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
온 종일 밥을 먹되 일찍이 쌀밥 한 톨도 씹지 않았고
하루 종일 걸어다니지만 한 조각의 땅도 밟지 않는다.
終日喫飯 未曾咬箸一粒米 終日行 未曾踏著一片地
종일끽반 미증교저일립미 종일행 미증답저일편지
『전법심법요』
사람들은 보통 무엇을 하든 하는 것마다 그 흔적이 남는다. 상(相)이라는 흔적이 남고,
기쁨이라는 흔적이 남고, 화라는 흔적이 남고, 미련이라는 흔적이 남는다.
반면에 선인(禪人)은 그와 같은 흔적들이 남지 않는다.그렇다고 선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선인은 누구보다도 더욱 왕성하게 삶을 산다.
다시 말해 선인은 왕성하게 활동하되 활동한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붓다는 49년이라는 세월을 계속 설법하시고도 자신은 설법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속물에 젖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는 것이 매일의 일과이지만
지나온 삶을 돌아보아야 지나온 삶은 모두가 꿈, 허께비, 물거품, 그림자일 뿐이다.
손에 잡히는 것은 허무뿐이다.
본래로 공적(空寂)한 것이 이 세상 모든 것들의, 모든 존재들의 실상(實相, 실제의 모습)이다.
본래로 공적(공적)한 모든 것들의 실제의 모습, 즉 도(道)를 깨닫지는 못했더라도 이와 같은
이치를 알아서 인생이 세월의 무게처럼 무거워질 것이 아니라, 날이 갈수록 깃털처럼 가벼워
져야 한다. 삶은 그 자체가 수행이고 경험이고 깨달음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도인이 되어
가는 것이 바로 이래서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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