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와 무분별의 실천
불교에서 고정된 실체적 나는 없다고 하는 가르침이 제법무아(諸法無我)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싶어 한다. 사실 나라는 존재는 그 어떤 것으로도 규정될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을 바탕으로해서 사람들은 ‘나’를 규정한다.
나는 공부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짓게 되면, 스스로에게 공부 잘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아상과 분별심을 스스로 만들어내게 된다. 다른 사람에 비해 나는 능력도 더 있고 공부도 더 잘한다고 비교함으로써 분별심을 내는 것이다. 본래 무아인 나를 이렇게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분별을 해서 공부 잘하는 나라고 아상을 내세우게 되면 이제부터는 자신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그 아상, 공부 잘하는 나에 얽매여 꼼짝달싹 못하는 괴로운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자승자박, 무승자박이라고 누가 묶어 놓은 적이 없는데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아상과 분별심을 지어 놓고 거기에 스스로 빠져 괴로워하는 것이다. 공부 잘 하는 사람이라는 아상이 있는 사람은 시험을 볼 때 어느 정도가 넘는 성적에 집착한다. 대학교도 어느 정도 이상의 대학을 목표로 세워 놓고 그 대학에 집착한다. 그 성적이 나오지 않거나 그 대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 괴로워하고 절망한다. 주변에 나와 비슷하던 친구는 그 대학에 잘 갔는데 나만 못 가게 되었다면 그 괴로움은 더욱더 커지고 강해질질 것은 분명하다.
다른 예를 들어 보면, 스스로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 지어 놓으면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진급을 해야 하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아야 한다고 스스로 목표를 정해 놓는다. 그러다가 주변의 나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친구나 동료는 진급을 잘 했는데 나만 진급에서 떨어지게 되었다면 그 괴로움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괴로움은 어디에서 왔을까?
내 스스로 나는 능력 있고, 동료보다는 더 잘 진급해야 하고, 이 정도의 진급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규정짓고 아상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그 아상의 기대치를 얻지 못해서 괴로워 하는 것이다.
사실 ‘나’라는 존재를 아무런 무엇으로도 규정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나 자신으로, 즉 무아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떨까? 나라는 존재는 그저 이렇게 지금 여기에서 먹고 마시고 숨쉬고 일하는 그냥 한 존재일 뿐이다. 나는 계급이나 성적이나 학벌이나 외모 같은 것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한 존재일 뿐인 것이다. 마치 산에 온갖 다양한 소나무가 있지만 그 소나무들이 다 다르게 생겼을지언정 같은 종류의 소나무인 것과 같다.
그런데 그러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 그 무엇으로도 규정되지 않는 나를 이런 나, 저런 나로 규정 짓고, 그러한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고, 저 정도의 위치에는 올라야 하고, 진급은 어느 정도 까지는 해야 하고, 남들은 나에게 대우를 해 주어야 하고, 나는 사랑받아야 하고, 이런 식의 나에 대한 규정, 상, 분별상을 만들어 놓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갇힌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런 규정 안에 걸맞으면 행복하고, 그런 규정과 상에 어긋나면 괴로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무아가 되어보라. 당신은 그 무엇으로도 규정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야 할 필요도 없다. 어떤 위치까지, 어떤 성공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 여기 이렇게 있는 그대로 살아있다는 사실 이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당신의 삶은 성공적이다.
불교의 깨달음, 무아의 깨달음이 바로 이것이다. 그 무엇으로도 규정 짓지 않고, 분별하거나 상을 짓지 않고 다만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나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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