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지 말고 다 비워버려라.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은 집착하지 말고 다 버려라. 내 것이 아닌 것을 모두 버릴 때 세상을 소유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이가 뒷동산에 있는 나뭇잎을 가지고 간다고 할 때 왜 나뭇잎을 가져가느냐고 그 사람과 싸우겠는가. 수행하는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자기 소유가 아닌 물건에 대하여 애착을 버려야 할 것이니 버릴 것을 버릴 수 있어야 마음이 평온하다.”(잡아함경)
내 것이란 본래부터 어디에도 없다. ‘나’라는 존재도 잠시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지는 무상한 존재이다. 뒷동산의 나뭇잎이 어찌 ‘내 것’일 수가 있으며, 땅에 금을 그어 놓고 돈을 지불한다고 어찌 ‘내 땅’일 수가 있겠는가. 그것은 인간의 오만한 생각일 뿐 이 세상에 내가 영원히 가질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일체의 모든 소유를 다 버리고 알거지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인연 따라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온 것에 대해서까지 억지로 다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기 소유물들의 특성을 알 필요는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인연 따라 잠시 나를 스쳐갈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잠시 보관하면서 인연 따라 사용할 뿐이다.
인연 따라 잠시 스쳐가는 것들을 스쳐가지 못하게 ‘나’라는 틀 속에 가두면 나를 중심으로 우주적인 에너지는 정체되고 만다.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끝없는 우주를 여행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들의 목적은 끊임없는 여행에 있지 어느 한 곳에 정착하는데 있지 않다. 바로 그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실은 ‘내 것’이 아니라 여행길 위에서 잠시 들른 간이역일 뿐이다. 그 어떤 것도 종착역으로써 나에게로 온 것은 없다.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지.
[법구경]에서도 말하고 있습니다.
“'내 자식이다' '내 재산이다' 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은 괴로워한다. 사실 내 몸도 나의 것이 아닌데, 어찌 자식이나 재산이 나의 것이 될 수 있겠는가.”
‘내 자식’ ‘내 재산’ ‘내 생각’ ‘내 것이다’ 하는 것은 다 어리석은 생각이다. 나도 내가 아닌데, 내 몸도 이번 한 생 잠시 쓰고 나면 이 우주법계로 돌려주어야 하는데, 하물며 내가 소유하는 것들을 어찌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은 잠시 빌려 쓸 뿐이다. 내 몸도 우주 법계에서 잠시 빌어다 쓰는 것이고, 내 소유도 잠시 법계에서 빌어다 쓸 뿐이다. 그러니 집착할 것이 없다.
내 몸도 이 우주에서 품어 낸 온갖 음식을 잠시 빌려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내 생각도 이 세상의 수많은 생각들을 인연 따라 잠시 차용하여 내식대로 조합해 쓰고 있을 뿐이며, 내 자식도 우주적인 법계의 인연과 업의 법칙에 따라 잠깐 부모의 몸을 빌어 나왔을 뿐이다.
세상 모든 것은 우주의 것이며, 다른 모든 존재들의 것이다. 내가 곧 이 우주이며, 또한 나는 이 우주의 모든 존재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어찌 내가 누구를 가지고, 내가 무엇을 집착하고, 누가 무엇을 소유할 수 있겠는가.
온 우주는 전체가 전체에 의해 존재하며, 전체가 전체에 의해 소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신성한 우주적인 것에 ‘내 것’이라는 울타리를 치면서부터 우리는 우주로부터, 진리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내 것’이라는 울타리를 허물면 모든 것이 그대로 있을 곳에 있고, 제자리를 찾는다. 한 생각 일으켜 ‘내 것’을 만들면 세계가 나뉘어 시끄럽지만, 한 생각 놓아 ‘내 것이라는 울타리를’ 허물면 세계도 나도 나뉘지 않아 고요하다.
글쓴이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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