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인과(因果)의 노래

장백산-1 2020. 10. 13. 14:40

인과(因果)의 노래   - - 원효대사


원효는 뱀복의 무덤 앞에 앉아 입을 열었다.

“보살이 이미 몸으로써 법을 설하시고 가셨으니 내가 또 무엇을 설할 것이 있으랴. 모두들 잡념 망상을 
끊고 가만히 제 마음을 들여다보면 만법이 이미 본래 다 마음에 갖춰있서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더
이상 깨달을 것도 없음을 알 것이다. 그러나 제불보살도 중생이 청할 때에는 법을 설하셨으니 이 몸도 
한 노래를 불러서 여러 불제자의 마음을 깨우리라.” 이렇게 허두하고 원효는 노래를 불렀다.


“산하대지와 생사고락이 다 내 마음의 조작이라(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콩 심은데 콩이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니, 인과응보가 내 뒤 따르는 양 몸 가는 데 몸 그림자요 소리에 울림이라. 업보의 끄는 힘이 
황소보다 더 세어라. 눈 깜짝하는 사이에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 아뿔싸 천만 겁에 사생고락 씨가 되니
어허 두려운지고 인과응보(因果應報) 두려워라. 그러나 인과일래 범부도 성인 되네

천지가 넓다 해도 선을 위해 있사오니 터럭같이 작은 선도 잃어짐이 없을러라. 방울방울 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이 날마다 작은 공덕 쌓아 큰 공덕 되니 하잘 것 없는 몸이 무상 보리 이루는 법 여덟가지 
바른길(八正道)을 밟아 적선(積善)함이로다.

어허 고마운지고 인과응보 고마워라. 석가여래 아니시면 이 좋은 법 어이 알리. 삼천대천세계 바늘 끝
만큼도 빈 데 없이 목숨을 버리시며 겪으신 난행고행 나를 위하심일세. 악도에 떨어질 몸 다함이 없는
즐거움을 얻는 법을 정녕히 설하시니 팔만사천 법문이라. 그 문 따라 들어가면 백무일실(百無一失)하게 
도피안 하오이라. 어허 무량할손 부처님의 은혜셔라.

팔만대장경이 모두 다 불법이라 경중이 있을쏘냐 어느 경 하나라도 수지독송하는 중생 반드시 악취떠나
불지(佛地, 극락세상)에 들어가리. 일념수희(一念隨喜)한 공덕도 만겁 적악 깨버리고 사구게를 믿는 신심 
삼계에 대법사(大法師)라. 경전이 있는 곳이 부처님 계신 곳요 경을 읽는 중생 부처님의 사자(使者)로다.
어허 중생들아 경을 받아 읽었으라. 절이 없을진대 불법 어디 머무르며 스님 아니런들 뉘 있어 법 전하리.
그러니 절을 짓고 성중(聖衆) 공양하였어라.”

 
원효는 한 절마다 소리를 높여서 끝 두 귀를 세 번 부르고, 잠시 쉬고는 또 계속한다.

“헐벗고 배고픈 사람에게 옷과 밥을 주었어라. 앓는 이 구안하고 약한 이 도와주니 모두 보시행(布施行)
이로다. 재물이 없다 한들 몸조차 없을 건가. 이 몸 타고나기 도 닦자는 본원(本願)이니 도 위해 쓰고 버림 
진정 소원이 아니던가. 제불인위시(諸佛因爲時)에 국성처자(國城妻子) 보시하니 이 몸의 두목신체(頭目
身體) 보시 않고 어이하리. 몸과 목숨을 바칠진댄 더 큰 보시 있을쏘냐.

살생, 도둑질, 사음 하지 않는 일을 지계(持戒)라 일러 있고 남 미워 아니함을 인욕(忍辱)이라 불렀으며
정업정명(正業正命) 근행함을 정진(精進)이라 하시옵고 마음 굳게 잡아 잡념 망상 다 버리고 가을 하늘 
맑은 듯이 무애삼매(無碍三昧)닦는 법을 선정(禪定)이라 하거니와 모두가 마하반야바라밀(摩訶般若波羅
密)의 길이로다. 만행(萬行) 어느 것이 육도(六度) 아님 있으랴만 제 힘에 믿는 행을 힘 다하여 닦았어라. 
팔만사천 법문 어느 것 하나 문 아니리. 신심 굳게 가는 중생 구경에 성불하오리라.

