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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내맡기며 시절인연을 따를 뿐

장백산-1 2024. 5. 3. 16:08

우주에 내맡기며 시절인연을 따를 뿐

 

달마의 사행론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나온다. “지혜로운 사람은 우주만물에 맡기고 자기에게 맡기지 않기 때문에 곧 얻고 잃는 것이 없고, 어김도 없고 따름도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에게 맡기고 만물에 맡기지 않기 때문에 얻고 잃음이 있으며 어기고 따름도 있느니라. 만약 능히 허공처럼 너그러이 크게 놓아버려서 천하 세간사를 잊어버릴 수 있다면 이것이 곧 만물에 내맡긴 채 시절인연에 따르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우주만물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나라는 아상에 내맡기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내가 하겠다거나, 내가 이루겠다거나, 내가 가지겠다거나, 내가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겠다라는 등의 아상과 자기 생각에 내맡기고 살게 되면 괴로움이 생겨난다. 내가 얻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얻지 못하면 괴롭고, 내가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잃게 되면 괴로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만물에 내맡기고 사는 사람은 얻고 잃음이 없다.

 

또한 내맡기고 사는 지혜로운 사람은 특정한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어기고 따른다는 분별을 하는 생각이 없다. 잘 된다거나 잘 안 된다거나 하는 생각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벌어지는 현실 만물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이다.

 

우주만물에 내맡기고 산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어떻게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법계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사는 것이다. 내맡기고 산다는 것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라는 현실의 실상에 대해 ‘예스’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이대로의 현실이야말로 진실임을 굳게 믿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통째로 믿고 맡기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좋고 싫은 일이 없다. 잘 되거나 잘 못된다는 생각이 없다. 잘 된다거나 잘 안 된다는 것은 하나의 아상에서 나오는 생각이며 판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라고 하는 아상이 없으면, 이렇게 되어야 한다거나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 없이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것이다. 논서의 말씀처럼 능히 허공처럼 너그러이 크게 놓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만물에 내맡긴 채 다만 시절인연을 따르는 유유자적한 삶이다.

 

사행론에서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만약 만물을 오게 하려거든 맡겨서 거스르지 말며, 만물을 가게 하려거든 놓아서 쫒지 말며, 일을 행한 것을 지난 뒤에 후회하지 말고, 오지 않은 일은 놓아서 걱정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도를 행하는 사람이다”

 

무언가 원하는 것을 인위적으로 오게 하려고 애쓰거나 가게 하려고 애쓰지 말고 내맡기라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를 할 것도 없고,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할 것도 없다. 다만 내맡기는 자는 이미 일어난 모든 일이 완벽했고, 앞으로 오게 될 일 또한 완벽한 진실임을 알기에 근심걱정하지 않고 맡겨버린다. 이렇게 사는 사람이 바로 도를 행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행론에서는 “능히 맡기는 자는 곧 천하를 위임할지라도, 나로 말미암은 득실이 없다. 내맡기는 자는 어느 곳 어느 때에도 자유롭게 소요할 뿐이다”라고 설한다. 내맡기는 자는 천하를 위임하더라도 아무런 득실이 없다. 나라는 것이 사라지고 우주만물에 맡기고 살기 때문에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득실을 따질 것이 없는 것이다. 천하를 다 갖더라도 얻은 것이 없고, 가진 재물을 다 잃었더라도 잃은 것이 없다.

 

이처럼 내맡기는 사람은 어느 곳 어느 때라도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다만 자유롭게 삶을 소요할 뿐이다. 고요하게 지구별에서의 하루 하루를 평화로이 노닐 뿐이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