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아침에 깨닫는 법 / 법륜스님
¶ 질문)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어려운 수행 기간을 보냈는데 야사라는 분은 어떻게 하루 만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우리들도 야사처럼 하루만에 그렇게 깨닫게 될 수 있는지요?
? 스님)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밤새 악몽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래서 흔들어 깨우니까 눈을 딱 뜨더니 “아, 꿈이네.” 했습니다. 이 사람은 5시간 만에 깼습니다. 또 한 사람은 악몽에 시달린지 10분이 채 안 돼 깼어요. 잠꼬대 하자마자 깨워서 이 사람은 10분 만에 깼습니다. 그러면 한 사람은 5시간 만에 깼고 또 한 사람은 10분 만에 깼으니까 5시간만에 깬 사람은 근기가 낮고 10분만에 깬 사람은 근기가 높은 사람일까요? 그런 게 아닙니다.
야사는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지 못했으면 죽을 때까지 헤맸을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마침 부처님을 만나서 눈을 뜬 겁니다. 사람들은 이걸 보고 ‘나도 야사처럼 단번에 깨달을 수 없나?’하고 생각하지만 그건 욕심입니다. ‘빨리, 많이’ 이런 생각은 다 욕심입니다. 욕심을 버려야 해탈할 수 있지 욕심을 갖고는 깨달을 수 없습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모든 고뇌를 자기중심에 놓고 사물을 보는 것입니다.
나를 중심(中心)에 세우니까 이 쪽이 동쪽이 되고, 저 쪽이 서쪽이 되고, 이 쪽이 남쪽이 되고, 저 쪽이 북쪽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나를 중심(中心)에 세우는 내 잣대를 놓아 버리면 동서남북(東西南北)이 본래 없습니다. 어디를 기준(基準)으로 삼느냐에 따라 동이 되기도 하고 서가 되기도 하고 남이 되기도 하고 북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은 지금 자기 잣대를 꽉 움켜쥐고 있습니다. 자기 잣대를 집착하기 때문에 분별 망상 번뇌가 일어나는 겁니다. 자기 잣대를 집착하는 마음 그걸 내려놓으면 분별 망상 번뇌는 즉시 사라집니다.
진리를 못 만나서 분별 망상 번뇌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잣대라는 고정관념(固定觀念)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에 분별 망상 번뇌가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절에 다니는 것을 포함해서 결국 종교란 것에서도 모든 것의 중심은 ‘나’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괴로움은 내 잣대 때문에 나를 중심에 둠으로써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을 내려놓으면 즉시 편안해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 잣대를 중심에 두는 그걸 딱 움켜쥐고 있습니다. 그것을 움켜쥐고 있는 동안은 꿈속을 헤매는 겁니다.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입니까? 여러분도 어떤 스님의 법문을 듣고 맘에 쏙 들면 지나가는 스님도 ‘우리 스님’이 되고 3년을 공부했더라도 순간 맘에 안 들면 그날로 뒤돌아서 버립니다. 이게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이것이 중생이지요.
그러니까 고뇌가 내 잣대를 중심에 두는 거기서부터 일어납니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사물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동서남북이 생기고 우주만물만상이 생기는 것이므로 내 잣대를 중심에 두는 것만 내려놓으면 즉시 우주만물만상이 무상(無相)으로 돌아갑니다. 상(相)이 없어집니다. 그러므로 공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오늘 당장 나를 중심에 세우고 세상을 바라보던 모든 잣대를 내려놓아보세요. 그러면 누구나 분별 망상 번뇌의 괴로움이 사라질까요? 예, 분별 망상 번뇌라는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내 분별 망상 번뇌라는 괴로움이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내 인생이 괴롭고, 내 분별 망상 번뇌라는 괴로움이 사라지면 내 인생에 스트레스가 없으니까 내 인생이 즐겁습니다. 즐겁고 편안하니까 에너지가 자꾸 나오고 활력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짜증나고, 성질나고, 만사가 뜻대로 안 되고, 절망하고, 침울해지고, 남 보기 싫고, 죽고 싶은 생각 마음이 꿀뚝같아집니다. 전생에 무슨 원수가 져서 저러나 싶어 전생도 원망스럽고 온갖 것들이 다 문제가 되지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자기가 좋으면 전생도 좋고 내생도 좋고 지금도 좋고 길가는 사람도 다 좋게 됩니다. 자기 잣대를 내려놓으면 야사처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야사처럼 깨닫게 되는 일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오늘 집에 가서 연습을 해 보세요. 실제로 되든 안 되든 남편이나 아내가 뭐라고 하면 말로만이라도 ‘예!’ 해 보세요. 지금은 말로만이라도 ‘예’가 잘 안됩니다. “남편이 너 내일 절에 가지 마라.”하면 “예.”하고. 내일 절에가는 한이 있더라도 어쨌든 일단 “예”하고 갈 수밖에 없다면 내일 그냥 가고 꾸중을 들으세요. “안 간다 하고는 왜 갔느냐?”하면 “아이고, 죄송합니다”하면 됩니다. 그렇게 연습해 보세요. 거짓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에 두는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라는 겁니다. 자기 잣대를 움켜쥐는 것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직접 부딪치는 속에서 한번 해 봐야 합니다. 연습 삼아 한 번 해 보려 해도 현실에 부딪히면 잘 안 되는게 현실이지만 연습으로 몇 번 해 보면 나중에는 진짜 됩니다. 그렇게 하면서 여유가 생기면 지혜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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