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적인 위협이라는 척 좀 그만 하자
정혜연 기자 haeyeonchung5@gmail.com
발행 2021-03-21 15:00:06
수정 2021-03-21 15: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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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1일 미국 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 76·10만4천200t급)가 한미 해군 연합해상훈련을 마치고 부산항에 입항했다.ⓒ민중의소리
편집자주:러시아와 중국이 정말 미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능력이 있을까? 그럴 의사는 있을까? 어쩌면 미국의 적은, 미국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적은 바다 건너가 아니라 미국 안의 펜타곤이 아닐까? 카운터펀치의 속시원한 글을 소개한다.
원문: Let’s Stop Pretending Russia and China are Military Threats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인데 아무도 하질 않으니 내가 하겠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적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 어떻게 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게 비대해진 조직을 유지할까를 고민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는 쓸데없이 많은 군 장교들, 그리고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겁주기 전략을 좋아하는 국회의원이 모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아직도 전 세계의 정복과 공산화를 꿈꾸고 있고,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최고의 패권국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한다고 말이다.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우선 군대 규모부터 보자. 미국은 250만의 군대가 있다. 150만이 상비군이고 100만이 예비군이다. 이에 비해 러시아는 290만의 군대가 있지만 그중 90만만 상비군이고 200만이 예비군이다. 한편 중국은 280만의 군대가 있는데 그 중 80만이 전쟁과는 무관하게 국내 치안 유지만 담당하는 무장 경찰이다.
군사비는 또 어떤가. 미국의 순수 군사비는 7,160억 달러다. 하지만 의도로 보나 목표로 보나 국가안보국(NSA, 국방부 소속으로 해외통신을 수집 분석하고 미국 정부 통신과 정보 시스템을 책임진다)과 중앙정보국(CIA)이 사실상 미국 군대의 일부인데, 8년 전의 한 의회청문회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 두 조직의 비밀 예산을 합치면 500억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미군이 군사 작전에 주로 CIA 소속의 특수부대를 쓰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그 액수가 두 배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미국의 군사비는 7,160억 달러라고 그냥 하자.
러시아의 군사비는 650억 달러다. 군인의 급여에서 무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물가가 더 비싸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세 배로 늘리더라도 미국 군사비의 1/3도 되지 않는다. 또, 중국의 군사비는 약 2,50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역시 물가를 생각해 이를 두 배로 늘리더라도 미국 군사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비를 합쳐도 미국의 군사비보다 훨씬 적다는 얘기다.
2018년을 기준으로 한 상위 10개국의 군사비다.ⓒ도표=스타티스타
게다가 3개국의 군대가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도 봐야 한다. 미국은 70개국에 800개의 기지를 가지고 있고, 백악관이 2018년 의회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7개국에서 군대가 교전 중이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러시아는 국외에 21개의 기지를 가지고 있고, 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의 대다수는 타지키스탄이나 아르메니아, 벨로루시와 같이 1990년까지 소련의 일부였다. 그리고 러시아군은 시리아에서만 교전 중이다. 중국은 지부티에 1개, 타지키스탄에 1개의 기지가 있으며 미얀마와 아르헨티나 남단에 2개의 신호시설을 가지고 있어 국외 4개국에만 족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핵관련 군사력이다. 미국은 9개의 (항모전단과 순양함-구축함전단을 뼈대로 만들어진) 항모전투단을 가지고 있다. 그중 8개는 미국에, 1개는 일본에 배치돼 있다. 미국의 항모전투단은 세계 어디든 군을 파견할 수 있다. 미국의 모든 항공모함은 핵추진 항공모함이기 때문에 무기한으로 본국으로부터 떨어져 있을 수 있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쓰기 위해 아라비아 해나 페르시아만, 그리고 지중해에 자주 배치시켰다. 몇 년 전에는 미국이 항공모함 한 척을 북극해에 보내기도 했다.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항공모함은 핵추진 항공모함도 아니요, 본항을 거의 떠나지 않는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2척의 항공모함도 중국 근처에서 머문다.
(2014년 기준) 미군의 존재를 보여주는 세계 지도다. 검은 색은 미국, 국방색은 이라크, 빨간색은 1000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 분홍색은 100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 베이지색은 해당 국가의 군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나라다.ⓒ지도=클립아트맥스
핵무기는 어떤가. 미국과 러시아 모두 배치된 핵탄두가 1600개, 그리고 저장한 핵탄두가 4500개 이상으로 두 나라 모두 6000여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380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자. 미국은 각각 다른 목표물을 맞출 수 있는 3개의 핵탄두가 장착 가능한 정확도 높은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405개 가지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 발사 가능한 탄도미사일원자력 잠수함을 8척 가지고 있는데 각각 다른 목표물을 맞출 수 있는 8개의 핵탄두가 장착 가능한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24기씩 실을 수 있다 (현재는 각 잠수함이 4~5개의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 8개씩만 싣고 있어, 각 잠수함에 총40개의 핵탄두가 있다).
러시아는 517대의 지상 미사일 발사기를 자국에 배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수의 핵탄두 장착 가능한 미사일 16개를 실을 수 있는 11척의 미사일 발사 잠수함이 있다고 한다. 중국은 사거리가 다양한 핵탄두 장착 가능한 미사일을 100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미사일 모두가 미국에 닿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핵미사일 발사 잠수함 6척을 가지고 있다.
