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평범하고 당연해서 물같고 공기같은 '이것'
공기는 너무 흔하고 당연해서 공기를 코로 들이마시고 내쉬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고, 숨쉬는 것을
지속하기 위해 특별히 애쓸 필요도 없다.
물은 맛이 너무 맹맹하고 심심해서, 탄산음료나 커피 같은 마실 것들에 비해 별로 감흥을 주지 못한다.
이와같이 물이나 공기처럼, 존재에게 가장 핵심적인 것들은 심심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하여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깨달음, 자성, 불성, 진리라는 방편으로 회자되는 물같고 공기같은 '이것'도 비슷하다.
'이것'은 너무 당연하고 특별할 것이 전혀 없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없이 특별하기도 하다.
'이것'은 공기처럼 물처럼 늘 항상 곁에 있지만, '이것'은 생겨나거나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나아지거나 나빠질 수도 없는 것이다 보니 전혀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남들에게는 없고 나에게만 있는 것, 혹은 너무 귀해서 얻기 힘든 것이어서
엄청난 노력을 통해 획득한 것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물같고 공기같은 '이것'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이것'은 너무 평범하고, 누구에게나 두루 똑같이 있는 것이며,
얻을 수 있거나 잃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것'을 얻거나 멀리하기 위해 특별한 어떤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깨달음, 자성, 불성, 진리를 과연 누가 좋아하겠는가? 평범하고 당연한 물같고 공기같은 이것,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것을 사람들에게 가리켜 보여 주더라도 사람들은 '이것'에 눈길 조차 주기 않기 쉽다.
왜냐하면 그동안 배워 온 깨달음, 자성, 불성, 부처, 진리는 매우 특별하고, 얻기 어려우며, 온갖 고행과 수행을 한
소수의 엘리트 수행자만의 전유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깨달음, 자성, 불성, 부처, 진리를 깨닫고자 한다면, 이 평범하고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깨달음, 자성, 불성, 부처,
진리에 실망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언뜻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전부이고, 오로지 '이것'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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