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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이야기--우리의 뿌리를 찿아서] 별들의 일생 (2)

장백산-1 2011. 2. 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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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이야기] 별들의 일생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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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일생 ②
2010년 07월 27일(화) 12시 47분 김경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krkim@snu.ac.kr  
 
우리의 뿌리를 찾아서 Ⅷ
 
▷ 인도의 찬드라세카르(1910~1995)
1928년 거성들이 걸어야할 진로에서
별의 크기가 중요함을 처음을 이론
적으로 논의하였다. 1983년에 이르
러서야 노벨상을 수상하여 일명 ‘
경로상’이라는 후문을 남기기도
하였다.
1928년 영국으로 가는 배위에 한 문제에 골똘히 잠겨있는 18세의 인도인 청년이 있었다. 후일 1983년 노벨상을 받게 되는 찬드라세카르(1910~1995)였다. 찬드라세카르가 가졌던 질문은 ‘연료를 모두 태워버린 별이 자체 중력을 지탱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가져야 할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하는 것이었다.

헬륨 융합을 하여 별의 내부에 탄소를 만들기 시작한 적색거성이 헬륨융합을 거의 마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찬드라세카르는 유학길에서 바로 적색거성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진로에 대하여 처음으로 이론적인 추론을 한 것이며 별의 크기, 즉 질량이 중요함을 알게 된 것이다.

 

파울리의 배타원리와 찬드라세카르 한계

우주의 모든 입자는 서로 같은 상태를 피하려는 성질(파울리의 배타원리로 파울리는 이 업적으로 1945년에 노벨물리학상 수상함)을 가진 전자․양성자중성자들로 되어 있다.

원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원자를 이루는 전자들은 각자 제 나름대로의 에너지나 운동량을 가지고 원자 크기 정도의 공간 내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 우리의 별 태양의 일생을 보여주는
모식도.
그런데 별 중심부가 점점 압축이 되면서 밀도가 10 6 g/㎤에 이르면 원자와 원자가 서로 닿아 전자들이 각자의 소속을 잃어버리고 떠돌아다니게 되며, 어느 한 원자 내에 있던 전자들이 상대편 원자 내에 있는 전자들과 다른 상태를 취하기 위하여 더 높은 에너지나 운동량을 가져야 한다.

별이 주계열성이나 적색거성 단계에서 열과 중력이 균형을 이루며 안정한 상태를 이루었던 것과 비슷하게, 이제는 배타 원리에서 발생한 반발력이 자체의 중력에 의한 인력과 서로 균형을 이루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찬드라세카르가 깨달은 것은 이런 배타 원리로 인한 반발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
이었다. 왜냐하면 전자의 속도가 빛의 속도를 넘어 더 빨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


▷ H-R도에서 살펴 본 우리별 태양의 진화경로. 약 50억
년의 나이를 가진 태양이 앞으로 약 50억년 이후에는
적색거성, 백색왜성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흑색왜성으로
사라지는 운명의 길을 밟게 될 것을 예언하고 있다.



찬드라세카르는 태양 질량의 약 1.4배보다 작은 별은 전자들의 양자역학적 반발력으로 중력에 의한 수축을 견디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런 최종 상태로 정착한 별이 바로 백색왜성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즉, 헬륨의 융합을 거의 마친 적색거성의 진로는 그 별의 크기, 즉 질량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그 중요한 경계는 우리 태양의 질량의 약 1.4배(1.4M⊙)에 해당하는데 이를 찬드라세카르 한계라고 부른다.

 

우리별 태양의 장래는 백색왜성


▷ 탄소 산소로부터 더 무거운 마그네슘, 황 등의
원소들이 합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

우선 태양처럼 별의 크기가 찬드라세카르 한계보다 작은 별들을 살펴보자. 별 내부에서 이용될 수 있는 땔감은 탄소인데, 탄소를 연소시키기 위해서는 물론 더 높은 온도(최소 약 8억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찬드라세카르 한계보다 질량이 작은 별은 중력의 힘이 별 내부의 온도를 이렇게 높일 수 있을 만큼 크지 못하다. 따라서 헬륨 융합이 약해지면 중력의 힘으로 인해 다시 수축이 일어나 온도가 높아지지만 탄소의 연소에까지는 이르지는 못하며, 별빛은 적색에서 백색으로 바뀌면서 백색왜성이 된다.

