출처 - http://cafe.naver.com/chomagic/673

 

ⓒ 조기숙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76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