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4. 싸띠하는 힘이 커지는 뇌과학적 원리

장백산-1 2022. 2. 23. 17:57

4. 싸띠하는 힘이 커지는 뇌과학적 원리


운동이 근육 키우듯 싸띠는 뇌신경회로를 강화
뇌신경망은 유연성 있어 스스로 변화하는 성질 강해
수행하면 신경세포 연결 강도 증가해 싸띠신경망 강화
싸띠는 마음근육 강화…싸띠하면 망상 일어남 금방 알아채


                            몸운동을 하면 몸근육이 커지듯 마음운동을 하면 마음근육, 즉 뇌신경망이 커진다.

 

 

기본모드신경망(default mode network)이 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불행한 마음으로 이끄는 탐(탐욕) 진(성냄) 치(어리석음) 삼독심의 번뇌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붓다는 지금·여기에서 사념처(몸[身] · 느낌[受] · 마음[心] · 법[法])를 분명히 알아차림(싸띠, sati) 하라고 가르쳤다. 굳이 특별한 수행시간이 아니더라도, 걸어가거나, 서 있거나, 앉아있거나, 누워 있을[행주좌와(行住坐臥)] 때나 모든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행동과 마음의 작용이 항상 알아차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싸띠수행은 타오르는 번뇌의 불을 끄고 해탈·열반으로 이끄는 실천방법이기 때문이다.

 

호흡수행은 붓다가 발명한 대표적인 싸띠 수행법이다. 호흡수행을 해보면 망상이 끝없이 일어남을 경험한다. 그러나 일어나는 망상을 알아차림하지 못하고 한참 망상에 끄달리다가 앗차, ‘망상 망상 망상’하고 다시 호흡 알아차림으로 돌아온다. 오래 수행을 했다 싶지만 달라짐이 없어 보인다. 처음에는 크고 거친 망상이 올라오지만 수행이 진일보하면서 미세한 마음의 흔들림(망상)까지도 알아차림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은 미세한 망상도 알아차림 할 수 있을 만큼 싸띠힘이 커진 것이다. 싸띠힘이 커지면 ‘지금·여기’에 더 잘 머물 수 있다. 생활에서 알아차림이 잘 되고 행주좌와 깨어있는 한 항상 싸띠를 하면 싸띠힘은 폭발적으로 커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마음은 온전히 지금·여기에 머무를 수 있으며 망상에 끄달리지 않고 고요해진다.

 

호흡을 알아차림하고 있는 마음에 왜 망상이 끼어들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腦)의 구조(構造)와 작동방식(作動方式)을 알 필요가 있다. 뇌는 다양한 복합기능을 실행하는 장치이다. 뇌는 뇌신경 세포들이 기본이 되고 그들이 서로 11차원으로 연결되어 이루어진 상상을 초월하는 복잡한 신경망(神經網)이다. 이 가운데 어떤 신경망은 시각을 알아차리고, 어떤 신경망은 청각을 알아차린다. 또한 여러 가지 다른 감각들, 망상을 비롯한 많은 생각들, 복잡한 감정들, 여러 가지 본능 등등을 처리하는 신경망들도 있다. 휴대폰에 여러 가지 앱(app)이 설치되어 있는 것과 같다. 앱은 동시에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경망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한다.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와 같다. 불꽃 하나하나가 신경망의 활동으로 보면 된다. 예로써, 뇌의 시각신경망이 눈에서 들어온 시각영상을 처리하고 있을 때, 같은 시간에 청각 신경망은 소리를 받아들여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각정보를 먼저 처리하고 이어서 청각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同時)에 처리한다. 맛(미각), 냄새(후각), 촉각 등 다른 기능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여기에 더하여 망상과 같은 내면적 생각들도 일어난다. 다만 그런 뇌활성들이 무의식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뇌활성을 모르고 지나친다. 의식에 들어왔을 때만 우리는 어떤 대상을 보고 있음을, 듣고 있음을, 생각하고 있음을 안다. 뇌활성은 뇌가 죽지 않는 한 계속해서 일어난다. 잠잘 때도, 심지어 무의식 상태에서도 일어난다. 망상의 뇌활성도 그렇게 독립적 자동적으로 때를 가리지 않고 스스로 마구 일어나기 때문에 호흡을 알아차림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망상이 끼어든다.

 

호흡수행이 깊어지면 망상이 줄어든다. 망상이 일어나도 금방 알아차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활념이 습관화되면 나의 모든 행동이 알아차림된다. 싸띠힘이 커진 것이다. 싸띠는 ‘마음근육’이라고 하였다. 몸운동을 하면 몸근육이 커지듯 마음수행을 하면 마음근육이 강해진다. 마음근육은 뇌신경회로이다. 신경세포가 살아있기 때문에 신경회로도 살아있는 생물이다. 살아있는 것은 빠르게 변한다. 휴대폰이나 컴퓨터에도 앱(app)을 구동하는 회로가 있지만 그 회로들은 무생물, 즉 변하지 않는 실리콘 전자회로이다. 카카오톡을 생각해보라. 설정을 일부러 변경하지 않는 한, 아무리 오래 사용해도 ‘까톡~ 까톡~’이다. 다른 소리를 내게 하던가 무음으로 하려면 우리가 설정을 바꾸어야 한다. 결코 카톡이 스스로 다른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생체는 살아있기 때문에 스스로 변한다. 근육운동을 하면 근육이 변하고 마음운동을 하면 마음근육, 즉 뇌신경망이 변한다. 이렇게 유연성이 있어서 스스로 변하는 성질을 가소성(可塑性, plasticity)이라 한다. 뇌가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성질을 뇌가소성 또는 신경가소성이라 한다. 변함은 우선 신경세포 자신이 더 튼튼해지고, 신경회로가 더 강해지거나 약해지고, 새로운 신경회로를 생성하고, 다른 신경회로와 연결되는 것 등을 포함한다. 뇌신경회로의 이러한 성질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기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도 있으며, 또한 기억을 왜곡시키거나 망각할 수도 있고,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할 수도 있다. 이 모든 마음현상들은 모두 뇌신경회로의 작동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재활의학을 생각해보라. 뇌졸중으로 사지가 마비되더라도 재활운동을 계속하면 어느 정도 기능이 회복된다. 신경가소성으로 뇌신경회로가 복구되고 근육과의 연결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신경회로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어 만들어진다. 중요한 점은 그 연결점인 연접(시냅스)의 연결강도가 사용빈도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성질을 연접가소성(連接可塑性 synaptic plasticity)이라 한다. ‘신경회로가 더 강해진다’는 것은 연접의 연결강도가 더 강해짐을 의미한다. 싸띠수행을 하면 싸띠신경망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싸띠신경망을 이루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접 연결강도가 증가한다. 이는 싸띠신경망이 강해져서 싸띠힘이 커지는 원리이다. 반면에 사용하지 않는 신경망은 약화된다. 거기에 속한 연접들의 연결강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싸띠수행은 싸띠신경망을 강화하고 번뇌·망상 신경망을 약화시켜 깨달음의 뇌를 만든다. 그런데 왜 번뇌·망상의 불길이 꺼진 깨달음의 뇌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도 힘들까? 번뇌의 신경망은 변화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뇌는 그렇게 진화하였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21호 / 2022년 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