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의 허실, 자연 재배가 대안이다
농약ㆍ화학비료 안 써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인기
'기적의 사과'처럼 채소 비교실험 결과 상식 완전히 뒤집어
'기적의 사과'처럼 채소 비교실험 결과 상식 완전히 뒤집어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진열대에 가지런히 배치돼 있는 연두색 빛깔의 채소들. '무농약', '유기농'이라는 홍보 문구도 눈길을 끈다. 마치 그림처럼 고운 빛을 자랑하는 채소들의 모습은 자연의 힘이 과연 위대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 자연의 힘일까.
오늘날 '친환경'의 상징이 된 유기농(organic,오가닉)은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라이프 아이템 전반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옷, 화장품, 과자, 우유, 샴푸 등에 이르기까지 유기농은 이 시대 웰빙산업의 총아로 올라섰다.
이런 유기농의 인기 뒤에는 친자연과 안전성의 신화가 있다. 하지만 유기농이 그 이미지처럼 실제로도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에게도 절대적으로 안전한 걸까. 그리고 유기농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연재배는 유기농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유기농이 '안전 보장'은 아니다
'자연주의', '프리미엄 웰빙' 등의 고급화된 이미지로 포장된 유기농은 사실 정확한 정의보다는 하나의 유행으로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유기농의 의미도 모호하게 '무농약 건강식품'이나 '웰빙 자연제품' 정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정의에 따르면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은 '친환경농산물'로 묶일 수 있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이 '3년 이상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로 정의되는 반면, 무농약농산물의 경우는 농약은 사용하지 않지만 화학비료는 허용되기 때문에 둘은 엄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우유에 비해 두세 배 비싼 유기농 우유 역시 품질이나 안전성 면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원유 위생 등급이 도입된 1993년 이후 시장에 나와 있는 우유는 대부분 1등급 원유. 게다가 소가 농약이 들어 있는 풀을 먹어도 우유에서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 우유와 유기농 우유의 차이는 없는 상태다.
가공식품의 구분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있다. 원료의 95% 이상이 유기농 원료이면 제품 전면에 '유기가공식품'이라는 문구를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유기농 원료가 70% 이상만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역시 표시를 할 수 있다. 이때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는 첨가제는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전성 또한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유기가공식품의 90% 가량은 외국산 수입 원료에 의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유기농 표시는 업체들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고, 때로는 유기농이 아닌데도 유기농이라고 표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기농의 안전한 이미지와는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자연재배, 유기농의 대안
하지만 유기농의 문제점은 더 근본적인 면에서 지적된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유기비료를 쓴다는 점은 여전히 자연에 부담을 주고 인간에도 장기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견해 때문이다.
얼마 전 출간된 <채소의 진실>에서 저자 가와나 히데오는 화학비료든 유기비료든 비료를 사용하는 것 자체로 병충해를 피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유기농법은 농약도 없이 퇴비나 동물의 분뇨 등으로 만들어지는 유기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벌레를 들끓게 한다는 것이다.
비료에 포함된 대량의 질소가 식물에 흡수되고, 벌레는 여기서 발생되는 초산성질소를 먹으러 채소에 달려든다. 이 때문에 유기농에서는 병충해 관리가 농사의 관건이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자연재배다. 화학비료든 유기비료든 비료 자체가 병충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 최대한 내버려두자는 것이 자연재배의 기본 원칙이다.
자연재배는 말 그대로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비료나 농약 없이도 스스로 우거지는 숲이나 열매를 맺는 나무들은 자연재배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풀도 뽑지 않는 '자연적'인 상태에서 자라난 식물들은 더 건강하고 싱싱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것을 잘 보여준 것이 기무라 아키노리의 그 유명한 '기적의 사과'다.
그래도 '진짜' 채소를 먹어보자
<채소의 진실>에서 저자도 '기적의 사과'와 같은 실험을 한다. 각각 일반재배, 유기재배, 자연재배로 만든 채소들로 비교실험을 한 것. 결과는 사과와 같았다. 오가닉 인증까지 받은 유기농 채소가 가장 먼저 썩고 일반재배 채소가 뒤를 이었다. 자연재배 채소는 썩지 않고 2년이 넘도록 마르기만 한 채 원형을 유지했다.
이는 식물 내부의 강한 생명력을 입증해주는 결과였다. 유기비료를 쓴 유기농 채소보다 흙의 힘에만 기댄 자연재배 채소의 우월함이 드러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유기농 채소에 대한 상식은 재고될 필요성이 생겼다. '채소는 원래 쉽게 썩고, 벌레가 있는 것이 좋은 채소'라는 기존의 상식은 완전히 뒤집혔다.
또 유기농 채소의 높은 초산성질소 함유량은 '생으로 먹어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고치게 한다. 결국 이런 과정은 유기농 채소가 그 이미지처럼 친자연적이거나 우리 몸에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연재배는 토양 환경을 원래의 자연 상태로 만드는 시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도하는 이들이 아직 많지 않다. 구매도 한정된 곳에서 한정된 수량만 이루어지는 정도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좋은 채소, 진짜 채소를 먹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와나 히데오는 무비료 배양토를 구비해 가정에서 최대한 자연재배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과 함께, 안전하고 맛있는 채소를 고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녹색이 흐리고 부드러우며, 좌우대칭이 고르고, 묵직하며 무겁고, 데치면 색상이 선명해지며,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는 채소들이다. 거칠고 투박한 채소들의 모습이 마치 산에서 나는 야생 식물들을 떠오르게 한다.
