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들어가야 사는 세상
삼성전자도 제친 온라인에 불교의 명운이 달렸다
‘무형’을 파는 카카오 플랫폼 전자 군단 삼성 제치고 1위
‘인터넷 세상’ 적응 못하면 공룡처럼 거대 종교 멸종도 가능
대한민국 재벌들의 대다수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의 폐허와 박정희 군사독재정부의 개발 시대에 힘입어 형성된다. 당시 아무것도 없던 이 나라는, 바로 백지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던 국가이기도 했다.
재벌구조가 뿌리깊게 내리려 확립되는 1990년대부터 재벌에 편입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된다. 기존의 재벌들이 눈에 안 보이는 높은 진입장벽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0년대 재벌이 되는 기업이 있었으니,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다. 인터넷 게임이야 기존 재벌의 진입장벽이 존재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이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성장이 쉬웠던 것이다. 이후 인터넷이라는 3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네이버와 카카오(다음)라는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난 2021년 7월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부자 순위 1위에 올랐다는 기사가 언론을 달궜다. 무형을 파는 카카오가 가전과 반도체라는 유형의 전자 군단 삼성을 물리친 것이다. 물론 이 두 분은 현재 주가의 변동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리니지와 카카오는 결이 사뭇 다르다. 리니지가 게임 마니아들에 의한 마니아들만을 위한 것이라면, 카카오는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의 가능성은 계속 열려있고 현재에도 진행형이라고 하겠다.
전국에 지점 하나 없는 카카오뱅크가 전국에 지점을 깔고 있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더한 것보다도 기업가치가 큰 것이 현대사회다. 즉 무형(無形)이 유형(有形)을 이기는 ‘공(空)의 세계’가 지금의 세계인 것이다.
카카오톡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통신 3사는 문자 요금을 받는 재미에 취해 카카오를 막지 못했다. 결국 ‘스마트폰을 사면 제일 먼저 까는 게 카카오톡’이라는 말이 만들어지며, 통신 3사는 문자를 무료화하게 된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기울어진 뒤였다.
그 다음에 카카오가 무료의 인터넷 전화를 선보이자, 심하게 데였기 때문인지 통신 3사 역시 통신 요금 무료를 선언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만일 문자 때처럼 버텼다면, 통신 시장도 카카오에 완전히 잠식당했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현재 카카오는 통신 3사를 합한 것보다 기업가치가 더 크다. 무형이 유형을 이기는 대변화의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4차 산업이 전개되면서, ‘인터넷 안으로 들어가면 승리자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망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또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假想現實)의 현실화(現實化), 미래의 가능성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논의되기도 한다.
여기에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이미 많은 부분이 인터넷 안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는 교육과 명상도 포함된다. 종교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대항해시대나 1차 산업 혁명과 같은 변화의 물결이 4차 산업 혁명과 더불어 밀어닥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유튜브는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다.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스마트폰이 확대될 때, 이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무력하게 도태됐다. 한때 휴대폰 점유율 3위까지 올라갔던 엘지가 지난 4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23분기 연속 적자에, 누적 적자액 5조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로써 휴대폰 시장 1위의 노키아와 3위의 엘지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룡이 멸종했듯이, 이제는 자본과 기업이라는 공룡들도 한순간의 실족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20대 세대 중 종교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78%이다. 즉 변화하지 못하면, 현재의 한국종교는 이들이 기성세대가 되는 20∼30년 후에 화석화될 것이다. 마치 인구절벽 속에 위태롭게 서 있는 대학들과 같은 존재가 바로 한국종교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불교의 인터넷 진출은 1700년 한국불교 역사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유튜브는 이러한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해방 후와 개발독재 시대의 안일함은 한국불교를 개신교에 밀리게 했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 안착에 실패하면, 엘지 스마트폰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607호 / 2021년 11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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