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3. 부처님과 부처님 세계 - (2) 대승경전 작가의 구상

장백산-1 2022. 1. 22. 00:16

3. 부처님과 부처님 세계 - (2) 대승경전 작가의 구상

아함경 ‧ 베다 ‧ 대승경전 총 망라 플롯(plot) 구성

행과 원은 세상 변화의 원동력, 그 실천 주체로 보살을 표상화
세주묘엄품 제1을 첫머리 배치, 설법 무대 육하원칙으로 구성

‘①거과권락생신분’에 속한 총 6품에 나오는 이야기의 주제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부처님이란 어떤 존재인가? 둘째는 이 세계는 어떻게 생겼는가? 기원 후 1~2세기 경, 대승경전(大乘經典)을 구성한 작가는 ‘기존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활용하여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화엄경(華嚴經)’ 편집을 구상한다.

 

대승경전을 구성한 작가는 우선 ‘설일체유부’와 ‘경량부’를 비롯 각 상좌부파에 속한 스님들이 외워 전승하던 소위 ‘아함경(니카)]’ 이야기를 비롯해,  ‘아함경(니카)]’에 관련된 해석학적 이론을 섭렵했다. 또 ‘베다’를 포함한 인도 고유의 사상가들의 이야기도 섭렵했다. 나아가 기원 전후로 등장한 ‘대승(大乘)을 자처하는 새 불교 운동가들이 지어낸 수많은 이야기들’도 섭렵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모은 대승경전을 구성한 작가는 다음과 같은 철학(哲學)에 입각하여, ‘화엄경(華嚴經)’ 편집을 위한 ‘플롯(plot)’을 구성한다.

‘화엄경(華嚴經)’ 편집을 위한 ‘플롯(plot)’을 구성 요소로서

 

첫째, ‘진리’ 또는 ‘진리 체험자’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모든 곳에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진리’ 또는 ‘진리 체험자’는 복수(plural)이고 상호 연결(連結)되어 있다. ‘화엄경(華嚴經)’에 나오는 비유처럼, ‘존재하는 모든 물(水)’이 ‘바닷물(海水)’과 연결되듯이, 세상 모든 존재는 ‘비로자나 부처님(청정법신부처님)’과 연결(連結)되어 있다.

 

둘째, 진리와 진리를 체험한 자가 무수하기 때문에, 대승경전을 구성한 작가는 진리 체험을 말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했다. 대승경전을 구성한 작가는 ‘광명(光明)’ 즉 ‘빛’에 착안했다. 태양(太陽)에 의존해 생물(生物)이 자라고 또 각각의 제 빛을 내듯, 비로자나 부처님(청청 법신 부처님)의 ‘가피 광명’을 받아 세상 모든 존재들이 존재의 실상을 설법하게 했다. ‘주인공과 들러리(主伴)’의 구별을 없앴다.

 

셋째, ‘인과적(因果的) 해석’이야말로 ‘지각과 추리’, 그리고 ‘타자와의 논증’에 가장 유효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던 대승경전을 구성한 작가는, ‘화엄경’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를 인과적으로 엮어 연결했다.

 

넷째, 대승경전의 하나인 ‘화엄경’을 구성한 작가는,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이 몸으로 하는 실천(行)과 마음으로 하는 희망(願), 이 둘이야말로 삶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원동력(原動力)이라 확신했다. 그리하여 ‘행과 원’ 사상으로 화엄경의 모든 이야기를 엮으면서, 그 실천 주체로 ‘보살(菩薩)’을 표상화시켰다.

 

이상은 대승경전의 하나인 ‘화엄경(華嚴經)’ 전편에 흐르는 대승경전 작가의 다중적 플롯(plot)이다. 대승경전 작가는 ‘세주묘엄품 제1’을 ‘화엄경’ 첫머리에 배치시켜, 향후 설법을 위한 무대를 소위 ‘6하 원칙(六何原則]’으로 구성해 배치한다. 그  ‘6하 원칙(六何原則]’의 구성은 크게 10단락으로 나누어진다. 

 

①나는 이렇게 들었다고 고백하는 단락인데, 모든 불경은 으레 이렇게 나는 이렇게 들었다(如是我聞)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②누가(부처님께서), 언제(어느 때), 어디서(마가다국 보리수 밑에서)를 밝히는 단락이다. ③설법한 시기를 특정하여 “깨달음을 이룬 최초 시기임”을 밝히는 단락이다. ④설법 당시의 장소에 대해서는, 땅, 주변의 수목, 건축물, 여래께서 앉으셨던 의자 등으로 나누어 순서대로 설명한다. 

 

⑤부처님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좀 더 자세하게 ‘10측면(身)’에서 묘사하는데, 이것을 ‘지혜(智慧)의 측면에서 본 부처(解境)’로, ‘수행의 측면에서 본 부처(行境)’로 쪼개서 읽으면 재미있다. 대승경전 작가는 당시 인도에서 유행하던 위대한 수행자의 장점을 총 출동시켜 석가모니 부처님을 묘사한다. 화엄 경학에서는 부처님을 이같이 묘사를 하는 단락을 ‘교주난사(敎主難思 : 교화의 주인은 생각하여 알기 어렵다 )’라고 하였다. 

 

⑥설법을 듣기 위해 구름처럼 모여든 대중을 열거하는 단락. 여기까지 이야기는 비교적 짧다. 다음은 길게 늘어지는 찬송문학으로, ⑦그렇게 모인 대중들이 부처님을 찬송하는 단락이다. 찬송에 앞서 그들이 각각 어떤 ‘원인의 수행’을 해서 어떤 ‘결과의 해탈’을 얻었는지도 소개한다. 대표적인 수행은 ‘4섭법(보시섭, 애어섭, 이행섭, 동사섭)’이다. '4섭법'이 초기불교의 근본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대승불교도 불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⑧부처님이 앉으신 사자좌(獅子座)  그림 속에서도 대중들이 출현하여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찬송하는 단락. ⑨천지(天地)가 진동하는 등의 상서로운 일이 생기는 단락. ⑩이상의 장면이 이곳 보리수 밑만이 아니고, 무한하게 펼쳐지는 화장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난다고 묘사하는 단락이다. 

독자들께서는 ⑥의 ‘바다처럼 구름처럼 몰려온 수많은 대중들(중해운집, 衆海雲集)’을 무리별로 갈무리해두셔야 한다. 그리하여 ⑦에서 구름같이 몰려든 대중들이 부처님을 어떻게 찬송하는지를 짝지어 독서하면 좋다. ‘화엄경약찬게’를 외워두면 매우 편리하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17호 / 2022년 1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