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스님과 현대물리학

우주에서 내가 보일까

장백산-1 2017. 10. 6. 10:43

우주에서 내가 보일까
우주에서 내가 보일까

만약 도심 하늘에서 별자리를 관측하다가 별 하나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면, 별똥별이라기보다 ‘국제우주정거장’일 확률이 높습니다. 밝기도 달과 금성 다음으로 환하게 빛나서 별로 오해할 소지가 크다고 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영어로 ‘International Space Station’, 흔히 줄임말 ‘ISS’로 표기합니다. 축구장 정도의 크기로 지구 표면 350킬로미터 위에 떠 있고 지구의 인력에 끌리지 않기 위해 초속 7.7킬로미터의 속도로 지구를 15~16회 공전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은 인류 우주개발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건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 일본, 캐나다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1998년 11월 러시아가 전체 구조물의 한 부분인 자라 모듈을 발사하면서 건설이 시작됐습니다.

그 후 미국과 러시아 등 각국의 우주 왕복선이 구조물을 싣고 오가며 조립하고 있는데, 계획보다 완공이 늦어져 현재도 공사 중입니다. 지금까지 건설에 들어간 액수가 우리 돈으로 174조 원, 인류가 지금까지 건설한 구조물 중 가장 큰 자금이 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2011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민간에서 운용하도록 정책을 바꿨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우주정거장이 앞으로 인류에 어떤 역할을 할지는 우주과학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선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습니다.

지구에서는 아무리 세밀하게 만들어도 중력 때문에 불순물이나 균열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국제우주정거장 내부는 무중력 상태라서 순도 100퍼센트의 신약 생산과 반도체 등의 고품질 재료생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의 다양한 연구는 물론이고, 우주선에 연료를 보급할 수 있어서 더 먼 우주로 보낼 수 있지요. 또 우리가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살고 있는 우주인들이 찍어 보내는 사진 덕분입니다.

지구 표면 350킬로미터 위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보면 태풍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전쟁이 나면 미사일이 오가고 폭격을 맞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나사 소속의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가 ‘우주에서 179일째!’라는 설명과 함께 지구 곳곳을 찍어서 전송했는데, 이중 한반도의 밤 사진도 있었습니다. 남한, 그중에서 서울은 마치 불꽃놀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휘황찬란한데,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는 암흑이라서 마치 남한이 바다에 둘러싸인 섬처럼 보여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나도 보일까요?

여기에 대한 답을 이미 많은 첩보영화를 통해 봤습니다. 막강한 군사정보력을 가진 미국과 영국 등 몇몇 나라의 특권이긴 하지만, 위성을 통해 은신처를 찾아내고 차량을 추적하는 것이 식은 죽 먹기지요. 그리고 이것은 영화 속 허구가 아니라 실제 가능한 ‘사실’입니다. 구글 어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영상을 떠올리면 해상도가 그렇게까지 선명하지 않을 것 같은데, 군사위성의 경우는 전혀 다릅니다. 구글에서 운영하는 위성 ‘지오아이(GeoEye)’는 해상도 41센티미터 급으로, 41제곱센티미터를 하나의 픽셀로 표현한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도 대단한데 미국에서 군사 목적으로 운영 중인 정찰 위성은 무려 해상도 3센티미터 급입니다. 사람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읽고 있는 신문기사나 계산을 하고 받은 영수증까지 식별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이렇게 저 하늘 위, 지구 밖 인공위성에서 좁은 장소뿐 아니라 개인까지 뚜렷하게 식별할 수 있는 비결은 망원경에 있습니다.

우주망원경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허블 우주망원경’을 예로 들어볼까요. 육안의 백억 배로 1만6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을 탐지할 수 있고, 지구로부터 거리가 134억 광년, 빛이 135억 년 동안 날아간 거리까지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 허블 우주망원경의 등장으로 우리는 은하계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과 우주의 나이가 대략 138억 년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허블 망원경을 대체해 발사될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망원경은 반사경이 7배가 더 넓어서 앞으로 더 넓은 우주 관찰이 가능해질 거라고 하지요.

우리나라에도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2015년 11월 12일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호주 등 4개국 11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거대 마젤란 망원경’ 기공식이 열렸는데요. 2020년 완공 예정으로 ‘시력’이 허블 망원경보다 1천 배 높아서 달에 켜진 촛불도 볼 수 있고, 400킬로미터 밖에 있는 동전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또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금까지 찍은 영상 중에 가장 오래된 우주가 약 130억 년 전의 것인데 거대 마젤란 망원경이 완성되면 빅뱅 우주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천억 원을 투자할 우리나라는 완공 뒤 해마다 한 달간의 독점 사용권을 가질 수 있다고 하니 참 설레는 소식이지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갈까요? ‘우주에서 내가 보일까?’ 답은 ‘위성 보유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입니다. 달에 촛불을 켠 것까지 볼 수 있다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의 기술력이 인공위성의 망원경으로 활용된다면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얼굴에 있는 점까지 보이지 않을까요? 그러나 우주정찰 목적으로 개발된 우주망원경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냐, 그렇지 않냐는 논란의 소지가 큰 주제입니다. 첨단기술이 늘 갖고 있는 모순이자 명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