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각이 부리는 농간을 믿으십니까?

아직도 생각이 부리는 농간을 믿으십니까?


생각이 없을 때, 세상에 대한 특정한 믿음이 없을 때, 어떤 견해가 없을 때, 그럴 때 사람들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럴 때 세상은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평화롭습니다. 그럴 때 평화로운 오후 아무 일 없이 완전히 고요히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렇게 고요히 가만히 있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거야, 무언가를 해야만 해, 노력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도태될거야 라는 생각, 믿음, 견해가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죠. 그 순간 갑자기 고요한 평화는 깨지고, 나는 부족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이토록 생각 믿음 견해의 농간으로 간단하게 당신은 고요한 적멸의 평화를 누리는 자에서 갑작스럽게 무능한 자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생각 믿음 견해의 농간으로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기는 이토록 간단합니다. 세상 모든 것은 바로 이렇게 '생각'이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그저 나의 생각일 뿐, 생각은 그저 불어왔다가 가버리는 바람과 같은 것일 뿐, 생각은 전혀 진실할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가만히 있는 것을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무수히 많은 증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르게 이 세상에는 가만히 고요히 있는 것을 깊은 평화로, 부처님의 적멸로, 깊은 명상 상태로, 지혜로운 현자와 성인들의 삶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는 것은 무능하다와 가만히 있는 것은 평화, 부처의 적멸, 깊은 명상 상태, 지혜로운 자들의 삶의 방식이다 라는 두 가지 생각 중에 어떤 생각이 옳은 생각일까요?

아마 죽을 때까지 그 두 생각 중에 어느 생각이 옳은지의 증거를 찾아도 끝끝내 결론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결론은 당신이 마음먹기 나름이지요. 정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전자가 옳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하면 거기에 성공할 것입니다. 그런 증거는 너무 많으니까요. 후자가 옳다는 증거 또한 무수히 많으니 그것도 성공할 것입니다.

 어떻게 왜 이럴 수 있을까요? 도대체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요? 옳다고 결론을 내리든, 틀리다고 결론을 내리든, 전자의 손을 들어주든, 후자의 손을 들어주든, 모든 결론은 그저 하나의 '생각에 불과할' 뿐입니다. 생각은 진실할 수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생각을 몰아갈 수 있을 뿐. 그러니 사람들은 생각이 부리는 농간을 쫓는 삶의 방식에서 언제나 괴로움을 맛볼 것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천상에 있다가 지옥에 떨어지기는 생각 하나에 달렸거든요. 생각이 부리는 농간을 아직도 믿으시겠습니까?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