물론 러시아나 중국 혹은 미국과 같이 큰 나라도 핵미사일 1개면 치명타를 입는다. 그렇지만 위수치를 종합하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러시아나 중국은 미치지 않고서야 미국과 군사적으로 맞붙지 않을 것이다. 사실 양국이 그런 생각을 고려한다는 징후조차 전혀 없다. 현실은 반대다. 미국이 전 세계에 마음대로 군대를 파견해 교전 등의 활동을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초지일관 자국 인근 지역으로 군사 활동을 제한해 왔다.
미국 국방부와 국방부를 뒷받침하는 언론 및 의회가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위협에 가깝기라도 한 뭔가를 받고 있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변비가 매우 심한 사람처럼 용을 써야 한다. 러시아가 몇 년 전에 베네수엘라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노후한 폭격기 하나를 보냈을 때처럼 말이다. 당시 미국 언론은 “핵무기 운반이 가능한 러시아 폭격기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중 하나를 마이애미나 보스턴에 떨어뜨리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며 난리를 쳤다.
기자들의 호들갑을 뒤로 할 수 있다면, 독자들은 다음 사실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 장착 가능한 B-52 스트래토포트리스 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무서운 B-2 스텔스 폭격기를 세계 반대편까지 보내며 재래식 무기밖에 없는 여러 국가들을 폭격하거나, 이란과 같은 나라의 영공 주변을 비행하며 ‘신호(경고)’를 보내곤 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실질적인 위협은 상업적인 것뿐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서유럽에 저렵한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북해를 가로질러 ‘노드스트림’ 해저 가스관을 만들자 이것이 마치 전쟁 행위인 양 야단이었다. 중국이 유럽-아시아 무역을 위해 고속철도와 전천후 고속도로로 중국 동부와 유럽을 연결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이를 기만적인 군사작전으로 간주한다.
좀 솔직해지자. 미국의 미래의 가장 큰 위협은 바로 미국의 군대다. 군대의 끝없는 욕심과 이를 해마다 꼬박꼬박 들어주는 의회 덕분에 연방정부의 재량적 예산은 거의 모두 미군에게 돌아간다.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액수만 봐도 연방정부의 재량적 예산은 전체 예산의 절반에 이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5세대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인 F-35다. 미국은 1.7조 달러나 들여 F-35 개발을 추진하는 헛짓거리를 했다. 미 국방부도 현재 개발 중인 F-35가 완전히 실패작이라고 인정했다. F-35가 공중전을 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스텔스 코팅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초음속의 속도를 내지 못하며, 기동제어가 불안정해 조종사를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F-35가 매우 비싼 고철 덩어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이 엄청난 낭비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2019년 4월,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35A 스텔스 전투기 1대가 9일 야간 훈련 중 아오모리현 인근 해상에 추락해 일부 잔해가 회수됐다고 10일 관계 당국이 밝혔다. F-35는 한국 공군도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한 기종이다. 사진은 2020년 미국 애리조나 상공 위를 날고 있는 F-35A, F-16, 그리고 KC-135의 모습이다.ⓒ사진=AP/뉴시스
국가 안보가 진심으로 걱정된다면 미군을 축소하고 국방비를 90% 삭감해 800개의 해외 기지에 있는 군인과 군함을 불러들이고, (주로 불법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무력 분쟁에서 발을 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을 돌보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교육을 보나 환경을 보나, 보건, 인프라, 경제, 민주적 국정운영을 보나 상태가 상당히 안 좋은 미국을 말이다.
유럽이나 아시아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제3세계 국가에서 온 관광객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나라가 많다. 물론 미국도 화성에 탐사선 퍼시비어런스를 보내는 등 상당히 능력있는 나라다. 하지만 그 사이 일본과 중국은 유리처럼 매끈한 고속철도를 타고 도시 사이를 오가고, 유럽인들은 무료로 치료를 받고 일 년에 최소한 6주의 유급 휴가를 즐기고 은퇴해도 삶의 질이 곤두박질치지 않는다.
우리 미국 국민이 정신 차리고 우리의 진짜 적이 누군지를 똑바로 알아야 한다. 그게 누구겠는가? 우리의 적은 우리가 사는 이곳, 베이징도 모스크바도 아닌 바로 이곳에 있다. 그중 가장 큰 게 링컨기념관에서 포토맥강 건너편에 있는 커다란 오각형 건물, 펜타곤이다.
1967년 10월, 국방부 앞 대규모 반전시위이 벌어지던 중 애비 호프만이 시위대를 이끌고 2차 대전 때 세워진 거대한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을 떠오르게 하는 퍼포먼스를 한 바 있다. 차라리 펜타곤을 밀어버리고, 워싱턴포스트 본사였던 도널드 트럼프의 호텔을 수용해 거기에 ‘전쟁부’라는 솔직한 이름으로 개명한 훨씬 작아진 국방부를 넣어서, 새로 개설된 ‘평화부’와 함께 건물을 쓰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만 되면 우리 미국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의 처지는 한결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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