백색왜성은 1863년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별(시리우스A)의 옆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시리우스B라 명명되었다. 1914년 아담스가 시리우스B의 분광띠(스펙트럼)를 찍음으로써 질량은 태양 정도인데 반하여 크기는 겨우 지구만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별이다. 


▷ 외부에서 내부로 겹겹이 수소, 헬륨, 탄소-산소,
마그네슘, 황, 규소, 철에 이르는 층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거성의 내부 모식도

질량이 1.4M⊙ 이하로 반지름은 5천㎞ 정도이고, 부피 1㎤에 약 106g의 질량이 들어 있는 백색왜성은 그 뒤로도 많이 발견되었으며, 가장 뜨거운 것은 표면 온도가 15만 도, 가장 차가운 것은 5천 도 정도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빛을 다하면 흑색왜성으로 바뀌면서 일생을 마감한다. 물론 이들은 서서히 식으면서 궁극적으로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 별 태양과 비슷한 별은 가스와 먼지 상태의 성운에서 원시별을 거쳐 ‘주계열성’으로 탄생하여 일생을 보내다가 나중에는 적색거성, 변광성의 단계를 거쳐 백색왜성, 그리고 결국으로 흑색왜성으로 변하면서 그 일생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태양도 앞으로 약 50억 년 후에는 혹시 그 때까지 지상에 살고 있을지도 모를 생명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으로 진화할 것을 H-R도가 보여주고 있다.


▷ 1967년 캠브리지의 대학원생
시절 중성자별을 발견한 죠슬린
벨과 그녀의 지도교수 휴이시.
휴이시는 전파천문학을 개척한
공로로 197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으나 벨은 수상자대열에
끼지 못하여 많은 구설수를
남기고 말았다.
찬드라세카르는 1919년 개기일식 때 별빛이 태양주위를 지나면서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는 것을 밝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맞는 것을 증명한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 경의 제자였다.

그러나 에딩턴은 “자연의 법칙은 터무니없이 별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던 당시의 많은 과학자들처럼 찬드라세카르의 충격적인 이론에 도저히 찬성할 수가 없었다. 사실 에딩턴의 반대로 찬드라세카르는 이런 연구를 포기하고 대신 성단의 운동과 같은 다른 문제로 방향을 돌리도록 설득을 받았다. 이런 것들이 그의 노벨상 수상을 늦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소문이 전해진다.

여담이지만 자신이 동양인으로 차별을 받은 것에 심한 상처를 받고 자녀를 두지 않기로 작정하였다는 찬드라세카르이지만, 위스콘신 주의 여키스천문대에서 장시간 운전을 해가며 시카고대학교로 유학 온 중국의 리정다오와 양전닝을 교육시켜 1957년에 이들을 자신보다도 앞서 노벨상 수상자로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양파모양의 별의 구조


▷ 벨이 중성자별을 발견한 황소자리 게성운.
1054년 초신성폭발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던
곳이다.
그런데 찬드라세카르가 계산한 대로 1.4M⊙보다 더 큰 별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별의 중심부에 탄소가 쌓이는 과정도 앞서 수소가 타서 헬륨이 쌓이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탄소의 중심부도 덩치가 커지면 결국 자기 압력으로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그러다가 내부 온도가 10억 도에 이르면 나트륨이나 네온과 같은 더 무거운 원소가 차례로 만들어지면서, 큰 적색거성의 내부는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양파처럼 헬륨, 탄소, 질소, 네온, 마그네슘 등 차례로 원소의 층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별의 질량이 태양의 질량의 약 10배 이상이 되는 별들은 최종적으로 별의 내부가 철인 중심부를 여러 원소의 층들이 양파처럼 둘러싸는 내부 모습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각 단계마다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과정을 겪었을 것임은 말할 것도 없으며, H-R도의 적색거성 자리에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여정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 중성자별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식도.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융합 반응이 왜 철 원자핵에서 그치고 마는 것일까? 그것은 철의 원자핵이 가장 안정하기 때문이다.

