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있는 내가 바로 부처(佛, 깨달은 자)로구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텅~빈 바탕자리에는 단 하나의 법(法, 현상, 존재, 것), 일물(一物)도 없습니다. 법(法)이 있는 곳에 머물러서는 만족(滿足)란 없습니다. 눈 앞에 있는 법(法)은 결국엔 소멸(消滅)돼서 사라지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법(法)이 있는 곳에 머물지 말라는 겁니다. 단 한 가지 법(法)도 없는 곳에도 머물지 않고 다시 머리를 돌이켜서 보니, 모든 것이 다 부처(佛) 아닌 것이 없고, 가는 곳 마다 다 극락(極樂) 아닌 곳이 없더라는 겁니다. 이같은 사실을 똑바로 보는 당처(當處)인 자기 자신인 나, 진정한 나가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크고 비할 데 없이 귀중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나는 이 세상 어느 곳을 가도 거리낌이 없고, 가는 곳마다 멋지게 태평가를 부르며, 가는 곳마다 좋은 일이 오면 좋은 대로 해결하고, 나쁜 일이 오면 나쁜 대로 해결하고, 어려운 일이 오면 어려운 대로 해결하고, 쉬운 일이 오면 쉬운 대로 해결합니다.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이 세상 어떤 일이 내게 와도 거기에 끄달려가서 고민을 하고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고 모든 곳에서 모든 일을 내가 척척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금도 머뭇거리지 말고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은 이 말뜻을 알아들었습니까?
心若無事 萬法不生 意絶玄機 纖塵何立(심약무사 만법불생 의절현기 섬진하립)
마음에 만약 일이 없으면 만법이 생겨나지 않는다. 뜻이 끊어진 높은 기틀에 어찌 티끌이 묻겠는가.
‘내가 잘 해야 된다.’, ‘내가 무엇을 성취해야 된다.’ 하는 마음 속에 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의 보따리가 전부 다 끊어졌다는 말입니다.
향상일로(向上一路)는 일천 성인도 전하지 못하거늘, 물에 비친 달 그림자를 건지려고 부질없이 애를 쓰는구나. 즉시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나 자신이 그대로부처임을 인식(認識)하라는 말입니다. ‘나는 아직 중생이지 부처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내가 그대로 바로 부처로구나.’ 이렇게 인식(認識)하는 사람은 현실을 살아가는 인생사(人生事)가 차원이 달라집니다. 생각해 보세요. 내가 그대로 바로 부처라고 인식(認識)하는 사람이 가정생활, 사회생활에 있어서 중생의 생각을 쓰겠습니까? 부처가 어찌 삿된 데 끌려가겠습니까? 내기 그대로 바로 부처라고 인식(認識)하는 사람은 모든 일에 있어서 좋지 못한 것은 끊어버리고,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합하고, 모든 사람이 복되고 잘 되는 일을 하는 마음을 쓴다는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대로 '내가 바로 부처다' 라고 바로 똑바로 알고 현실에서 걸음걸음마다, 일초일각이라도 그 마음을 행동에 옮기라는 말입니다. '내가 그대로 바로 부처인데 왜 화를 내지?’ 하고 화를 안 내야지하다가도 얼마 안가서 사람하고 부딪히면 자기도 모르게 화가 확 일어나고 좋지 못한 생각이 일어납니다. 그렇게 일어나는 생각이 본래 뿌리가 없는 실체가 없는 공(空)한 것인데, 사람들이 무량겁(無量劫)을 살아오면서 그와 같은 마음을 썼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분별 번뇌 망상을 갖고 살아가는 근본원인은 없는 것을 괜히 잘못 소지를 만들어서 스스로 자승자박(自繩自縛)으로 묶어놓은 것입니다. 무량겁(無量劫)을 살아오면서 자승자박(自繩自縛)과 같은 농사를 지어 놓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속에 수미산같은 그림자가 자기 마음속에서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미산같은 그림자 이걸 걷어내려면 단박에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내가 그대로 바로 부처다 라고 인식(認識)해서(信), 깨닫고(증득, 證得), 부처의 행동으로 옮기면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선방 문고리라도 잡아라, 선방에 와서 봉사라도 열심히 하라, 부처님에게 와서 천배, 삼천배 기도를 하라고 합니다.
부처님이나 신이 있어서 그걸 다 해결해 준다면 뭣 하러 불교가 있고, 기독교가 있고, 천주교가 있고, 유교가 있겠어요. 다 있을 필요가 없지요. 부처님이나 신이 있어서 떡 하나 주듯이 척척 줘서 해결이 다 될 것 같으면 다 주면 되지요. 무한한 진리에 계합하는 것 이건 떡 주듯이 줄 수가 없습니다. 열심히 행동에 옮기는 기도와 참선을 통해서 부처님과 무한한 진리에 계합하는 것, 이것을 우리는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대원큰스님 경인년 동지법문 중) 출처: 학림사 오등선원 지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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