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보다 늦게 출가한 한 스님이 안거중에
편지를 보내 왔는데 그 내용은 대강 이렇다.
'저는 요즘 기도하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진이 잘 안됩니다.어떻게 해야 되는지요?
선정에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요즘 앉아서 잠을 자고 있으나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것인지요?
이 삼복 더위에 뚱딴지 같은 물음이라
이자리를 빌어 대답 하기로 한다.
잘 들으라.
삶에 어떤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그 자신의 삶이 있을 뿐이다.
정진이 잘 안된다고 했는데,
정진이란 무엇이며,
왜 정진하는지 그일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물론 정진은 한결같이 꾸준히 나아감을 뜻하는 말이다.
날씨처럼 갠날도 있고 흐린날도 있듯이 정진도 또한 그럴 것이다.
잘 안되면 안되는 대로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지속한다면
마음에 분별이 사라질 때가 올것이다.
인욕과 정진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참는 것이 곧 정진이다. 인욕으로 정진 삼으라는 말이다.
우리가 정진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다.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 무엇인가에 집착하면 그것은 정진이 아니다.
명심하라.
우리가 정진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그 무엇인가를 드러내기 위해서다.
그 무엇인가와 그 무엇을 위해 정진하는 사람이 하나가 되도록 하라.
이와 같이 한다면 그대의 삶 자체가 곧 선정 삼매가 될것이다.
뭐. 앉아서 잠을 잔다고? 웃기지 말게.
잘 바에야 누워서 편히 잘것이지 앉아서 비몽사몽 꿈속을 헤멜게 뭔가.
옛 수행자들은 너무나 절실한 문제 앞에서 마음놓고 잠들 수 없어
자지않고 앉아서 정진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내게도 한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대 에게도 편히 잠들수 없을 만큼 절실한 과제가 있는가?
수행자는 무엇 보다도 정직해야 한다.
곧은 마음이 도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앉아서 잔다고 득 될게 없다. 졸리면 두다리 뻗고 편히 자거라.
잘때는 그대 전체가 잠이 되고
깨어 있을때는 성성 적적(惺惺 寂寂) 하게 온 몸으로 깨어 있으라.
투철한 자기 결단도 없이 남의 흉내나 내는 원숭이 짓 하지마라.
그대 자신의 길을 그대 답게 갈 것이지 그 누구의 복제품이 되려고 하는가.
명심하라.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순간 순간 자각하라.
한눈팔지 말고, 딴생각 하지말고, 남의말에 속지 말고, 스스로 살피라.
이와 같이 하는 내 말에도 얽매이지 말고 그대의 길을 가라.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
끝으로 덧 붙인다.
너무 긴장하지 말아라.
너무 긴장하면 탄력을 잃게되고 한결같이 꾸준히 나아가기도 어렵다.
사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수행의 길도 예외는 아니다.
자고나면 새로운 덩굴 위를 향해 뻗어가는 인동처럼 수행자의 삶도 그래야 한다.
수행에는 시작은 있어도 그 끝은 없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 거듭 털고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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