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사찰음식과 채식

장백산-1 2016. 10. 7. 21:44

사찰음식과 채식

채식이라도 맛에 탐착하면 사찰음식 본령에서 벗어나

2016년 09월 27일 (화) 10:20:45 김유신  yskemaro@templestay.com


사찰음식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것이 채식이다. 채식은 육식을 지양하고 야채를 먹는 것이니 사찰음식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지닌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 사찰음식은 채식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이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탁발의 전통을 견지했다. 탁발은 시주자의 처한 환경과 의지가 반영된 음

식이 공양되기에 육식과 채식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오직 음식을 탐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을 뿐이었

다. 하루 일곱 집에서만 음식을 얻는 것(七家食), 구별없이 순서대로 얻는 것(次第乞食), 하루 한 끼를 오

전에만 먹는 것(午後不食) 등이 탁발의 이러한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오늘날까지 태국, 미얀마 등 

상좌부 불교권에서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북방 대승불교에서 육식을 철저히 금지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불교

의 불살생정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한 대승불교에서는 불살생의 실천으로 육식금지를 선언하였는데 

‘범망경’이나 ‘능가경’ ‘열반경’ 등의 대승경전에서 이를 강력히 설하고 있다. 야채를 먹는 것이 살생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치열한 검토가 이뤄졌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상

좌부불교와 대승불교의 음식문화가 표면상 대립되고 모순되게 보이나 근본적으로는 불살생의 실천과 

탐진치 삼독을 벗어나 해탈에 이르고자 하는 것임에는 동일한 지향을 지니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데바닷다가 주장한 오법(五法) 중 철저한 채식을 교단의 규율로 정하지 않으셨던 깊은 뜻도 불살생의 실

천이 형식이 아닌 자발적이고 적극적 의지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사찰음식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고 하겠다. 


그럼 채식은 불교에서만 했을까? 종교적으로 보면 가장 오래된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에서 채식을 주장했

고, 마니교가 또한 그랬다. 예수에게 세례를 준 세례요한과도 관련이 있는 유태교의 한 분파인 ‘에세네파

(Essenes)’도 철저한 채식을 주장했으며 이러한 채식전통은 초기교회의 교부들과 중세 가톨릭의 수도원, 

현대의 제칠안식일교(SDA)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안에서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동양의 종교는 어떠했을까? 먼저 도교는 기본적으로 채식을 지향한다. 워낙 넓고 다양한 수행·양생법이 

있는 도교 특성상 전부 그렇지는 않지만 사찰음식의 오신채와 비견되는 ‘오훈채(五葷菜)’ 금식규정이 있

을 정도로 원칙적으로 엄격한 채식을 준수한다. 한편 유교에서는 채식을 근신의 전통으로 지니고 있다. 

죽은 이를 기리는 상·제례(喪·祭禮)를 행함에 있어 1년, 혹은 3년 탈상을 할 때까지 소식(素食)을 하는 

것이 기본 예법인데 상을 당하여 고기를 멀리하고 채식만을 하는 것을 ‘행소(行素)’라 하고 탈상을 한 후 

다시 고기음식을 먹는 것을 ‘개소(開素)’라 하였다. 


흉년, 가뭄 등의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왕이나 공경대부가 반찬 수를 줄이고 고기음식을 먹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였는데 이러한 모습들에서 유교적 채식의 전통을 엿볼 수 있다. 채식은 오늘날 영양과잉으로 인

한 질병을 예방하고 공장식 축산 등으로 인한 지구환경 파괴를 억제하는 좋은 식단법이다. 사찰음식은 

야채를 먹는다는 점에서 채식과 공통점이 있다. 다만 채식이라도 맛을 탐하고 자기가 필요한 양 이상을 

취한다면 사찰음식의 길에서 벗어난 음식이 된다. 한편 탐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할 최소한의 양을 얻고

자 하며 모든 중생들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에너지로 삼고자 한다면 그 어떠한 음식도 

사찰음식이 될 수 있다. 이 점이 사찰음식과 채식이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오는 10월1일이 국제채식연맹이 정한 ‘세계 채식인의 날’이라서 사찰음식과 채식에 대해 간략히 살펴봤다. 


김유신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