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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방어한 원세훈 국정원 TF 팀 실체

장백산-1 2017. 11. 26. 01:09


'그것이 알고 싶다' 정치호 변호사 죽음,
원세훈 방어한 원세훈 국정원 TF 팀 실체
2017. 11.26(일) 00:04




그것이 알고 싶다 정치호 변호사

                  그것이 알고 싶다 정치호 변호사,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변창훈 국정원 파견 검사, 

                  원세훈 전 국정원장(위에서부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故 국정원 정치호 변호사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쫓았다. 


2017년 11월 25일 밤 방송된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국정원 소속 故 정치호 변호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집중 조명했다. 

잠금장치와 한참을 씨름하는 열쇠 수리공. 작업 10여분만에 열린 문. 원룸 안에 들어선 남자들의 직업은 형사다. 형사들이 살펴보는 것들은 주로 일기와 편지같은 것들이다. 이번엔 컴퓨터를 살피는 형사들. 태블릿 PC에도 찾는 것은 없었다. 앞서 본 영상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한 사람은 정양호 씨였다. 형사들이 찾은 것은 정치호 씨의 유서로, 유서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달 2017년 10월 30일 밤 9시 8분께 인적 드문 소양강댐 입구 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재만 남은 번개탄과 함께 발견된 그는 바로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치호 씨였다. 2012년 12월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그의 죽음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부검 결과 그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정치호 씨의 형은 "마치 그냥 잠깐 바람 쐬러 가는 복장으로 나갔다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부터가 이상하다"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017년 11월 1일 정치호 씨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부검이 진행된 후 보통 장례를 치르지만, 유족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를 잠시 미뤘다.  

정치호씨 차량의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운전석에서 조수석 쪽으로 모로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된 정치호 씨. 이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제3자에 의한 것보다는 본인이 스스로 한 것들이 조금 더 많아 보인다"며 타살보다는 자살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의 생각은 다르다. 시신 발견 과정이 석연치 않은 것. 이에 정치호 씨의 아버지는 "전화가 왔다. 누구냐고 물으니까 치호하고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라는 것이다. 그 직원이 119에 신고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치호 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017년 10월 23일 정치호씨는 '댓글 수사 방해' 사건의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변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고. 그러나 지난달 2017년 10월 26일부터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생겼다. 주변 동료들에게 "(그 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뒤집어쓸 것 같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보였던 것. 정치호 씨가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에 가담했다는 것이 동료들의 증언이었다.  

공교롭게도 시신이 발견된 날 2017년 10월 30일은 정치호씨에 대한 검찰의 2차 수사가 예정돼 있었다. 가족은 정치호 씨가 알고 있던 국정원의 비밀 때문에 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렀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족의 의혹은 오직 한 곳, 국정원을 향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유가족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함께 진실을 쫓았다.  

유족은 정치호 씨가 국정원 소속이었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했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그 배후엔 국정원이 있다는 것. 정치호 씨가 국정원에서 맡은 임무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2013년 4월 국정원에서는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2012년 12월 11일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 댓글 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사실상 국정원의 대선개입이었던 댓글 사건을 검찰은 다음해인 2013년에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든 건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당시 감찰실장이었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이 함께 만든 국정원 내 현안 TF팀이었다. 

사법당국의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현안 TF팀. 정치호 씨 역시 문제의 TF 팀이었다. 이를 지원할 TF 팀도 만들어졌으며 정치호 씨는 이곳에도 속해있었다. 오랜 기간 국정원을 취재해온 기자는 정치호 씨가 이번 수사에서 부담을 가질만한 위치가 아니라고 했다. 이로 인해 유가족들은 정치호 씨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유서마저 남기지 않은 죽음. 어쩌면 정치호 씨의 마지막을 설명해줄 수 있는 2G 폰이 발견됐지만, 전원이 켜지지 않고 있다. 침수에 의한 고장이라는 것. 

지난 2017년 10월 20일 한 매체에서 정치호 씨가 가담한 국정원 현안TF 팀을 세상에 알렸다. 이로 인해 정치호 씨를 비롯한 가담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정치호 변호사는 지난달 2017년 10월 27일 휴가를 냈다. 동료들은 정치호 씨가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한 것이 마지막 그와 관련된 기억이라고 했다. 정치호 씨는 검찰 수사(2017년 10월 23일) 닷새만인 2017년 10월 28일 강원도 원주로 향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주에서 죽마고우 친구를 만난 것이 확인됐다. 정치호 씨를 만난 친구는 "애가 뭔가 불안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회사 쪽에 안좋은 일이 생겼고, 나한테 안 좋은 쪽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증언했다. 그날 정치호 씨는 대부분 CCTV가 없는 어두운 곳으로만 가려고 했다고. 편의점 CCTV에 확인된 정치호 씨는 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 계산했다. 친구는 "자고 가라고 하니까 싫다더라. '너 봤으니까 됐다'고 하더라. 후회된다. 그날 잡았어야 했는데"라고 울먹였다. 돌이켜 보면 마치 감시당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던 정치호 씨. 이를 눈치채지 못한 30년 지기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2017년 10월 29일 강릉으로 향한 정치호 씨는 한차례 투신 자살을 시도했다. 신고자는 "다리를 건너올 때까지 아무도 없었다. 여기 돌아서 가는데 다리 위에 차들이 6, 7대가 막혀 서 있었다"면서 차문은 열려 있는 상태였고 아래를 보니 정치호 씨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러나 신고자는 정치호 씨가 죽으려고 실리천교 아래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고 했다. 수심이 얕았기 때문. 또한 실리천교는 관광 명소로 목격자들이 많아 구조될 가능성이 많다. 심리부검 전문가는 "본인에게 위험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행동했을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호 씨가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이에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목격자를 찾았다. 목격자는 "난관을 잡고 한 두 번 움직이더니 갑자기 뛰어들었다"면서 자신이 본 광경이 자살 현장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목격자는 "저는 뭘 가지러 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에 표창원 의원은 "자살 행동이 아니라 도피 행동일 수 있다"고 했다.  

