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스님과 현대물리학

두 개의 중성자별 충돌로 중력파 발생 첫 확인

장백산-1 2017. 10. 17. 00:37

두 개의 중성자별 충돌로 중력파 발생 첫 확인

김창훈 입력 2017.10.17. 00:02



국내 연구진 38명 포함 3500명 국제공동연구팀 개가

금ㆍ납 등 원소 생성 비밀 ‘열쇠’

전자기파와 동시 검출 첫 관측

‘다중신호 천문학’ 새 영역 열려

한국천문연구원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운영 중인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이 중력파 발생 뒤 25시간 만에 촬영한 GW170817(사진 속 하얀 선). 바로 옆의 밝은 천체는 GW170817 현상이 일어난 NGC 4993은하로, 지구에서 약 1억 3,0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 38명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팀이 중성자별 충돌로 발생한 중력파와 전자기파 신호를 동시에 관측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천문학의 난제로 꼽힌 중성자별은 질량이 무거운 별이 초신성 폭발 뒤 남긴 고밀도의 천체다. 이런 중성자별의 충돌 현상을 단숨에 규명하며, 우주에 금이나 납 같은 무거운 원소의 생성비밀을 밝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15년 아인슈타인이 100여년 전에 예측한 블랙홀 충돌 시 발생하는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한 데 이어 인류는 우주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국제공동연구팀에 참가 중인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과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 8월 17일 오후 9시 41분(한국시간) 두개의 중성자별 충돌로 생긴 중력파 발생 현상(GW170817)을 확인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중력파는 블랙홀끼리 충돌하거나 별이 폭발하는 등 질량이 무거운 천체의 급격한 움직임이 만들어낸 강력한 중력이 우주공간에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는 파동이다. 중력파가 지나면 순간적으로 중력의 방향과 세기가 바뀌었다 바로 원위치로 돌아온다.

45개국 900여 기관에 소속된 3,500여명이 만들어낸 집단지성은 100초 내외만 탐지가 가능한 중력파 감마선ㆍX-선ㆍ가시광선 등 전자기파를 종합해 중력파의 원인이 중성자별들의 충돌이란 것을 증명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까이 접근한 두 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해 가시광선 등 전자기파와 강력한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가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8월 17일 중력파를 포착한 것은 블랙홀 충돌 중력파를 검출해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기(LIGOㆍ라이고) 연구단이다. 약 2초 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망원경이 2초간의 짧은 감마선 폭발 현상을 잡아냈다.

11시간 후부터 칠레의 천문대 망원경들이 가시광선 신호를 발견해 중력파의 출처가 지구에서 약 1억3,000만년 떨어진 NGC4993 은하로 정확히 확인됐다.

초기우주천체연구단장인 임명신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중력파 포착 21시간 이후부터 한국천문연구원이 구축해 운영하는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망원경과 서울대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남부의 사이딩 스프링천문대에 설치한 ‘이상각 망원경’으로 가시광선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NASA의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X-선까지 합쳐지며 중성자별 간 충돌을 의미하는 모든 연결고리가 완성된 것이다.

중성자별 충돌 현상 시간대별 재구성

특히 KMTNet은 약 4주간의 추적 끝에 가시광선을 관측해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임명신 교수는 “전 세계 중력파와 광학 관측의 협동연구로 중력파 신호가 우주의 어디에 있는 어떤 천체에서 발생한 것인지 최초로 밝혀낸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노바(신성)의 1,000배 정도 에너지를 내는 ‘킬로노바’도 실제로 확인됐다. 신성과 초신성 사이에 해당하는 킬로노바는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 뒤 합쳐져 블랙홀이 되는 전후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지금까지는 이론으로만 존재했다. 우주공간의 금 백금 납 우라늄 등 무거운 원소 대부분은 킬로노바를 통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이끄는 이형목 서울대 교수는 “천체를 중력파와 전자기파 신호를 동시 관측해 연구하는 ‘다중신호 천문학’이 탄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중신호 천문학으로 우주론, 중력, 밀집 천체 등 천체물리학 제반 연구 분야에 획기적인 발견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2편, ‘피지컬 리뷰 레터스’ 등에 5편이 각각 게재된다. 네이처 논문은 저자 34명 중 9명이 서울대와 천문연구원 등의 우리 과학자들이고, 임명신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 이성국 박사는 주요 저자로 참여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한국천문연구원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구축해 운영 중인 KMTNet 관측소 전경. 한국천문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