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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 진화론, 인연법

장백산-1 2024. 2. 2. 15:15

창조론, 진화론, 인연법


모든 것은 본래 텅 비어 있는 공(空)하지만 인과 연을 만나면 생성된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이 말을 의심한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어떻게 인과 연을 만난다고 해서 결과를 발생케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수소와 산소는 특별히 눈에 보이는 어떤 물질도 아니고, 모양과 색깔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수소와 산소가 원자상태로 바뀌면서 적절한 인과 연이 화합하게 되면 그 화합물은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水)’이라는 분자로 바뀐다.

본래 텅 비어 있는 아무것도 없는 비실체성의 공(空)이지만, 수소와 산소가 인연을 만나면 결과를 이룬다는 이 사실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비유로 불(火)의 비유가 있다.

나무와 나무가 있다고 했을 때, 사람이 나무와 나무[因]를 인위적으로 비벼줌[緣]으로써 우리는 여기에서 불[果]을 얻을 수 있다. 본래 나무와 나무 사이에 불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공기 중에 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비벼주는 손에 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나무라는 인(因)에 힘을 가하여 비벼 주는 연(緣)으로 인해 결과인 불[과(果)]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불이 만들어 진 것은 나무 때문만도 아니고, 공기 때문만도 아니며, 나무와 나무를 비벼주는 손 때문만도 아니다. 다만 나무와 공기와 손, 그리고 습도며 주변여건 일체가 인연 화합하여 모일 때에만 불이라는 결과를 생(生)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젖은 나무를 아무리 비벼도 불을 얻을 수 없으며,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아무리 나무를 비벼도 불을 얻을 수는 없는 것과 같다. 또한 일정한 시간이 지나 나무가 모두 타게 되면, 인과 연이 소멸하였기에 불은 자연히 스스로 꺼지게 된다. 모든 존재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인연생기(因緣生起)하여 나타나며 인연이 다 되면 소멸(消滅)하는 것이다.

불의 비유는 모든 존재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귀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모든 존재의 생성과 소멸이 이와 같이 인연 따라 만들어지고 인연 따라 소멸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흔히 생명의 탄생에 대해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를 가지고 논쟁하지만, 불교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위에서 언급한 인연론, 연기론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존재는 신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다만 인연 따라 생겨나고 인연이 다하면 소멸된다는 이치이다. 불이라는 것은 본래 어디에도 없었다. 손에도, 공기 중에도, 나무 안에도 불은 없었지만, 그 모든 인과 연의 조건이 화합하는 순간 불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불이 창조되었다거나 진화되었다거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인연 따라 생겨났을 뿐이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다만 인연이 모이면 생성되고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생함으로 저것이 생하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는 인연법, 연기법의 이치에 따라 생성과 소멸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유(有)는 원래 스스로 무(無)인데, 인연의 이룬 바이다’라고 했다. 본래부터 존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본래는 모든 것이 텅 빈 무(無)이며, 공(空)이였지만, 다만 인연이 화합하는 순간 인연따라 만들어지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금강경』에서는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一體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이라고 하여 일체의 모든 만들어지고 소멸되는 것들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으니 만물을 응당 이와 같이 관하라고 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존재 본연의 모습은 텅 빈 공이지만 인연 따라 그 무엇이든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2015.04.13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