이후 파출소로 인계된 정치호 씨는 신변 보호 요청 없이 조용히 파출소를 떠났다. 경찰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 경찰보다 더 두려운 존재. 유족은 정치호 씨를 쫓던 누군가가 그가 의식을 잃게 만든 뒤 번개탄을 피워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분명하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정치호 씨가 미행을 당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확인된 사실은 아니고, 실제로 미행한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건 정치호 씨가 알고 있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할 만큼 위험한 것이라는 것. 

일산화 탄소 중독에 의한 죽음이 확실한 상황. 맥랑상 자살이라는 것. 번개탄에 의한 사망이 꼭 자살만 가능한 걸까. 이에 한 법의학자는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분을 밀어 넣고 번개탄을 피우고 이 사람을 차에 넣고 차를 밖에서 못 나오게 막는 방법 뿐일 거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자동차 내외부로 자구력 행사를 강하게 한 흔적이 없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정치호 씨가 죽기 전 술을 마셨고 자가 호흡으로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셔 죽음에 이렀다는 것. 자살이 성립하려면 정치호 씨가 직접 번개탄을 산 흔적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아직 정치호 씨가 번개탄을 산 가게를 찾지 못한 경찰이다. 

춘천에 도착한지 약 1시간 20분 만에 소양강 댐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된 정치호 씨. 그러나 춘천 톨게이트에서부터 소양강 댐까지는 평소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이수정 교수는 "비정상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됐던 것은 그 근처에서 여러가지 도구를 구입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10월 30일 오후 다섯시 경, 즉 경찰이 정치호 변호사를 발견하기 4시간 전 현장을 지나갔다는 목격자가 나왔다. 목격자는 정치호 변호사의 차량과 함께 처음 본 차량 세 대가 주차장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이 오기 전 의문의 사람들이 먼저 현장에 왔다는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억측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흔적이 하나 더 있다. 강릉을 벗어나기 전 정치호 변호사는 한 주유소에 들렀다. CCTV 확인 결과 정치호 변호사는 주유소에 머무르는 내내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뒷 상황을 확인했다. 주유기에 대한 미터기를 확인했다기 보다는 다른 것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치호 변호사는 29일 새벽 한 호텔에 머물렀다. 당시 정치호 변호사는 빈 캐리어만 남겨둔 채 2G폰만 가지고 호텔을 나섰다. 자신이 계속해서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싶었던 것일까.  

국정원 법률보좌관 출신 김 모 검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법률보좌관실, 그다음에 파견 검사 등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쪽으로 책임을 떠넘긴다고 치호가 그렇게 얘기하면서 울었다"고 했다. 정치호변호사가 느낀 불안의 원인은 2013년 국정원 내 만들어진 비밀 조직에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재판에서 한참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던 그때 당시 국정원 안에서는 국정원 현안 · 실무 TF팀이 은밀하게 꾸려졌다. 

국정원 현안·실무 TF의 유일한 목적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 방어였다. 공판 기간 동안 실무 TF 팀원들은 증인으로 채택된 국정원 직원들과 위증을 준비하고, 증인 신문 리허설까지 맞춰보며 잘 짜인 연극을 만들고 있었다. 검찰 측의 중요한 증인이었던 국정원 직원들이 돌연 진술을 번복하면서 "기억 상실증 재판"이라는 오명까지 얻어야 했던 원세훈 재판, 위증과 거짓이 난무하는 이 공판의 한 편에는 당시 실무 TF의 팀원으로 일했던 정치호 변호사가 있었다.  

정치호 변호사가 죽음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사망 장소에서 발견된 정 변호사의 2G 휴대전화를 입수해 세월호의 디지털 장비를 복원한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평소 짧게 통화하는 성향인 정치호 변호사가 어떤 사람과 약 24분간 통화한 내역이 포착됐다. 그 인물은 정치호 변호사와 일주일 차이를 두고 사망한 변창훈 검사다.  

변창훈 검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를 은폐하려 한 혐의로 지난 2017년 11월 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직전 투신했다. 그 직후 변창훈 검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변창훈 검사와 정치호 변호사 모두 국정원 현안 TF 팀 소속이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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