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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심(分別心)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십니까?

장백산-1 2022. 12. 4. 14:35

분별심(分別心)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 물음은 황벽선사의 전심법요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6바라밀과 만행의 공덕을 이미 본래 구족하고 있으니 이것들을 애써 수행해서 얻을 것이 없다. 인연을 만나면 그 만남에 응해서 베풀고, 인연이 다하면 고요할 뿐. 이 마음이 부처임을 믿지 않고, 모양에 집착해 애써서 정진하여 무언가를 구하려고 한다면, 이는 망상에 빠진 것이니, 도(道)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일체 모든 만행의 공덕과 6바라밀의 수행을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본래부터 원만하게 구족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원만구족해지기 위해 보시, 지계, 인욕, 선정, 정진, 지혜라는 6바라밀을 억지로 애써 닦을 것도 없고, 수행을 통해 얻고자 할 것도 없습니다. 사실이 그러함에도 우리는 지금까지 기도, 수행, 염불, 독경, 절, 좌선 등 온갖 수행법들을 얼마나 많이 해 왔는지 모릅니다.
 
이 마음공부는 억지로 애써 수행하고 정진해서 얻는 공부가 아닙니다. 진실로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공부가 아닙니다. 이미 본래 원만구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바로 부처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내 마음이 이미 바로 부처임을 결코 믿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당신은 망상에 빠진 것이어서 도와는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분별, 망상, 생각을 진짜라고 여겨 분별, 망상, 생각을 쫓아가지만 않으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아무 일도 없습니다.
 
생각, 망상, 분별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십니까? 생각 망상 분별이 없을 때, 아무 일이 없고, 생각 망상 분별이 없는 그 자리가 바로 본래 원만구족입니다.
 
그저 인연을 만나면 그 인연에 응해서 베풀고, 인연이 다하면 다시금 아무 일 없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당처(當處)로 돌아올 뿐입니다. 생각 망상 분별심을 과거나 미래로 보내지 않고,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생각을 주인으로 삼지 않고, 다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눈앞의 이것을 그저 있는 그대로 분별 없이 본다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요? 
 
 
2020.06.22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