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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이야기--우리의 뿌리를 찿아서] 자연의 연금술사 '중성자'(中性子)

장백산-1 2011. 2. 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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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이야기] 자연의 연금술사 ‘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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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연금술사 ‘중성자’
2010년 09월 20일(월) 14시 27분 김경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krkim@snu.ac.kr  
우리의 뿌리를 찾아서 IX
<

 


 

▷ 별의 크기에 따라 각기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으로, 또는
적색 초거성을 거쳐 초신성으로 폭발한 후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가면서 남은 여러 물질들이 다시 우주로 흩어지는
별의 생애를 보여주는 모식도.
우리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태어났다가 결국은 죽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물론 살아 있는 동안 생명체들은 끊임없이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이 에너지의 원천은 궁극적으로 우리 별 태양이다.

생명체들은 에너지를 생활에 적절히 잘 이용하며 살다가,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그 기능을 상실하고 전체적인 조직의 기능이 와해되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의 과학은 옛 사람들이 당연히 영원하리라 믿었던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태어났다가 죽는 과정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지구보다 덩치가 수백만 배에서 수억 배에 이르는 거대한 별의 운명이 아주 작은 세계인 원자핵 안에서의 자연법칙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 의아스럽기도 하다.

 

별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에너지는 핵융합 반응이었다. 별이 되기 위해서는 별의 내부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핵융합을 하는 1천만 도의 불꽃이 켜져야 하므로 최소한 태양 질량의 0.08배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 한다.

별의 크기에 따라 중력에너지가 별의 내부에 제공할 수 있는 내부의 온도가 정해지며, 궁극적으로 철의 합성에 이르는 별의 진화과정이 진행된다. 그러나 별들의 질량이 한정되어 핵융합에 쓰일 수 있는 원료가 제한되어 있으므로 별은 핵융합 반응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는 없다. 그러므로 별은 크기에 따라 결국에는 백색왜성,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이 되면서 그 일생을 마친다.


▷ 2010년 6월 14일 미국항공우주국이 찬드라 x선 우주
망원경으로 관찰한 대마젤란은하 안에서 약 5천년전 폭발이
일어난 초신성 폭발 사진. 이 은하는 우리 은하계에서 가장
가까운 불규칙 은하로 17만 광년 거리에 있다.
우리는 별의 내부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융합되는 맨 처음의 융합 반응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주계열성 시절을 시작으로, 별의 크기에 따라 철까지의 원소가 만들어지는 융합 반응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적색거성까지의 진화와 초신성 폭발로 장렬히 전사하는 별의 일생을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다.

그러나 태양계에는 원자번호 26의 철보다 훨씬 더 무거운 원자번호 92의 우라늄에까지 이르는 많은 원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도대체 이들 원소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별이 일생을 마치는 거대한 초신성 폭발의 순간에 철보다 무거운 새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연금술의 향연이 일어나며, 이런 향연을 이루어내는 연금술사가 바로 중성자라는 것을 밝혀냈다

.

중성자를 찾아서


▷ 태양계를 구성하는 원소들의 상대적 분포모습.
 
오늘날 우리들은 양성자중성자로 된 원자핵과 그 주위에 위치한 전자들로 되어 있는 원자의 구조를 알고 있다. 이런 원자를 구성하는 세 성분중 중성자는 가장 뒤늦게 발견된 원자구성성분이다.

