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느낌, 생각, 개념, 이름을 빼고 보세요
불교에서는 '나'라고 하는 것는 없다고 즉, 무아(無我)라고 합니다. 왜 무아일까요? 내 몸, 내 생각, 내 느낌, 내 의지, 내 의식이 이렇게 있는데 왜 나는 없는 없다고 하죠?
생각을 빼고, 실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만을 놓고 봅시다. 내가 내 몸을 보고 있고 있다는 것, 내 몸을 감촉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사실일까요? 그건 생각 아닌가요? 여기 있는 이 무언가에 대해 내가 '내 몸'이라고 이름 붙인 것일 뿐은 아닐까요?
생각을 빼고, 있는 그대로 보면 무엇이 보이나요? 무언가가 지각됩니다. 감지됩니다. 내가 '손', '발', '몸'이라고 이름 붙인 무언가가, 사실은 손 발몸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더라도, 그냥 이렇게 무언가가 있음이 자각될 뿐입니다.
모양, 느낌, 생각, 개념, 이름을 빼고 보세요.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이것을 '나', '내 몸'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개념이고 이름과 모양(명상)이고 생각일 뿐입니다. 볼펜이라고 이름 붙인 이것도 감지되고, 손가락이라고 이름 붙인 이것도 그저 감지될 뿐입니다. 정말로 볼펜은 '내 것 아닌 것'으로 감지되고, 손가락이나 팔은 '내 것'으로 감지되나요? 아닙니다. 그저 무언가가 감지될 뿐입니다. 감지되는 내용물은 딱딱하게 감지될 수도 있고, 부드럽게 감지될 수도 있지만, 그 내용물의 모양은 따라가지 말고, 그저 감지되고 있다는 이 사실, 다르게 감지된다는 이 사실, 이것만이 생생할 뿐입니다.
이것이 육조단경에서 말하는 '여인음수 냉난자지(如人飮水 冷暖自知), 즉 물을 마셔보고 차고 더운 줄을 아는 것, 바로 이 소식입니다. 지금 여기에 진짜로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지 않나요? 진짜로 '몸'이 있거나, '내 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알아차리는 이것만이 있습니다. 느낌, 감정, 의지, 의식, 생각들도 비슷합니다. '내 생각', '내 느낌'이렇게 자각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어떤 생각들, 어떤 느낌들이 일어나고 사라짐이 알아차려질 뿐입니다.
느낌, 생각도 내가 붙인 이름일 뿐이고, 무언가가 알아차려질 뿐입니다.이 순수한 알아차림, 첫 번째 자리를 황벽은 영각성(靈覺性)이라고 하여 소소영령하게 알아차리는 성품이라고 했고, 선에서는 공적영지(空寂靈知)라고 했습니다.
실재는 순수한 알아차림, 첫 번째 자리 영각성(靈覺性), 소소영령하게 알아차리는 성품, 공적영지(空寂靈知) 이것만이 있을 뿐이지, '나', '내 몸', '내 마음'은 없습니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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