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이제, 방편을 벗기고, 곧바로 참된 법을 직면해야 하지 않을까요?

장백산-1 2024. 1. 6. 15:18

이제, 방편을 벗기고, 곧바로 참된 법을 직면해야 하지 않을까요?


불교를 공부한다고 꽤나 오랜 시간 불법을 찾아 헤매고 수행하며 시간을 보내다, 문득 어느날 '불교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이 문득 어느 날 불교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나에게 속은 것이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방편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왜곡되고, 오염되고, 심하게 뒤집혀진 불교라는 가르침을 나는 진짜 불교라고 배워왔던 것입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심지어 어떤 것들은 달을 가리키지 조차 않고, 제 스스로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르며 허공에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는 다양한 가르침들을 진짜라고 굳게 믿은 채, 어떻게든 그 속 알맹이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도반 스님들께서, 혹은 선방에 오래 다닌 스님들께서 '이 불교에 답 없다'고 하신 말씀들도 내기 품은 의문에 한 몫 거들었지요.

그러다가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 싶은 자괴감에 사달리던 어느날, 그동안 내가 불교라고 여겨왔던, 불교적 전통과 가르침을 전부 리셋하듯 지워버리고, 초기불교부터, 근본적인 경전부터, 선의 초기 가르침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속은게 맞았습니다.

물론 이 말은 한국불교, 오늘날의 불교를 속되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세월, 역사, 시간이 오염시킨, 그리고 우리의 무명과 분별망상이 오염시킨 어쩔 수 없는 중생의 삶과 역사, 문화가 어쩔 수 없는 이런 상황을 가져온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불교를 욕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불교를 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 말씀처럼 전통으로 내려온다고 해서, 어떤 유명한 스님이 말씀하셨다고 해서, 어록에 나온다고 해서, 남들도 다 그렇게 알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방편 불교를 참된 불교라고만 착각하고 살다가는 20년 30년 헛고생만 하다가 세월을 다 보낼 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동안 오염된, 지저분한 것들을 걷어내면, 아주 단순하고 심플한, 평범하고 우리 모두가 이미 누려 쓰고 있는 알맹이가 드러납니다.
전혀 불교를 어렵게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교 공부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방편에 천착하여 너무 오랜 세월을 허비하느라 힘을 다 뺀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이제, 그런 방편같은 건 걷어내고, 곧바로 부처님의 참된 법, 진실과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글쓴이: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