중성자의 발견도 물론 다른 연구와 마찬가지로 단번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1930년 보테와 베커는 폴로늄(Po-210)에서 방출되는 알파입자를 베릴륨(Be-9)에 쏘면 입사된 알파선보다 에너지가 더 크며 투과력이 강한 방사선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반응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대해 더 자세한 연구를 계속하지 못했다. 베릴륨은 알파입자를 흡수하고 중성자를 잘 방출하는 원자핵으로서 요즈음도 중성자의 발생원으로 많이 사용된다. 베릴륨을 알파선을 방출하는 원소와 함께 두면 베릴륨이 알파입자를 흡수하면서 중성자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 중성자를 발견한 채드윅.
1931년 캐빈디쉬 연구소의 채드윅도 이와 같은 실험을 하다가 이 방사선을 2㎝ 정도 두께의 납과 금속판에 통과시켜 보았다. 놀랍게도 베릴륨과 계측기 사이에 놓여 있던 금속판의 두께에 상관없이 계측기에서는 같은 양의 방사선이 관측되어 이 방사선이 투과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욱이 이 방사선이 통과하는 길에 파라핀을 놓아두면 계측기에서 관측되는 방사선의 계수가 현저히 증가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채드윅은 이들 방사선의 비적을 조사해 이들이 양성자의 비적과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베릴륨에서 나온 방사선이 파라핀과 상호 작용해 양성자를 방출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베릴륨에서 나온 방사선이 2㎝ 정도의 납을 쉽게 통과하는 것으로 볼 때 이들은 전하가 없는 중성인 알맹이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바로 중성자가 발견된 중요한 실험으로
9 4 Be+ 4 2 He → 12 6 C+ 1 0 n과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사실은 1931년에 이와 비슷한 실험을 퀴리 부인의 사위인 졸리오와 딸 이렌느가 채드윅보다 먼저 수행했었다. 이 방사선을 수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파라핀에 통과시키면 아주 큰 에너지를 가진 양성자가 방출되는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이들은 이것을 에너지가 아주 큰 감마선으로 생각해 아깝게도 중성자 발견의 영광을 채드윅에게 넘겨주고 만 것이다. 이를 몹시 안타깝게 여기던 퀴리 부인은 1934년 이미 사경을 헤매고 있던 때에도 이렌느와 졸리오가 인공 방사능을 최초로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 “이제 옛날 우리 실험실의 영광을 다시 되찾았다”고 기뻐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이렌느와 졸리오는 이 연구로 1935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 실험에 열중하고 있는 퀴리 부인과 딸
이렌느. 이렌느와 남편 졸리오는 중성자
발견의 영예는 못 차지했지만 인공방사능의
발견으로 193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물리학자들은 처음에는 1931년 채드윅에 의해 새로 발견된 중성자가 양성자와 전자의 결합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34년 채드윅과 골드하버가 중수소에 감마선을 쪼여 양성자와 중성자로 갈라내고, 이때 나오는 중성자의 질량을 측정해 양성자와 전자의 질량의 합보다 크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중성자가 하나의 독립된 입자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로써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 양성자, 그리고 중성자가 마침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중성자가 발견된 다음해인 1932년 하이젠베르크는 중성자가 핵의 구성요소이며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아주 좁은 범위에서만 작용하는 강한 핵력에 의해 결합되어 있다는 이론을 발표해 자연계 내에 작용하는 새로운 힘, 즉 강한 핵력을 등장시켰다. 중성자는 이렇게 핵 내에서는 매우 안정하지만 핵 밖으로 방출되면 불안정하다. 중성자의 반감기는 약 15분 정도이며, 붕괴해 양성자, 전자, 그리고 중성미자가 된다.

페르미가 밝힌 베타붕괴의 비밀

이와 같은 중성자의 발견은 당시까지 아직 설명되지 못하던 베타붕괴, 즉 핵의 전자방출 현상을 해결해주었다. 베타붕괴는 불안정한 원자핵이 베타입자(전자)를 방출하고 중성자와 양성자의 비율을 변화시켜 안정한 원자핵으로 변환되는 반응이다.

1934년 페르미는 핵 내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으며, 베타붕괴는 중성자의 수가 양성자 수에 비해 많은 핵종에서 중성자가 양성자와 전자로 붕괴되는 순간 전자는 핵 밖으로 방출되는 반응이라는 제안을 했다. 이 변화를
1 0 n → 1 1 p+e+ν(중성미자)와 같이 기술할 수 있다.

 

▷ α, β, γ의 세 가지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사능 붕괴.
따라서 전자는 핵의 구성요소가 아니더라도 핵에서 방출될 수 있으며, 이 이론을 통해 에너지 보존법칙, 각 운동량 보존법칙 등 그 당시까지 해결되지 않았던 많은 곤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여기서 베타반응의 중요한 점은 ‘핵 내에서 중성자가 하나 줄어들면 대신 양성자가 하나 늘어난다’는 것이다. 즉, ‘원자번호가 하나 증가한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성자는 핵물리학의 연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중성자가 전기적으로 중성이므로, 알파입자처럼 핵에 의한 전기적 반발력을 받지 않고 핵에 쉽게 접근시킬 수가 있어 핵을 알아볼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을 이용해 안정원소에 중성자를 조사시켜 여러 종류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방사성 동위원소들의 방사선을 측정해 어떤 방사성 원소들이 생성되었는지를 조사하면 원래의 원소들의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고체시료 중의 미량 금속을 정량하는 중요한 중성자방사화분석방법의 원리이다.


