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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광반조(回光返照)

장백산-1 2022. 12. 7. 16:00

회광반조(回光返照)


어떤 대상인 무언가를 볼 때 그 대상을 보자마자 보이는 그 대상에 집착을 해서 끌려다니고, 보이는 그 대상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보이는 그 대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판단하면서, 보이는 그 대상에게 정신이 온통 팔리게 된다.

그런데 문득, 보이는 그 대상에만 쏠려 있는 의식의 빛을 돌이켜서 그 대상을 보는 놈이 누구인지를 비춰 보라. 이렇게 보는 것을회광반조(回光返照)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보고 있다', '듣고 있다', '말하고 있다', '느끼고 있다', '생각하고 있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 보는 작용을 통해 '있음'이 확인된다. 보는 작용을 통해 보고 있는 무언가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보고 있는 무언가각 여기에 있다는 사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본다는 사실은 곧 보는 무언가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눈이 대상을 보지만, 대상을 보는 눈이 눈은 보지 못하는 것처럼, 평생토록 우리는 거울을 보지 않고는 직접 눈을 본 적은 없다. 눈이 눈을 직접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다른 모든 대상을 본다는 작용을 통해서 얼굴에 눈이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다. 대상을 보는 작용을 통해 보는 놈이 '있음'이 확인되고, 대상을 듣는 작용을 통해 듣는 놈이 '있음'이 확인된다.
이 '있음'이라는 존재감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 그렇게 '있을까?' 대상을 보자마자 해석하고, 대상을 듣자마자 해석하는 분별심 (分別心) 이전에 '보고 있음', '듣고 있음', '봄', '들음' 그 자체, 그 첫 번째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 보고 들어 볼 수는 없을까?

회광반조(回光返照)해 보라.

그 무엇이라고 말 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크기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하게 확인되는 이 '있음'은 과연 무엇일까?
당신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지 않은가? 보는 작용을 통해 지금 여기에 있음이 확인된다. 지금 여기에 무엇이 있는가? 


2020.07.14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