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장백산-1 2017. 9. 27. 20:58

【시조】- 길재(吉再) 

오백 년 도읍지(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네.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풀이】오백 년 사직 고려의 수도이었던 송도(개성)를 찾아 평민의 몸으로 말 한 마리에 몸을 싣고 혼자 돌아보니 자연은 변하지 않고 옛날 그대로 있으되, 고려를 일구었던 인재들은 간 곳이 없어 외롭고 허전하기 이를 데 없구나. 아! 슬프도다. 태평스러웠던 고려의 지난 시절이 하룻밤 꿈과 같구나.


해설】야은 길재는 고려 말의 충신으로, 이성계에 의해 이씨 조선이 세워진 뒤 1400년(정종 2년)에 이방원(李芳遠)이 태상박사(太常博士)에 임명하였으나 두 나라의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이방원의 제의를 거절하였다. 이씨조선 4대 왕 세종이 즉위한 뒤 길재의 절의(節義)를 기리는 뜻에 서 세종이 길재의 자손을 서용(敍用)하려 하자, 자신이 고려에 충성한 것처럼 자손들은 조선에 충성해야 할 것이라며 자손들의 이씨조선의 관직 진출을 인정해주었다.


이 시조는 고려 말 3은(三隱) 중의 한 사람이었던 야은(冶隱) 길재(吉再)가 백의(白衣)의 몸으로 태평하고 영화로웠던 고도(古都) 송도(松都)를 둘러보고 인재들은 흩어져 없어지고, 고려의 수도는 폐허가 된 상황을 생각하며 세월의 무상(無常)함을 읊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