어버이 크신 은혜 모르는 이 있으랴만 스승의 고마우심 아는 이 그 뉘런고. 부처님이 본사(本師)시고 
보살님네 대사(大師)로다. 한 가지를 배웠어도 스승 공경하였어라. 나라님 아니시면 어느 땅에 발 붙이리
효도인들 어이 하며 불법인들 닦을쏘냐. 그러니까 군사부는 일체라고 일렀도다. 임금께 충성할 제 목숨을 
아낄쏘냐. 효도를 하는 길에 도 닦음 으뜸이라. 아들딸이 쌓은 공덕 다생 부모 제도하네.

먹고 입고 쓰는 것이 모두 중생 수고로다. 입에 드는 밥 한 알을 절하고 먹었어라. 사중은(四重恩) 못 갚
으면 어이 극락을 바랄쏘냐.군사부 중생은을 한시나 잊을세라. 한 숨 두 숨 쉬는 숨이 은혜 갚는 맹세로다.
성인은 그 누구며 범부는 그 누구냐. 유정 무정이 개유불성(皆有佛性)이라. 한마음으로 나톤 중생 불(佛)
아닌 것이 어디 있나. 미(迷)할 제 범부이고 깨달으니 부처(佛)이로다.

지옥 천당이 내 마음이 지은 바라. 삼독(三毒)오욕(五慾) 벗어나서 무상보리 닦을진댄 생사윤회 끊었거니 
악도를 두려워할쏘냐. 세상에 박복한 이 누구 두고 이름인가. 불법을 못 듣는 이 그를 두고 말함이라.
다생 악업장이 되어 이 눈을 가리우니 불법 속에 살면서도 불법을 못 보고 못 듣는다.

업장을 떼는 법이 예불 참회 고작이라. 섭률의(攝律儀) 섭선법(攝善法)이 업장을 녹이더라. 철통 같은 
묵은 업장 밝은 빛에 터지는 날 광명일월 넓은 법계 자유자재 내리구나.”

 
듣는 사람은 고요하다. 원효의 음성은 더욱 높아진다.

“불도를 닦는 사람 무엇으로 알아내노. 얼굴에 빛이 나고 몸에서 향내 나네. 마디마디 기쁨 주고 걸음
걸음 꽃 피운다. 자비심을 품었으니 노염 미움 있을소냐. 청정행을 닦았으니 거짓말을 끊었어라. 

오욕 번뇌 멸한 사람 제천(諸天)이 공경커늘 요망한 악귀 무리 거들떠나 볼 것이냐. 송경 염불하는

중생 선신이 보호하니 물에 들어 안 빠지고 불에도 아니 탄다.

한 중생 초발심(初發心)에 법계가 진동하고 은밀한 작은 행도 하늘에 적히도다. 불법을 닦는 집이 

모양이 어떠한고. 큰소리 성난 모양 꿈엔들 보일 건가. 신명이 도우시고 불보살이 지키시니 자손

창성하고  부귀공명하오리라.

불법을 닦는 나라 그 모양이 어떠한고. 백성은 다 충신이요 아들딸은 다 효자로다. 악귀가 물러가고 선신이 
모여드니 우순풍족하고 국태민안 하다. 선업 닦은 중생들이 이 나라에 원생(願生)하니 제상선인(諸上善人)
이 구회일처(俱會一處)라. 산 모양 들 모양도 얼굴을 변하고 날짐승 길버러지 악심을 떼었으니 현세상이
그대로  극락이라. 이 아니 보국(報國)이냐. 어허 기쁜지고 지화자 좋을씨고. 법고 둥둥 울려 한바탕 춤을 
추자.”

노래를 끝내고 원효가 춤을 추니 모든 대중도 일어나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