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業報)란?
사람들은 보통 업(業)이라는 말을 들으면 ‘죄(罪)’를 떠올린다. 업(業이 많다는 말은 곧 죄(罪)’가 많다는 말과 동의어처럼 쓰인다. 그러나 업(業)이 죄(罪)는 아니다. 업(業)은 ‘행위(行爲)’다. 몸과 말과 생각으로 몸으로 행동하고, 입으로 말하고, 머리로 생각한 것이 그대로 업으로 존재 속에 어떤 세력 혹은 어떤 에너지 잔재를 남긴다. 그것이 업력(業力)이다.
업력(業力)은 잠재적인 어떤 세력이나 에너지로 존재 안에 머물러 있다가 시절인연이 되면 반드시 업력(業力)에 상응하는 결과(結果)를 가져 온다. 이같은 이치를 불교에서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 혹은 업인과보(業因果報)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업사상(業思想)은 우주의 대평등성을 밝히는 에너지 균형의 법칙이다. 이러한 에너지 균형의 법칙이 작동하는 진리의 세계를 불교에서는 법계(法界)라고 표현한다. 업이야말로 법계를 설명하는 아주 중요한 법칙 중 하나다. 업의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 보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불공평한 듯 보이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어떤 사람은 사기를 치고 나쁜 짓을 하고 사는데도 부유하게 살고, 또 어떤 사람은 착하고 성실하게 사는데도 가난한 삶을 면치 못한다. 겉으로 드러난 세상의 불공평이 진실이라면, 즉 이러한 불공평을 공평하게 바꾸어줄 그 무언가의 수단이 없다면 그런 세상을 진리의 세계, 즉 법계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불공평(不公平)하고 불평등(不平等)한 세상에 대해 업사상은 과거와 미래의 전체 생을 아우르는 분명한 인과의 이치로써 답하고 있다.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라는 말이 업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즉 악을 행한 자는 반드시 악의 결과를 받고 선을 행한 자는 반드시 선의 결과를 받는다는 법칙이다. 거기에 예외는 없다. 다만 결과를 언제 받느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업을 행해 놓고 업에 대한 결과를 받지 않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처럼 누구나 자신이 지은 업에 대한 결과는 반드시 자신 스스로 받아야 끝이 난다. 사기를 쳐서 돈을 빼앗은 사람이 지금은 아무 문제없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지만 그 악업의 결과가 무르익을 때 그는 큰 고통을 받으며, 선행을 했지만 지금은 사는 것이 좋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그 선행의 결과가 무르익을 때 분명히 좋은 결과를 받는다.
『법구경』에서는 ‘악행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악한 자도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악행의 열매가 익을 때 그는 큰 괴로움을 받는다. 선행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선행을 한 자도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선행의 열매가 익을 때 그는 큰 행복을 누린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예를 들어 보자.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100만원을 사기를 쳤다면 A와 B사이의 관계는 에너지 불균형이 일어난 것이다. A라는 사람은 100만원을 부당하게 취했지만 B라는 사람은 100만원을 손해를 봤다. 그러나 걱정 말라. 우주 법계는 언제나 그같은 에너지의 불균형을 균형적으로 맞춰주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만약 이번 생에 두 사람이 이 업의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다음 생에 두 사람은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두 사람 사이의 에너지가 불균형하게 틀어진 이상 그 에너지를 자연 그대로의 균형된 상태로 바꾸어 놓기 위해 우주법계는 불균형 상태의 이네지를 균형 상태로 바꾸어 놓는 일을 계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거꾸로 다음 어느 생에서 A는 B에게 100만원 상당의 무언가를 빼앗기거나, 주어야 하는 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살다보면 이상하게도 어떤 사람과는 첫 만남부터 악연이구나 싶은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이유도 없이 좋아서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이 우주법계가 업의 균형을 위해 행하는 치밀하고도 우주적인 현실 창조의 방법이다. 엉성하게 별 이유도 없이 우연히 어떤 일이 벌어졌거나, 어떤 사람과 만난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모든 일들과 그 모든 만남은 우주법계의 치밀하고도 전체적인 계획의 일환인 것이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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