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장백산-1 2023. 11. 7. 14:07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는 구절이 금강경에 있습니다.
온갖 경계에 집착해서 끌려다니고 휘둘리지 말라는 가르침이지요.

누가 내게 욕을 했다 하더라도, 그 욕에 머물고, 그 욕에 끄달리고, 그 말에 집착하고, 
그 말을 원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욕은 그저 하나의 소리파동의 생성과 소멸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잠깐, 어떤 사람이 소리파동을 일으켰을 뿐이고, 그 소리파동은 잠깐 동안 
내 귓전에 와서 스치고는 사라졌을 뿐입니다.

그 욕, 그 소리파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화를 내는 것은 그 소리파동이라는 첫 번째 자연스런 
작용이 일어난 뒤에, 내 의식이 붙잡아서 거기에 걸려 넘어지게 되는 두 번째 작용일 뿐입니다.
이같은 두 번째의 작용이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것입니다.

첫 번째 작용은 항상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따라 가 버리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거기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고, 그것을 계속 기억하며 얽매일 필요도 없고, 그것을 
좋으니 싫으니 하며 분별하고 판단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왔다가 갈 뿐입니다. 모든 것은 집착하고 붙잡을 필요는 없는 것들이지요.
이 사실을 항상 기억하세요.

욕이라는 그 소리는 왔다가 가버리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 상황도, 그 일도, 그 사건도, 그 사람도 왔다가 사라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첫 번째 작용이 일어난 뒤에, 내 생각으로 첫 번째 작용을 붙잡아 그것의 모양을 그린 뒤
[이것을 상(相)이라고 합니다], 그 모양에 집착해서 거기에 걸려 넘어지지 말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는 것이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는 삶입니다.

새는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녀도 흔적 없이, 자유롭게 삽니다.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모든 것은 왔다 사라질 뿐이니, 모든 것에 머물지만 말아 보세요.
삶에서 한 발자국 뒤에 떨어져, 그 모든 왔다가 사라지는 것들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왔다가 사라지는 것들과 동일시하지 말고, 그것들을 구경하는 구경꾼으로 남아 보세요.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