철의 원자핵에 이르기까지 일어나는 융합 반응은 무겁지만 더 안정된 핵으로 융합하면서 질량결손이 발생하며, 바로 이 질량변화로 인하여 에너지가 계속 발생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 1972년 발사되어 1983년 마침내 태양계를 떠난
파이오니어 10호에 실어 보낸 황금판에 그려져 있었던 몇
가지 중요한 지구정보. 펄서의 위치와 거리가 표시되어
있어 이 발견이 당시 과학자들에게 안겨준 흥분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이와는 반대로 이들 원소가 합성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에너지를 필요로 하므로 지속적으로 반응이 진행될 수가 없다. 즉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오히려 핵분열을 하여 작은 핵들로 깨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한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원자폭탄이 핵의 분열반응을 이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별들의 장렬한 최후

흥미로운 질문이 머리에 하나 떠오른다. 왜 빅뱅 시절에는 이런 여러 반응의 시작이 되는 헬륨의 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헬륨 핵 셋이 만나 탄소의 핵으로 융합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높은 농도의 헬륨핵과 함께 이런 반응이 계속되기 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우주에서 이런 조건을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자, 이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원소들이 초거성 밖으로 빠져 나와 우주에 퍼지는 과정만이 남아있다. 이런 과정으로 과학자들이 밝혀낸 것이 바로 초신성의 폭발이다.


▷ 눈에 보이는 별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동반선 주위를 도는 쌍성계의 모식도.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며 서로의 주위를 도는 두 별을
쌍성계라고 부르며, 앞의 모식도에 보이지 않는
별이 블랙홀인 것으로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적색 초거성의 핵이 철에 도달하면 자연히 폭발력이 줄어들게 되면서 중력이 다시 힘을 발휘하여 엄청난 속도로 수축이 일어난다. 철 중심부가 붕괴되면서 물질이 더욱 압축되면 그 속을 떠돌던 전자들의 운동에너지도 충분히 커져 양성자와 결합하면서 중성자를 만든다.

그리고 밀도가 10
13 g/㎤에 이르면 물질은 충분히 압축되어 중성자와 중성자가 서로 닿게 될 정도가 된다. 이렇게 되면 중성자들의 운동에도 불확정성 원리가 적용되어 중성자들이 양자역학적인 반발력을 내게 된다. 그 결과로 급격히 무너져 내리던 별의 중심부가 마치 딱딱한 벽에 부딪힌 것처럼 붕괴를 멈추게 된다.

그러면 바깥에서 중심으로 떨어져 내려오던 물질이 축퇴된 중심에 부딪혀 튕겨 나가게 되는데, 이렇게 튕겨나간 물질들이 별의 외각부를 밀어붙여 별이 터지게 되는 현상이 바로 초신성의 폭발이다. 우리들에게는 마치 새로운 별이 태어나는 것으로 보여 ‘신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지만, 초신성의 폭발은 실제로는 별이 장렬한 폭발과 함께 그 일생을 마치는 길인 것이다.


▷ 엄청난 x-선을 방출하면서 청색 초거성 주위를 회전
하는 백조자리의 쌍성. 이곳에 바로 보이지 않는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별 표면에
있던 물질들이 떨어져나가 보이지 않는 동반성으로 빠져
들어가면서 나선운동을 하고 이에 따라 매우 뜨거워
지면서 x-선을 방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폭발을 뒤따르는 충격파로 바깥에서 차례로 수소연소, 헬륨연소, 탄소연소, 실리콘 연소가 다시 일어나면서 별에 남은 나머지 연료를 소모한다. 그러나 철은 연소를 못하는 대신 일부가 감마선으로 붕괴되면서 많은 양의 ‘중성자’를 내놓게 된다. 매 은하계에서 일세기에 한번 정도 폭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초신성 폭발의 기록이 많이 남아있음을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다.

