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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장백산-1 2022. 6. 7. 15:47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인생에 준비하는 과정은 없다.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인생에서 준비를 하는 과정은 필요 없다. 그 어떤 준비과정도 진리(眞理)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고, 수행과 멀어지게 할 뿐이다. 세상 모든 일은 제각각 낱낱이 ‘바로 그 일 자체가’ 되어야지 그 일을 위한 준비과정이 되어선 안 된다.

 

참선 · 염불 · 독경 · 진언 · 절 등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진리)에 다가가려고 하지 말라. 참선 · 염불 · 독경 · 진언 · 절 등의 수행을하는 바로 그 순간이 본래성품(본성)을 드러내는 순간이고, 깨달음을 드러내는 순간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참선 수행을 하기 위해 선방에 가는 순간도 그것이 절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기 위한 준비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선방으로 가는 그 걸음 걸음의 순간 또한 그대로 본래성품을 드러내는 순간이고, 깨달음을 바로 깨닫는 순간임을 알아야 한다.

 

주말에 있을 참선모임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무엇하려고 그 긴 시간을 기다리고 소모해야 하는가. 기다림을 버렸을 때 모든 순간 순간이 온전한 참선 수행의 순간이 된다. 독경 수행을 하기 위해 경전을 꺼내어 들고, 펴고, 준비하는 그 모든 과정이 독경을 위한 준비과정이 되어선 안된다. 수행을 위한 준비는 필요 없다.

 

우리들이 하는 행위가 준비과정이 되었을 때, 그 때부터 괴로움은 시작된다. 절에 가서 1시간 수행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시간이 늦으면 괴롭고, 절에 가는 동안 차가 막히면 답답하고, 어쩌다가 절에 못가게 되었을 때 그로 인해 괴로워하기 마련이다.

 

깨달음도 마찬가지다. 모든 수행의 순간이 깨달음의 순간이지 깨달음을 위한 순간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터득한다고 생각한다. 어리석은 ‘중생’이 수행이라는 ‘마음’ 닦는 과정을 통해 깨달은 사람, 즉 ‘부처(佛, 覺者)’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 즉 착각(錯覺)이다. 수행, 마음을 닦는 과정, 깨달은 사람, 즉 ‘부처(佛, 覺者)’라는 말은 방편(方便)일 뿐이다. 마음, 부처, 중생이 그대로 하나다. 그래서 『화엄경』에서는 ‘마음, 부처, 중생, 이 세가지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고 했다. 심불급중생 시삼무차별(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

 

지금 이 순간이 그대로 깨닫음의 순간이다. 그랬을 때 우리 삶의 그 어떤 순간도 우리를 괴롭게 만들지 못한다. 모든 순간이 다 온전한 순간이고,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깨달음의 순간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는 온전한 만족만이 있다.

 

절에 가는 순간 절에 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한걸음 한걸음 걷고 있음을 알아차리면 그것이 그대로 경행수행이 된다. 그랬을 때 절에 가는 과정도 참선이며, 절에 가서 앉아 있는 것도 참선이다. 법당에 들어서는 순간, 경전을 꺼내어들고 방석을 펴는 순간 매 순간 순간을 놓치지 말고 깨어있으면 수행과 생활이 따로 없고, 과정과 목적이 따로따로 나뉘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매 순간 순간이 그대로 목적이 되도록 하라. 내가 살아가는 매 순간 순간이 그대로 수행이 되도록, 그대로 깨달음의 순간이 되도록 하라. 지금 여기에서 깨어있을 수 있다면 모든 순간이 낱낱이 절대이며, 모든 행위가 그대로 참선이다.깨달음이나 참선을 위한 준비 과정은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 그것’만이 있을 뿐이다.


글쓴이 : 법상,  <법보신문/2004-11-10/7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