▷ 불안정한 핵이 방사능붕괴를 하면서 α(헬륨의 핵),
β(전자), γ(전자기파)
의 세 가지 방사선을 내는 것을
보여주는 모식도.
1934년 페르미는 중성자를 우라늄에 조사시켜 인공방사성원소를 만든 후 베타붕괴를 통해 초우라늄원소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 페르미는 이런 실험을 통해 실제로 방사능원소를 만드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초우라늄원소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라늄원자핵이 방사능을 가진 작은 핵들로 분열된 것임이 1938년 그의 동료들인 한, 마이트너, 슈트라스만 등에 의해서 밝혀진다.

어쨌든 이 실험은 많은 과학자들이 이와 유사한 연구를 하게 하는 중요한 견인 역할을 해 결국 핵분열 반응을 이해하는 연구로 이어지게 된다.

고대에서부터 납과 같은 보통의 금속을 귀중한 금이나 은으로 바꾸려는 연금술사의 꿈이 이어져 왔었다. 그러나 이런 연구를 통하여 옛날의 연금술사들이 이루려던 꿈은 당시 그들이 사용하던 화로와 같은 온도 조건에서는 이루어낼 수 없는 헛된 꿈이었던 것을 확실히 이해하게 된 것이다

 

 

연금술사 역할 하는 중성자 
 

전기를 띠고 있지 않은 중성자가 원자핵에 쉽게 접근하여 핵과 반응해 방사성 원소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렇게 생성된 방사성 원소들이 베타붕괴를 하여 원자번호가 하나 더 큰 새로운 원소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은 우주에서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의 생성과정을 이해하는 핵심이 된다.

앞서 거대한 적색거성이 초신성으로 폭발할 때 많은 별들 내부에 생성되어 있던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과 함께 많은 중성자들이 방출된다. 이때 중성자들이 무거운 원자핵에 붙잡히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중성자 포획’이라고 부른다.

중성자 포획 과정을 통해 많은 불안정한 방사성 원자핵들이 만들어지면서 이들이 베타붕괴를 하면 순간적으로 철보다 원자번호가 더 큰 무거운 원자핵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중성자 포획 및 이어지는 베타붕괴 과정을 거치면서 우라늄에까지 이르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화가 Sir William Fettes Douglas
(1822~1891)가 1853년 그린
‘연금술사’라는 제목의 그림.
바로 중성자가 우주에서 철 이상의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는 연금술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라늄에서 이런 반응이 그치는 것은 우라늄보다 원자번호가 큰 원소들은 반감기가 너무 짧아 모두 붕괴해버리는 반면, 우라늄, 토륨 등에는 반감기가 매우 긴 동위원소들, 예를 들면 반감기 45억 년의 U-238, 7억 년의 U-235, 140억 년의 Th-232 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중성자 포획 과정은 s-과정(slow-process)과 r-과정(rapid-process)의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되는 것이 알려져 있다.

s-과정은 표현대로 중성자 포획이 하나씩 느리게 일어나면서 베타붕괴를 하여 안정한 원자핵으로 찾아가는 과정이며, r-과정은 한 번에 많은 양의 중성자가 포획된 후 이때 생성되는 여러 개의 불안정한 원자핵들이 동시에 베타붕괴를 하면서 각각 여러 개의 안정한 원자핵으로 찾아가는 과정이다.  





▷ 철보다 원자번호가 큰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과정인 r-과정과 s-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

 

우리의 고향은 ‘별’


초기 우주에서 태어난 1세대 별에서는 거의 수소와 헬륨만이 관찰된다. 그러나 태양계에는 탄소, 산소, 철 등 무거운 원소가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태양은 후세대 별임에 틀림없다. 별이 태어나서 사라지기까지 이런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우주에 원소들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그런 과정 속에서 46억 년 전 우리 태양계가 우주의 한구석에 만들어지고 결국 우리가 그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뿌리는 바로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었다.

20세기에 이르러 근대과학이 이루어 낸 위대한 업적의 하나이다.


김경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krkim@snu.ac.kr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화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해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지구환경과학부 학부장 겸 BK21사업단장으로 있으며, 해양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