이렇게 자신이 내부에 가지고 있던 엄청난 양의 물질들을 우주로 쏟아 부으며 폭발한 초신성은 이후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초신성 폭발 이후 마지막으로 밟아가는 길 역시 이들의 크기에 따라 다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태양의 약 5배 이하인 초신성은 폭발 후 중성자별로, 질량이 태양의 5배 이상인 초신성은 폭발 후 블랙홀로 가면서 그 일생을 마친다. 즉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은 별이 도달하는 일생의 마지막 종착역인 것이다.

 


중성자별 ‘펄서’

찬드라세카르가 백색왜성의 가능성을 예견하던 거의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의 과학자 란다우는 또 하나의 종착역 별을 예측하였다. 전자가 아니라 중성자와 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배타원리의 반발력에 의해서 지탱되는 별로서 이를 중성자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를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1967년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대학원생이던 조슬린 벨과 그녀의 지도교수이었던 휴이시가 1054년 초신성 폭발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던 황소자리 게자리 성운의 중심에서 매초 약 30번씩 강한 에너지를 내는 별을 발견한 것이다.

 

조슬린과 휴이시는 처음에는 너무나 일정한 주기 때문에 자신들이 은하 안의 외계 문명과 접촉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흥분하여 최초로 발견한 네 개의 전파원을 LGM1-4라고 불렀었다. 그러나 이 천체들은 1초에 한 바퀴를 돌아도 깨어지지 않을 정도로 밀도가 아주 높고 빠른 속도로 자전하는 중성자별이라는 것을 깨달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태양 질량의 약 5배 정도 되는 별들이 초신성 폭발 이후 중심에 남게 되는 중성자별이었다.

대개 10㎞의 지름을 가진 중성자별은 0.001초로부터 10초 사이의 주기로 매우 빠르게 회전하면서 라디오파를 내기 때문에 펄서라고도 부른다. 중성자별은 이들이 생성될 당시 별이 엄청나게 수축하기 때문에 자기장이 매우 강력해지는데, 중성자별 주변의 자기장에 갇힌 이온 물질들이 내는 세찬 전파가 중성자별이 돌 때마다 등대처럼 주기적으로 우리들에게 밀려오는 것이다.

펄서, 즉 중성자별은 자장을 가지고 있으며, 양성자와 전자를 가속시켜 두 개의 쌍둥이 전자파(라디오파)를 발생하게 만든다. 더욱이 중성자별은 엄청난 중력으로 주위의 물질들을 자신의 표면으로 끌어당기면서 뜨거워져 엄청난 양의 X-선을 방출하게 된다.


▷ 별의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일생을 걷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식도. 무거운 별들은 결국 초신성 폭발을 통해서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가면서 일생을 마치는 것을 보여준다. 이 경계가 태양의 약 1.4배이며 이를 찬드라세카르
한계라고 부른다

거기 누가 있나요?

1972년 3월에 발사된 후 1983년 6월 14일 마침내 태양계를 떠난 파이오니어 10호에 실어 보낸 황금판에는 몇 가지 중요한 지구 정보가 들어 있었다. 이곳에도 펄서의 위치와 거리가 표기되어 있어 당시의 과학자들이 가졌던 흥분을 반영하고 있다(양성자, 전자 스핀축 : 에너지 차, 21.1㎝, 14개의 펄서의 방향 및 주기(2진법), 여성의 모습: 키=21.11㎝×8).

