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주 2회 이상 먹으면?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1.11.29. 11:02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생선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암을 파괴하는 현상이 연구로 확인됐다. 벨기에 루뱅가톨릭대학 종양학 전문가인 올리비에 페론 교수 연구팀은 2016년 정상 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종양은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러 지방산 가운데 특히 오메가3 지방산(DHA·도코사헥사엔산)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는 가설도 세웠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DHA를 암세포에 투여했다. 10일째부터 암세포의 형체가 무너졌고, 13일 후부터는 붕괴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암세포에 오메가3 지방산은 독인 셈이다. 이 연구 결과는 올해 6월 국제 학술지(세포 대사)에 게재됐다.
페론 교수는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종양이 있는 실험용 쥐에게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먹이를 줬다. 이 쥐의 암세포 성장 속도는 일반 먹이를 먹은 쥐의 암세포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이 같은 결과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면 새로운 암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다. 페론 교수 연구팀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이 새로운 암 치료제로 등극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됐다. 미국임상영양학술지에 따르면 생선을 많이 먹는 사람은 소화기 계통의 암 위험이 감소했다. 생선을 충분히 먹은 사람은 적게 먹은 사람보다 구강암·인두암·대장암·췌장암 위험이 낮았다.
ⓒ시사저널 우태윤
심혈관질환 '10년 위험도' 낮춰
본래 오메가3 지방산은 심혈관질환과 치매 위험을 줄이는 효과로 잘 알려졌는데, 최근 국내 연구로도 재확인됐다. 국립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은 2012~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심뇌혈관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30~64세 1만7390명을 대상으로 오메가3 지방산 섭취에 따른 심혈관질환 '10년 위험도'를 분석했다. 10년 위험도는 2008년 미국에서 개발한 프래밍엄 위험 점수(FRS) 공식으로 산출한다.
그 결과, 하루에 오메가3 지방산을 1g 이상 섭취한 여성의 10년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1g 미만 섭취한 여성의 7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4분의 3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그러나 남성에서는 오메가3 지방산의 심혈관질환 10년 위험도 하락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에서 30~55세 여성 간호사를 대상으로 20년간 수행한 대규모 연구 결과와도 유사하다. 오메가3 지방산 등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한 여성의 심장병 위험이 오메가3 지방산을 적게 섭취한 여성의 75% 수준이라는 결과다.
오메가3 지방산의 치매 예방 효과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2016년 미국의학협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을 규칙적으로 섭취한 사람의 뇌에서는 회백질이 많이 발견됐는데, 이는 뇌 수축과 쇠퇴를 감소시킨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춰 치매를 예방하는 셈이다. 또 고광웅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인지기능 관련 연구논문 21편을 선정해 분석했다. 총 103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 DHA(0.5~2.2g)와 EPA(에이코사펜타엔산·203~720mg)를 단독 또는 함께 6개월 이상 섭취했을 때 42%(437명)에서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오메가3 지방산이 경도 인지장애 환자의 인지기능 영역(공간력·기억력·언어력 등)과 인지기능 관련 바이오마커(몸의 변화를 측정해 병을 진단하는 지표)를 개선하는 등 치매 예방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도 인지장애는 노화에 따른 기억력과 인지기능 감퇴가 정상 수준을 넘어선 상태를 말한다. 기억장애를 동반한 경도 인지장애는 치매의 강력한 위험요인이고, 환자의 50% 이상이 5년 내에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으로 발전한다.
신장질환·콜레스테롤·지방간 예방에 도움
오메가3 지방산은 신장질환 위험까지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튀기지 않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생선을 주 3~4회씩 장기간 섭취한 사람이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만성 신장질환에 덜 걸린다는 역학조사가 유럽영양학저널(EJN)에 발표된 것이다. 박인휘 아주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연구팀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인디애나주립대학과 공동으로 1985년부터 현재까지 25년간 미국 4개 도시에 사는 18~30세 5114명을 추적 관찰했다.
분석 가능한 4133명 중 489명에게서 만성 신장질환이 발생했다. 이들이 생선을 통해 섭취한 오메가3 지방산 수치를 확인한 결과, 그 수치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27% 더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한 사람은 그만큼 만성 신장질환에 덜 걸렸다는 의미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36% 더 적게 발생했다.
생선을 많이 먹으면 중금속 섭취를 걱정하는데, 이번 연구에서 수은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주로 먹는 생선 종류나 조리법이 다른 한국인에게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생선 섭취를 통한 오메가3 지방산과 신장질환의 연관성을 대규모로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심혈관질환·치매·신장질환 예방 효과 외에도 오메가3 지방산은 여러모로 우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베일러대학 메디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생선에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영국의학학술지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뇌졸중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은 2012년 오메가3 지방산을 생선으로 섭취한 여성의 노인성 황반변성 위험이 42%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은 오메가3 지방산이 간의 중성지방 등을 감소시켜 결국 지방간 위험을 떨어뜨린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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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송어·고등어·참치 등에 많아
이처럼 다양한 효과가 입증된 오메가3의 주요 구성 성분은 DHA와 EPA다. DHA는 두뇌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뇌세포 기능을 활발하게 해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높인다. 또 알츠하이머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면 치매가 발생하는데, DHA는 이 물질이 뇌에 쌓이는 것을 막는다. EPA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을 예방한다.
오메가3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합성되지 않으므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은 생선이다. 특히 연어·송어·정어리·청어·고등어·참치 등에 오메가3 지방산이 많다.
특히 등푸른생선은 오메가3 지방산의 보고다. 등푸른생선의 대표 격인 고등어는 가을철에 가장 맛이 뛰어나다. 여름에 산란을 마친 뒤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먹이를 양껏 먹어 지방 함량이 20%를 넘기 때문이다. 지방이 많지만 대부분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산과 같은 불포화지방이다.
2013~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오메가3 지방산(DHA와 EPA의 합) 섭취량은 137~500mg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장하는 오메가3 지방산의 하루 섭취량은 0.5~2g이다. 고등어 100g(한 토막 또는 반 마리)에는 DHA와 EPA가 각각 1.8g과 1.2g 들어있어 생선만 먹어도 오메가3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미국심장학회(AHA)는 일주일에 최소 2회 이상의 생선 섭취를 권장한다. 게다가 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뿐만 아니라 단백질·비타민D·비타민B2·칼슘 등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
생선만 먹어도 여러 성분과 함께 오메가3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으므로 굳이 오메가3 지방산을 보충제로 섭취할 이유가 없다. 보충제를 통해 오메가3 지방산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오히려 면역계 기능이 손상되거나 뇌출혈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 복용은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메가3를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한 등푸른생선 조리법
낮은 온도에서 10분 정도 굽거나 찌기
오메가3 지방산이 생선에 풍부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생선은 조리법에 따라 오메가3 지방산 흡수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2009년 미국심장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미국 하와이대학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등푸른생선을 튀기거나 염장 후 말린 것보다는 굽거나 쪄서 먹는 편이 심장 건강에 더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선을 조리할 때는 온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조리할 때 열을 너무 가하면 DHA 등 유익한 지방산이 감소하며 탄 부위에는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미국 워싱턴주 건강부(WSDH)는 생선을 62도 이내로 조리할 것을 권장한다. 이 온도에서 두께 1인치(약 2.5cm) 생선은 약 10분, 냉동 생선은 약 20분 조리하면 육질이 불투명해지고 포크나 젓가락으로 잘 분리되는 정도가 된다.
등푸른생선 하면 흔히 고등어를 떠올린다. 생물 고등어를 고를 때는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느껴질 만큼 살이 단단하고 광택이 나며 눈이 촉촉한 것이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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