오늘날 '친환경'의 상징이 된 유기농(organic,오가닉)은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라이프 아이템 전반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옷, 화장품, 과자, 우유, 샴푸 등에 이르기까지 유기농은 이 시대 웰빙산업의 총아로 올라섰다.
이런 유기농의 인기 뒤에는 친자연과 안전성의 신화가 있다. 하지만 유기농이 그 이미지처럼 실제로도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에게도 절대적으로 안전한 걸까. 그리고 유기농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연재배는 유기농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유기농이 '안전 보장'은 아니다
'자연주의', '프리미엄 웰빙' 등의 고급화된 이미지로 포장된 유기농은 사실 정확한 정의보다는 하나의 유행으로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유기농의 의미도 모호하게 '무농약 건강식품'이나 '웰빙 자연제품' 정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정의에 따르면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은 '친환경농산물'로 묶일 수 있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이 '3년 이상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로 정의되는 반면, 무농약농산물의 경우는 농약은 사용하지 않지만 화학비료는 허용되기 때문에 둘은 엄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우유에 비해 두세 배 비싼 유기농 우유 역시 품질이나 안전성 면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원유 위생 등급이 도입된 1993년 이후 시장에 나와 있는 우유는 대부분 1등급 원유. 게다가 소가 농약이 들어 있는 풀을 먹어도 우유에서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 우유와 유기농 우유의 차이는 없는 상태다.
가공식품의 구분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있다. 원료의 95% 이상이 유기농 원료이면 제품 전면에 '유기가공식품'이라는 문구를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유기농 원료가 70% 이상만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역시 표시를 할 수 있다. 이때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는 첨가제는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전성 또한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유기가공식품의 90% 가량은 외국산 수입 원료에 의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유기농 표시는 업체들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고, 때로는 유기농이 아닌데도 유기농이라고 표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기농의 안전한 이미지와는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자연재배, 유기농의 대안
하지만 유기농의 문제점은 더 근본적인 면에서 지적된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유기비료를 쓴다는 점은 여전히 자연에 부담을 주고 인간에도 장기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견해 때문이다.
얼마 전 출간된 <채소의 진실>에서 저자 가와나 히데오는 화학비료든 유기비료든 비료를 사용하는 것 자체로 병충해를 피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유기농법은 농약도 없이 퇴비나 동물의 분뇨 등으로 만들어지는 유기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벌레를 들끓게 한다는 것이다.
비료에 포함된 대량의 질소가 식물에 흡수되고, 벌레는 여기서 발생되는 초산성질소를 먹으러 채소에 달려든다. 이 때문에 유기농에서는 병충해 관리가 농사의 관건이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자연재배다. 화학비료든 유기비료든 비료 자체가 병충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 최대한 내버려두자는 것이 자연재배의 기본 원칙이다.
자연재배는 말 그대로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비료나 농약 없이도 스스로 우거지는 숲이나 열매를 맺는 나무들은 자연재배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풀도 뽑지 않는 '자연적'인 상태에서 자라난 식물들은 더 건강하고 싱싱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것을 잘 보여준 것이 기무라 아키노리의 그 유명한 '기적의 사과'다.
그래도 '진짜' 채소를 먹어보자
<채소의 진실>에서 저자도 '기적의 사과'와 같은 실험을 한다. 각각 일반재배, 유기재배, 자연재배로 만든 채소들로 비교실험을 한 것. 결과는 사과와 같았다. 오가닉 인증까지 받은 유기농 채소가 가장 먼저 썩고 일반재배 채소가 뒤를 이었다. 자연재배 채소는 썩지 않고 2년이 넘도록 마르기만 한 채 원형을 유지했다.
이는 식물 내부의 강한 생명력을 입증해주는 결과였다. 유기비료를 쓴 유기농 채소보다 흙의 힘에만 기댄 자연재배 채소의 우월함이 드러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유기농 채소에 대한 상식은 재고될 필요성이 생겼다. '채소는 원래 쉽게 썩고, 벌레가 있는 것이 좋은 채소'라는 기존의 상식은 완전히 뒤집혔다.
또 유기농 채소의 높은 초산성질소 함유량은 '생으로 먹어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고치게 한다. 결국 이런 과정은 유기농 채소가 그 이미지처럼 친자연적이거나 우리 몸에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연재배는 토양 환경을 원래의 자연 상태로 만드는 시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도하는 이들이 아직 많지 않다. 구매도 한정된 곳에서 한정된 수량만 이루어지는 정도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좋은 채소, 진짜 채소를 먹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와나 히데오는 무비료 배양토를 구비해 가정에서 최대한 자연재배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과 함께, 안전하고 맛있는 채소를 고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녹색이 흐리고 부드러우며, 좌우대칭이 고르고, 묵직하며 무겁고, 데치면 색상이 선명해지며,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는 채소들이다. 거칠고 투박한 채소들의 모습이 마치 산에서 나는 야생 식물들을 떠오르게 한다.
출처 : 아름다운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글쓴이 : 농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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