 

펄서가 발견된 7년 후인 1974년 벨의 지도교수인 휴이시는 전파천문학을 개척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정작 중성자별을 발견한 벨은 노벨상 수상자의 대열에 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대하여는 지금까지도 많은 구설수가 있는데 그녀가 여성 때문이었는지, 벨이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공로를 독차지하려던 휴이시의 욕심 때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중성자별은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미국의 천문학자 헐스와 그의 지도교수인 테일러는 주기가 0.001에 가까운 천체 PSR 1913+16의 두 중성자별의 펄서를 정밀하게 관측하여 중력파를 추적하고 있었다. 중력파란 아인슈타인이 1916년 그의 중력이론을 세우면서 그 존재를 예언한 것이다. 중력은 전자기력에 비하여 10 36 배나 약하기 때문에 그 검출이 매우 어려운 난제였다.

 

8시간마다 서로 한 바퀴씩 공전을 하는 이들 두 중성자별은 회전운동으로 인한 중력파로 인하여 에너지를 잃게 되며, 이론적으로 일년에 1만 분의 1초 정도로 공전주기가 느려지게 된다. 헐스와 테일러는 이 별을 세밀히 관측한 결과 4년 동안에 0.000414초만큼 공전주기가 길어지는 것을 알아냈다.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발견한 이 연구는 1993년 이들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겨주었다.

헐스는 이 분야의 연구를 그만둔 지 오래였는데 헐스와 함께 수상하는 것이 아니면 상을 받지 않겠다는 테일러의 요구로 헐스에게도 상이 주어졌다고 한다. 중성자별과 관련되어 인심 좋은(?) 테일러와 인심 고약한(?) 휴이시가 보여준 대조적인 모습이다.

 

검은 구멍 ‘블랙홀’

질량이 태양보다도 다섯 배 이상 무거운 별들은 초신성 폭발 이후 그 운명이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아마 이들의 마지막 종착역이 블랙홀일 것으로 믿고 있다. 블랙홀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중력장이 너무 커서 심지어 빛까지도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심연이다.

그런데 빛까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을 과학자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그 존재를 알아낼 수 있을까?

블랙홀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과학자들은 블랙홀이 그 주위의 물체들에 미치는 중력의 효과를 통해서 블랙홀의 존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두 별이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며 서로의 주위를 도는 쌍성계를 많이 관측하였다. 그런데 이 중에는 눈에 보이는 하나의 별이 보이지 않는 어떤 동반성 주위를 도는 쌍성계들도 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동반성이 바로 블랙홀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너무 희미해서 보이지 않는 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학망원경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양의 X-선을 방출하면서 청색 초거성 주위를 회전하는 백조자리의 쌍성, 시그너스가 바로 블랙홀인 것으로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별 표면에 있던 물질들이 떨어져나가 보이지 않는 동반성으로 빠져 들어가면서 나선운동을 하고, 이에 따라 매우 뜨거워지면서 X-선을 방출하게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보이는 별의 관측궤도를 통해 추정한 이 보이지 않는 동반성의 최소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6배 정도로서,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이 되기에는 너무 커 블랙홀이 분명할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예측이다.

 

태양의 5배 이상 되는 질량을 가지는 별들의 중력이 너무나 커져 지름이 3㎞ 이하로 수축되어 10 16 g/㎤ 이상의 밀도를 가지게 되면 빛도 끌어당기며, 일단 빨려 들어간 빛은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블랙홀로서 일생의 마지막 종착역을 맞는 것이다.

 

우주로 퍼져가는 원소들

적색거성을 거치는 동안 만들어진 철까지의 원소들은 초신성의 폭발과 함께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을 그 중심에 두고 초거성 밖으로 빠져나와 우주로 퍼져나가게 된다. 그런데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은 어떻게 만들어져 태양계를 만들어낸 것일까? 다음 글에서 우라늄까지의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우리의 뿌리찾기 여정을 계속하기로 하자.

 

김경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krkim@snu.ac.kr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화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해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지구환경과학부 학부장 겸 BK21사업단장으로 있으며, 해양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